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청년의 캄보디아 범죄생활, 법의 심판만 남았다[박지환의 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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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지환의 뉴스톡

■ 방송 : CBS 라디오 '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패널 : 김수정 기자

선호씨 몸에 아직 남아있는 폭행의 흔적들. 선호씨 제공선호씨 몸에 아직 남아있는 폭행의 흔적들. 선호씨 제공
[앵커멘트]

지난해 여름 캄보디아로 떠나 5개월간 범죄단지에서 폭행과 고문을 당하며 범죄에 가담한 29살 청년 오선호씨를 저희 CBS노컷뉴스가 만났습니다.

선호씨는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공항에서 체포돼 현재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데요.

이 사건 취재한 사회부 김수정 기자와 함께 선호씨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기자]
네.

[앵커]
선호씨가 왜 캄보디아로 가게 됐는지 그 배경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경기 안산에 살던 29살 선호씨는 용접 일을 하며 7살 아들을 키우던 가장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초 대포통장 모집책인 동네 형으로부터 캄보디아에 가서 통장을 팔고 오면 개당 500만 원을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듣게 됩니다.

아내는 수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가정형편도 좋지 않던 선호씨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됐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선호씨는 작년 6월 27일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불법적인 일을 알고 갔지만, 범죄 단지까지 끌려갈 줄은 몰랐다고요. 현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선호씨와 함께 캄보디아 이민청에 구금돼 있던 또 다른 한국인이 제공한 이민청 유치장 내부 모습. 선호씨 제공선호씨와 함께 캄보디아 이민청에 구금돼 있던 또 다른 한국인이 제공한 이민청 유치장 내부 모습. 선호씨 제공
[기자]
네. 프놈펜 공항에 도착한 선호씨는 한국인 중간책들과 함께 한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서 캄보디아 보코산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살해 사건의 주범, 리광호를 만나게 됩니다.

리광호는 선호씨 통장을 구매하러 온 것이었는데, 알고보니 중간책들이 통장은 물론 선호씨까지 리광호에게 팔아 넘겼던 겁니다.

결국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는 범죄단지로 끌려가 여권과 휴대전화를 모두 빼앗긴 채 리광호 감시 아래 면접을 보고 범죄 조직에 팔려갔습니다.

[앵커]
이른바 '웬치'라고 불리는 범죄단지죠. 선호씨는 이곳에서 범죄에 가담하게 된 건가요?

[기자]
네. 검찰 공소장을 보면 이 조직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운영됐습니다.

조직 내에서 선호씨는 1호, 그러니까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렸고 숙소와 사무실을 오가며 생활하게 됩니다.

사무실에는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가 앉을 수 있는 나무통 부스가 설치돼있었고, 컴퓨터를 비롯해 휴대전화, 아이패드 등 전자 기기들이 많이 구비돼 있었다고 합니다.

철저한 감시 아래 보이스피싱 교육이 진행됐다고 선호씨는 범행 자수서에 썼습니다.

이 조직에서 선호씨는 피해자 총 5명으로부터 약 4억 원을 뜯어내는 일에 가담하게 됩니다.

[앵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폭행과 고문도 뒤따라왔다고요.

[기자]
네. 어느 날엔 1억을 입금하겠다는 중년 여성이 나타났는데, 한 평생을 모아둔 돈을 한순간에 날려버리게 될 피해자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껴 사기이니 입금하면 안된다고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발각됐고, 관리자가 선호씨 입 안에 전기충격기를 넣어 때리고 나무 부스에 감금시키는 등 폭력을 가했다고 합니다.

[앵커]
범죄에 가담하면서 탈출하려는 시도는 없었나요?

[기자]
선호씨는 범죄에 가담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한국에 있는 가족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달 반 동안 네 차례나 구조요청을 했습니다.

철통같은 경비와 감시를 피해 방을 치우러 오던 청소 아주머니의 휴대전화를 빌렸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에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서는 건물 사진과 주소, 영상 등 자료들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준비 부족으로 구조 요청에 번번이 실패했고, 신고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습니다.

선호씨는 목숨을 건 여러 번의 신고 끝에 지난 10월 16일 현지 경찰에 의해 구조됐습니다.

선호씨의 수차례 구조 요청 기록. 선호씨 제공선호씨의 수차례 구조 요청 기록. 선호씨 제공
[앵커]
그러고도 바로 한국으로 돌아올 순 없었죠.

현지 경찰서에서 또다른 지옥이 시작됐다고요?

[기자]
네. 선호씨는 범죄조직 관리자, 중국인 등과 시아누크빌 경찰서 유치장에 함께 갇혔습니다.

그들은 선호씨의 신상정보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에 있는 아들을 찾아가 죽이겠다, 다시 단지로 보내겠다 등 계속해서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는 경찰과 현지 범죄조직의 유착이 심한데요.

두려움에 떨던 선호씨는 결국 경찰에 자수를 결심했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30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앵커]
현재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이미 선호씨는 지명 수배자 신분이었습니다.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됐고 수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범죄단체 활동,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앵커]
구치소에 있는 선호씨를 직접 만났다고요.

지난 11일 경기 광명역 근처에서 선호씨 변호인인 노바법률사무소 이돈호 대표변호사를 만났다. 이충현 기자지난 11일 경기 광명역 근처에서 선호씨 변호인인 노바법률사무소 이돈호 대표변호사를 만났다. 이충현 기자
[기자]
선호씨는 피해자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뿐 이라고 말했습니다.

범죄행위에 가담한 사실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선호씨 변호인은 법정에서 강요와 자발의 경계에 놓인 사례라며 선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선호씨 앞에 남은 것은 그간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 뿐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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