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만에 최연소 프로기사 입단 기록을 세운 유하준 초단(사진 왼쪽)과 조훈현 9단의 입단 당시 모습. 유하준 어머니 이진주씨(바둑일보 사진)·한국기원 제공 대한민국 바둑사에 최연소 프로 기사 입단 신기록이 작성됐다. 무려 63년 만의 기록 경신이다.
주인공은 경기도 하남시 미사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유하준(9). 그는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3회 12세 이하 입단대회 본선(4회전)을 통해 프로에 입단했다. 이날 3살 많은 A군(12)과 (입단) 마지막 한자리를 두고 벌인 대국에서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유하준(2016년 6월 7일생)은 9세 6개월 12일 만에 초단(初段)이 됐다. '거성(巨星)' 조훈현 9단이 보유한 종전 한국 최연소 입단 기록을 경신했다. 조훈현은 63년 전(1962년) 당시 9세 7개월 5일 만에 입단했다. 유하준이 조훈현보다 23~24일 이른 나이에 입문한 셈이다.
그동안 최연소 입단 기록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9세 입단은 조훈현이니까 가능했다"는 말이 60년 이상 지속됐다. 바둑계에서 조차 최연소 입단은 범접하기 힘든 '천상계' 얘기였다. 조훈현의 뒤를 이어 최연소 입단 2위였던 '바둑의 신' 이창호(11세 1개월)도 10세 이후에서야 입단에 성공했다.
5살부터 또래·형들과 대국이 안될 정도의 월등한 실력
유하준 초단이 18일 열린 입단대회에서 입단을 확정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한국기원 제공유하준은 고사리손으로 돌을 잡은 지 불과 4년여 만에 입단 신화를 썼다. 그의 어머니 이진주(42)씨는 19일 CBS노컷뉴스의 관련 취재에 "(아들의) 최연소 입단 소식이 놀라웠고 반가웠다. 이 길을 원한다면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하준이의 바둑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하준이는 만 4살 때 엄마와 함께 간 도서관에서 어린이용 바둑 입문서를 집어 왔다. 이후 다른 책은 뒤로 했다. 가져 온 바둑 책만 읽고 또 읽었다. 바둑과는 거리가 멀었던 부모는 성장 과정일 것라며 지나쳤다. 그러나 하준이는 달랐다. 바둑에 대한 관심은 더해갔다. (바둑 사랑의) 마음은 확고했다.
1년 후 5살이 된 하준이는 드디어 바둑학원에 등록했다. 2년 정도 학원을 다녔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실제 학원에서 바둑을 둔 날은 1년 남짓이었다. 실력은 월등했다. 또래 아이, 형들과 대국이 안 될 정도였다. 2023년 4월(만 7세)에 한국기원 인근의 전문 바둑학원으로 배움터를 옮겼다. 한국프로기사협회 한종진 회장(9단)이 운영하는 학원이었다. 이곳에서 그의 전투형 기풍이 만들어졌다.
"신진서처럼 강한 전투력을 가진 프로기사가 되겠다"
바둑계 '거성(巨星)' 조훈현 9단(사진 오른쪽)의 입단 당시 대국을 벌이는 모습. 한국기원 제공한종진 회장은 제자 유하준을 "천재형"이라고 칭찬했다. "직접 가르쳐 보니 '바둑 천재'라고 할 만큼 실력이 놀라웠다. 천재가 아니면 조훈현 국수의 기록을 어떻게 경신했겠냐"고 귀띔했다. 이어 "갈길이 먼 만큼 꾸준히 노력해 최고의 기사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입단'의 첫 단추를 끼운 유하준은 "가장 좋아하는 신진서 9단처럼 강한 전투력을 가진 프로기사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날 유하준과 함께 표현우(12)도 입단했다. 이로써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모두 456명(남자 366명·여자 90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