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 압박 속 대안 내놓은 대법…'전담재판부'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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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여당 안과 달리 위헌성 해소"
입법 강행되면 예규 '무용지물'…법조계 "내용 괜찮지만 만시지탄"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18일 열린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18일 열린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대법원이 전담재판부에 대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내란·외환죄 등 국가적 중요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은 항소심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내란 재판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사법부의 고육지책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방침은 여전히 변함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진 미지수다. 대법원은 '위헌성을 제거한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법,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여당 안과 달리 위헌성 해소"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전날(18일) 열린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규는 10일 이상의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국가적 중요사건은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 중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파장이 매우 크고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다. 각급 법원장은 해당 사건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고, 법원장은 전담재판부가 사건을 신속하고 충실히 심리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지원을 해야 한다.

사건의 적용 범위는 예규 시행 이후 기소된 사건이며, 항소심은 항소가 제기된 사건까지 포함된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외환 관련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항소심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담재판부 도입은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사법부 스스로 내놓은 대안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국가적 중요사건 재판의 신속, 공정한 진행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우려에 대하여 이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법조계에선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가 '위헌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사법부의 전담재판부는 이런 우려를 해소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와 사법부의 전담재판부는 얼핏 유사해보이지만 재판부 구성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 안은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법원 내부에서 재판부 구성 추천권을 갖고, 대법원장이 대법관 회의를 거쳐 '임명'하는 방식이다. 애초 추천위에 외부 인사 참여도 구상했으나 위헌적이라는 지적에 내놓은 수정안이다.

반면 대법원 안은 다른 사건과 동일하게 '무작위 배당'을 원칙으로 하고, 배당 받은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하게 된다. 재판부의 기존 사건은 재배당하고 신규배당은 중지된다.

또 민주당 안은 특정 내란 사건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지만, 대법원 안은 국가적 중요 사건이라는 사건 유형을 신설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향후 같은 유형의 사건을 맡을 수 있어 '표적 입법' 논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수정안에 대해 "사건배당은 사법행정의 핵심인데 이것을 입법부가 대체해 위헌 논란도 여전히 수반된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 역시 위헌 우려를 지적했는데, 과연 법관대표회의가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추천권을 행사할지 (의문이고), 그런 것들이 제대로 안 되면 절차적 문제 때문에 재판이 장기간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 예규안은 위헌성을 제거한 대안"이라며 "사법행정권이 입법부에 의해 대체되는 위헌적 상태를 막을 수 있다는 점, 무작위 전산배당에 의한 배당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안은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속도 속에 내놓은 고육지책으로도 풀이된다.

사법부 내에선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에 '위헌' 우려를 내놓으면서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행정처는 최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나온 여러 요청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공청회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내란 사건이 단 1개도 선고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내란 재판은 신속하게 선고하고 법원이 기타 신뢰성 있는 조치로 분위기를 차분하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 위한 사법제도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 위한 사법제도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입법 강행되면 예규 '무용지물'…법조계 "내용 괜찮지만 만시지탄"

다만 민주당은 대법원 예규와 무관하게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 입법이 강행되면 예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규와 법령 내용이 배치될 경우 법률의 효력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대법법 관계자는 "법률이 상위 규정인 만큼 법이 통과되면 그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사법부가 위헌이나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시기적으로 이미 늦은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고법 판사 출신 변호사는 "내란 재판 지연 우려나 전담재판부에 대한 이슈는 나온지 한창 됐는데 대응 시기가 아쉽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예규도 바꿀 수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SNS에 "내란전담재판부특별법에 각급 판사회의 관여 외에, 전국법관대표회의와 대법원장의 관여를 넣는다면 위헌성 시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그럴 바에는 재판부 구성 부분은 포기하고 대법원 예규에 그 부분을 맡기는 게 나아 보인다. 매우 늦어 만시지탄 그 자체이지만,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대법 관계자는 "법원이 입법만 기다리면서 법률안에 대한 공정성, 위헌성 우려만 제기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규를 통해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같은 절차 지연 없이 사건배당의 무작위성과 임의성 원칙도 유지하면서 신속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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