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이 검찰의 대장동 일당 1심 선고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 이후 어수선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한쪽에서 총력전을 예고하는 동안 장동혁 대표는 여당 대표와 환한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호기롭게 소집했던 긴급 의원총회는 별다른 설명 없이 미뤄졌다. 사전 대비도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항소포기' 몰랐던 국힘…한 박자 늦은 대응에 톤도 '차분'
당 지도부는 애당초 검찰의 항소 포기 가능성을 사전에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여당도 몰랐던 것 아닌가"고 반문하면서도 "우리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혐의 민간업자들의 항소 기한인 7일 자정 직전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는 동안, 국민의힘에선 누구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나마 항소장 미제출 사실이 당일 밤 10시 반쯤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
한동훈 전 대표가 가장 먼저 문제 제기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의 입장은 8일 오후에나 나왔다. 장 대표는 심지어 이날 오전 한국 사진기자협회 주최 행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크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검지와 중지를 세워 브이(V)를 그리면서였다.
주말에 나온 당 공식 논평도 비교적 차분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며 치고 나간 뒤에도 "검찰이 외압에 굴복했다(박성훈 수석대변인)"는 정도의 입장이 나올 뿐이었다.
이를 두고 당 의원들 사이에선
"우리 지도부가 진짜 각오하고 덤벼들어야 한다"거나 "절대로 그냥 묵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운동장에서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연 '2025 사진기자가족 체육대회'에 방문, 포즈를 취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주말 의총은 개최 1시간여 전 돌연 순연…'전략 부재'?
이후 원내 지도부는 일요일인 9일 오후 4시 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송언석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당 의원들에게 "이재명 정부는 개인 사법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사법시스템을 파괴 중"이라며 "국민께 위기를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모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의총은 개최 1시간여 전 돌연 연기됐다. "내일(10일) 개최되는 의총에 반드시 참석해주시길 바란다"는 공지 외에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당장은 '참석자 저조' 탓에 미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너무 갑자기 하다 보니 일부는 (서울행) 비행기편도 없었다고 하더라"며 "워낙 중요한 일이다 보니, 하루 늦게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뚜렷이 의결할 게 없는 상황에서 굳이 주말에 의원총회를 강행해 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지도부 입장이 이미 나온 터라 메시지 중복 우려가 있었다(당 관계자)"는 전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내에선 의원총회를 미룬 것 자체가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드러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경북(TK)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처음부터 월요일에 한다고 하면 될 걸, 왜 (굳이) 일요일에 한다고 했다가 연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외압 국조' 실효성 지적도…지도부는 "장기전 준비 중"
송 원내대표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태로 이재명 정권이 '대통령 재판 지우기 프로젝트'의 몸통임이 드러났다"며
"국회 차원의 긴급현안질의를 즉시 열자"고 제안했다.
이어
"국정조사부터 신속히 진행해 대장동 비리의 전모를 국민께 밝히기를 제안한다"며 이번 항소 포기 사태의 외압 주체 및 이유 등의 진상을 규명하자고도 촉구했다.
다만, '용산의 외압' 가능성을 겨냥한
국정조사 카드의 현실성도 도마에 올랐다. 한 재선 의원은 "국정조사든 현안질의든 저쪽에서 안 받을 게 뻔하지 않나. 여당이 거부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도부는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당 관계자는
"하루이틀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서서히 (여론전 강도를) 올려가면 된다"고 했고, 원내지도부 관계자도 "확인해야 할 팩트(사실)가 많다.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