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 연합뉴스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부산 정치권 전체가 '이름이 언급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사건의 핵심은 전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인데, 파장은 통일교 관계자와의 만남·사진·영상 축사 등 과거 접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전·현직 정치인들을 줄줄이 "거론"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수사 핵심은 금품"…전재수 의혹이 던진 질문
17일 CBS 종합취재 결과, 이번 사안의 출발점은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을 둘러싼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즉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과 고가 물품을 받았는지 여부다.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서며 정치권 전반의 '접촉면'이 함께 조명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행사장에 갔느냐, 사진을 찍었느냐"가 아니라 "금품을 받았느냐"가 쟁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저터널 '매개'로 접점 부각…"정책 제안" 논란 확산
통일교가 숙원 사업으로 거론해 온 한·일 해저터널 이슈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부산 정가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통일교 부산·울산권 핵심 관계자가 여야 정치인들을 폭넓게 접촉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선거 국면에서의 만남·면담·행사 참석 등이 한꺼번에 조명되는 흐름이다.
정가에서는 "정책 제안이었는지, 로비였는지"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사진 한 장'이 공방의 도화선이 되는 구조 자체가 정치권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박형준 측 "축사 1년에 1천건…관례적 대응"
박형준 부산시장 측은 통일교 관련 행사 영상 축사 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통일교에 보낸 영상 축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시 제공박 시장 측 관계자는 17일 CBS와의 통화에서 "1년에 영상 축사와 축사가 1천 건이 넘는다"며 "통일교가 불법단체도 아니고, 통상적으로 요청이 오면 축사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이 여의치 않으면 부시장이 대신 참석하기도 하는 등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행정 대응"이라며 "실제로 이성권 현 국회의원도 과거 부산시 경제부시장 재직 시 시장을 대신해 각종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재수 수사의 본질은 '행사 참석 여부'가 아니라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라며, "단순 축사나 메시지를 이번 사안과 직접 연결해 보는 시각 자체가 지금의 전재수 의혹을 물타기 하려는 프레임으로 읽힐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백종헌 "사진 보고 알았다…기억 안 날 정도"
백종헌(금정구) 의원도 통일교 관계자 접촉 장면이 거론되는 상황을 두고 "스치듯 지나간 만남"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당시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선거를 치르며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중 통일교 관계자가 있었나 보다"라며 "나도 사진을 보고 알았지만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스치듯 만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백 의원은 "선거 때는 직능단체, 종교단체 등 다양한 방문이 이어진다"는 점을 들어, 특정 단체와의 '관계'로 확대 해석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전했다.
서병수·오거돈 '과거 이력'까지 소환…정치권 전반 부담
전·현직 부산시장들이 과거 통일교 유관 행사에서 축사를 했거나, 해저터널 관련 정책 검토·연구용역·선언문 서명 등과 연결된 이력이 재조명되면서, 논란은 '특정 인물'에서 '부산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의 해저터널 관련 정책 반영과 이후 연구용역 발주, 오거돈 전 시장의 관련 행사 참여 및 서명 정황 등도 한꺼번에 다시 거론되며 "부산 행정·정치 권력과의 접점"이라는 프레임으로 묶이는 분위기다.
이성권 등도 거론…지선 앞 "유착 오인" 공방 불가피
국민의힘 이성권(부산 사하갑) 의원을 비롯해 통일교 유관 단체 행사 참석과 축사, 영상 축전 이력이 잇따라 거론되면서 지역 정치권은 "언제 어디서 이름이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성권 국회의원이 부산시 부시장 시절 통일교 행사에 참석해 축사한 것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특히 이성권 의원(부산 사하갑)의 경우 과거 부산시 경제부시장 재직 시절, 시장을 대신해 통일교 유관 단체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한 사실까지 다시 도마에 오르며 논란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러한 접촉 이력이 상대 진영의 공격 소재로 재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통일교 관련 폭로전이 부산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번지는 흐름을 보이면서, 부산 정가에서도 "통일교 이슈가 선거 국면의 민감한 쟁점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 정가 "악수 한 번도 유착으로 오인…옷깃만 스쳐도 기사"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통일교 관계자와 사진 한 번 찍고, 악수 한 번만 해도 유착으로 오인한다"며 "옷깃만 스쳐도 기사화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 여부는 수사로 가려질 문제지만, 지금은 '접촉' 자체가 낙인처럼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권 전체가 방어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번 사안이 실제로 '금품 수수'라는 형사적 쟁점으로 어디까지 확인될지와 별개로, 부산 정치권은 당분간 통일교 관련 '접점'이 계속해서 소환되는 국면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될수록, 만남의 성격을 둘러싼 해명과 "오인 프레임" 논쟁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