[앵커]
최근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둘러싸고 정치권까지 가세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민주노총이 심야 배송 금지'를 주장했다고 잘못 알려지면서 핵심은 흐려지고 논란만 커졌는데요.
경제부 김동빈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이번 논쟁, 정확히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가요?
[기자]
논란은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시작됐습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즉 택배노조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초심야 시간대 배송을 제한하자고 제안한 것이 출발점인데요.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의심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보장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제안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새벽배송 전면 금지'로 확대 해석됐죠?
[기자]
맞습니다. 문제는 일부 언론이 해당 내용을 '새벽배송 전면 금지'라고 보도하면서입니다. 곧바로 정치권이 반응했는데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맞벌이 부부 등 국민 일상이 무너진다"며 맹비난하자 정의당 장혜영 전 의원은 "노동자 과로 문제를 이용해 시민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어제 저희 CBS 한판승부에서 공개토론까지 진행하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됐습니다.
유튜브 '박재홍의 한판승부' 캡처[앵커]
하지만 노조는 새벽 배송 금지를 주장한 적 없다고 한다면서요?
[기자]
네 맞습니다. 강민욱 민주노총 택배노조 부위원장은 저희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서트]
택배 노조에서는 새벽 배송 전면 금지를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마치 급진적인 주장 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이런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더구나 이제 막 시작된 사회적 대화기구의 첫 회의에서 나온 제안이었고,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노조는 새벽배송 필수 폼목 지정이라든지 배송 물량 조절 등 다양한 대안도 함께 제시했거든요.
새벽 배송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과로의 위험이 있는 새벽 시간 근무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에도 이게 '전면 금지'처럼 퍼진 이유는 뭘까요?
[기자]
결국 정치적 프레임 때문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강성 노조가 억지 주장을 펼친다'는 취지의
기사 제목 많이 보셨을텐데요. 이번 논란 또한 그런 프레임이 작동한 게 아니냐는 겁니다.
이런 극단적인 정치적 수싸움이 노사가 앉아 협상하는 사회적 대화에는 좋을리가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새벽배송을 당연하게, 필수처럼 여기는 시각도 적지 않잖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저희가 언제가부터 필수라고 여기고 있는 새벽 배송, 그런데 이런 의문도 드셨을 거예요. 이걸 굳이 이렇게 빨리 배송받을 필요가 있을까하고요.
실제 지난해 10월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벽배송 이용자의 63.2%가 "중단돼도 불편하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즉, '필수 서비스'라는 인식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중앙대 이승윤 교수는 "쿠팡이 공급 주도로 만들어낸 인위적 수요"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습니다.
황진환 기자[앵커]
게다가 의학적으로도 야간 노동이 위험하다는 경고가 많죠?
[기자]
네. 이대목동병원 김현주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야간노동은 단순히 피곤한 게 아니라 생체리듬을 파괴해 암,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발암 물질로 지정했고, 국내 연구에 따르면 야간 근무자는 주간 근무자보다 심혈관계 사망률이 두 배나 높다고 합니다.
실제 쿠팡 기사들의 노동 강도 강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런데도, 쿠팡은 지금까지 2021년 두 차례에 걸친 사회적 합의에는 참여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기자]
2021년 이후 다시 시작하는 이번 세 번째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는 내일 2차 회의를 열고 과로사 방지와 새벽배송 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이대목동병원 김현주 교수는 SNS에 "중요한 건 과학과 사실 위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이 말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김동빈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