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조 예산심의…건전성 논란 넘어 경기회복 마중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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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첫 예산 국회 심의 시작…재정건전성 놓고 논란 불가피
국힘 "포퓰리즘 예산" 맹비난…'이재명표 사업' 삭감 예고
비교대상인 올해 예산부터 尹정부 과도한 감세·긴축재정 결과물
간신히 찾아온 경기 회복 앞두고 정부 재정의 '마중물' 역할도 절실해
"씀씀이는 오히려 충분치 않아…관건은 세수 확보, '부자 감세' 그만해야"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5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편성한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한다.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를 표방하며 편성한 만큼 재정건전성, 세수 기반 확보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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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이날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예산 심사를 시작한다. 오는 6~7일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하고, 10일부터 부서별 심사가 이어진다. 이후 17일부터는 예산안의 증·감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의결을 거치면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다. 법에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은 다음 달 2일이나, 전례에 비춰보면 여야 대립으로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전날인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안"이라며 국회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살펴보면, 책정된 총수입은 전년도 본예산 대비 22조 6천억 원(3.5%) 증가한 674조 2천억 원이다.

특히 총지출은 54조 7천억 원(8.1%) 증가한 728조 원이 편성돼, 처음으로 7백조 원이 넘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상승폭도 윤석열 정부 3년 평균(3.5%) 예산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2022년도 예산안(8.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 편성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서민 민생과 직결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올해보다 20조 4천억 원 증액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반토막이 났던 연구개발(R&D) 예산도 5조 7천억 원 늘렸다.

이처럼 정부의 씀씀이가 커지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올해 1300조 원을 넘을 국가채무는 내년에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 약 1415조 원(51.6%)에 육박하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에는 18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나라 살림의 가계부나 다름없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도 올해 연말이면 100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일단 정부가 빚을 냈다가 향후 국민이 세금으로 차츰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도, 예정처는 올해 약 924조 원에서 2029년이면 1362조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부 예산안을 '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하고, '이재명표 사업'으로 꼽히는 국민성장펀드, 지역사랑상품권 등에 관련된 예산을 반드시 삭감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사랑상품권, 농어촌 기본소득 등 현금성 지원 예산들은 미래 세대에게 빚 폭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尹정부 시절 과도한 감세·재정긴축 정상화 관점서 봐야…"씀씀이 줄이기보다 세수 기반 확보 주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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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의 확장재정에 따른 재정건전성에 대한 비판이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총지출이 8.1% 늘지만,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집행한 추가경정예산안을 고려하면 증가폭이 3.5%로 급감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올해 예산안이 통과되기 직전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상적인 예산 처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게다가 미국 정부의 사상 초유의 관세 조치까지 겹쳐 애초부터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올해 본예산과 내년 예산을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이야말로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국가 채무가 크게 늘어난다지만,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선진국들의 총채무 평균치는 GDP 대비 108.5%로, 이제 갓 50%를 넘긴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국가 자산을 뺀 순부채 비율은 선진국들의 경우 평균 79.6%에 달했지만, 한국은 7.8%에 불과해 사실상 정부 스스로 국채를 상환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내년이 경기 회복의 전환기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도 요청된다. 비록 3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넘은 1.2%에 달하면서 연간 기준 1.0% 달성의 희망이 커졌다지만, 12.3 내란의 충격과 미국 관세 장벽이라는 '내우외환'을 맞아 올해 내내 0%대 성장이 우려되는 역대급 불경기를 떨쳐내지 못했다.

다만 초유의 내란 사태를 극복하고 평화적인 정권 교체에 성공한데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가 수출을 이끌면서 내년에는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미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해외 전문기관들도 내년 한국 경제가 1% 후반대에서 2% 초반의 비교적 높은 성장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 회복세에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면 확장 재정을 펼쳐 내수 회복과 주력 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AI 대전환 시기에서 뼈아팠던 윤석열 정부 시절의 R&D 감세 정책을 만회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도 긴요하다.

애초 비교대상인 윤석열 정부 시절, 감세 기조와 함께 재정건전성을 강도 높게 추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번 정부 예산안의 씀씀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산업 전환과 고령화의 난관을 뚫기에는 기대에 비해 여전히 복지 지출이 넉넉치 않아 보인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경제 회복과 AI 전환이 중요한 시기인데다, AI가 실제로 확산되면 구조조정·실업 문제가 닥쳐올 것"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응할 복지·일자리 및 직업훈련 예산은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기보다, 정부가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세수 기반을 확보하는 작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신대학교 조영철 경제금융학 외래교수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조세부담률은 2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 25.6%에 가까웠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감세정책과 성장률 둔화로 세수가 줄면서 지난해 17.6%까지 하락했다"며 "이재명 정부가 국가재정 운영계획에서 향후 5년 동안 조세부담률을 꾸준히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2029년 19.1% 전망에 그쳐 윤석열 정부 시절의 감세 정책을 회복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윤석열 정부 시절 감세를 원상복구하지 못해 세수 기반이 축소된 상태"라며 "증세를 통해 조세 정의를 지킬 뿐 아니라, 세수를 늘려 재정 건전성과 복지 확대, 성장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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