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선넘은 조롱과 빛바랜 청구서[워싱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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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미국의 공로, 그린란드로 보상해달라"
"덴마크 위해 그린란드 지켰는데, 은혜 몰라"
"추운, 위치도 좋지 않은 얼음 한 조각 원해"
"무력 사용 없을 것…즉시 협상에 착수하자"
"유럽이 '아니오'한다면, 우리는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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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없었다면, 지금 유럽은 아마도 독일어나 일본어를 조금 쓰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거듭 밝히며, 자리를 함께 한 유럽 주요국의 정상과 경제 리더들의 면전에서 던진 말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이 살아났으니, 이제는 유럽이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토를 달아서는 안된다는 논리였다.

과거 유럽에 대한 미국의 기여를 극대화한 일종의 '정치적 수사'였지만, 사실상 조롱에 가까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곧잘 백악관에 외국 정상을 불러놓고 생중계 도중에 면박을 주기도 했는데, 이날 다보스 포럼도 이에 못지 않았다.
 
유럽 전체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 유럽의 일부 지역은 더 이상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자신의 재집권으로 위대해지고 있는 미국을 본받아야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우리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100% 돕는 것은 확실하지만, 우리가 필요할 때 그들이 선뜻 도울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고도 했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것과 이후 나토 국방 전력의 상당부분을 부담한 것의 대가를 '그린란드'로 보상해달라고 유럽을 향해 빛바랜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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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를 소유하고 있는 덴마크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덴마크는 단 6시간의 전투 후 독일에 함락됐을 정도로 방어 능력이 없었다"며 "그런 덴마크를 위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지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덴마크는 은혜를 모른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요청하는 것은 추운, 위치도 좋지 않은 얼음 한 조각"이라며 "수십 년간 우리가 유럽에게 제공해 온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광물·희토류를 원해서 그린란드 소유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국가 안보 더 나아가 국제 안보를 위한 것이며, 이렇게 되면 나토에 위협이 되지 않고 오히려 동맹 전체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 안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그린란드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은 없다"고 진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만이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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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즉시 협상에 착수하자"고 요구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해왔는데, 이날 한걸음 물러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동맹국에 대한 '무력 사용' 운운이 오히려 미국에 대한 반감만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과연 무엇이 다르냐'는 의문이 고개를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을 향해 "당신들에겐 선택권이 있고 '예'라고 대답하면 우리는 깊이 감사할 것이지만, 만약 '아니오'라고 한다면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다.
 
덴마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람들 간에는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을 거래할 수는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덴마크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뒀는지, 이번 다보스 포럼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재집권 직후 자택인 마러라고에서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에 대한 소유욕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주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당시 이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다보스 포럼 연설을 보니 캐나다, 파나마 운하도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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