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배우인 차인표. TKC 제공| ▶ 글 싣는 순서 |
① 차인표 "시민은 준비돼 있다… 기후위기, 기준 세워야 바뀌죠" (계속) |
기후위기를 말할 때 우리는 먼저 작은 실천을 떠올린다.텀블러를 쓰고, 전기를 아끼고, 쓰레기를 줄이는 일들이다.누군가의 행동은 또 다른 변화를 만들고, 그런 변화가 모이면 사회도 조금씩 움직인다. 지난해 전남CBS가 만난 시민들도 그렇게 기후위기에 응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천만으로 충분할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문제를 함께 생각하고 공감해야 하고, 결국 사회의 방향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기후위기를 고민해 온 사람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첫 번째 이야기는 소설가이면서 배우인 차인표다.
최근 전남 보성에서 강연을 마친 뒤 만난 그는 기후위기를 묻자 잠시 생각을 고르더니 말을 이어갔다. 오래 고민해 온 듯, 기후위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포럼도 하고 토론도 하고 여러 나라에서 대응을 이야기하잖아요. 우리나라도 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실제로 바뀌느냐, 법이 되고 정책이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후위기를 둘러싼 논의는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삶 속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그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라기보다, 결국 방향을 정하는 쪽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결국 바뀌려면 더 높은 수준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움직여야 하고,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움직여야 하죠. 그런데 그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결국 시민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투표이기도 하고요. 정치인을 움직이는 것도 시민이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바뀔 수 있다고 봐요."
그는 특히 '관심의 수준'이 아직 기후위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내일 날씨는 꼭 확인하잖아요. 비 오는지, 더운지 다 보죠. 그런데 앞으로 10년, 20년 뒤 기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 같아요. 재작년에 126년 만의 더위라고 했는데, 작년에는 또 127년 만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큰일인데도 그냥 내일 날씨 듣는 것처럼 지나가 버립니다."
차인표는 2023년 9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등이 개최한 '환태평양 지속가능 대화(TPSD)' 포럼의 명예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여러 나라 외교관과 정책 관계자들이 모여 기후 대응을 논의한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지구로부터 누렸던 혜택을 다음 세대가 누릴 수 있도록 보전할 책임이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는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인식의 수준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꺼냈다. 특정한 사람들의 관심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이야기해야 할 주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에 대한 관심 스위치를 다 같이 켤 수 있는 담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철학자는 철학자대로 이야기하고,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이야기하고,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이야기하고, 다 같이 이야기해야 관심이 생깁니다. 지금은 한쪽에서는 떠들고, 한쪽에서는 여전히 관심이 없는 상태 같아요."
친환경 예능프로그램 '녹색아버지회'에 출연한 차인표. SBS 제공 그에게 기후위기는 실천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기준의 문제였다. 우리가 얼마나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디부터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사회 전체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선이 있잖아요. 이건 하면 안 된다, 여기까지는 넘어가면 안 된다 하는 기준이 있듯이, 기후 문제도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얼마나 쓰고, 얼마를 남기고, 후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를 계속 묻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은 이미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문제를 알고 있고, 마음의 준비도 돼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이 부족할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 걱정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니까요. 준비가 안 돼 있어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방향을 만들고 기준을 세우면 사람들은 따라온다고 봅니다."
친환경 예능 프로그램 '녹색 아버지회'를 하면서 그런 생각은 더 또렷해졌다고 했다. 여러 현장을 다니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됐다는 것이다.
"제가 지구에서 산 지 50년이 넘었는데, 지구가 주는 혜택을 받으면서 살기만 했지 뭘 했나 싶더라고요. 후세가 살아갈 지구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거기에 대한 부채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가 떠올린 장면 가운데 하나는 야구장이었다.
"잠실야구장에 가 보니까 '거대한 식당' 같더라고요. 경기가 끝나면 수만 명이 나가는데 쓰레기가 그냥 쌓여 있어요. 그런데 분리배출 안내를 정확하게 해 놓고 쓰레기통 위치를 바꾸니까 대부분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준비와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느꼈어요. 시민들은 이미 준비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다시 '기준'으로 돌아왔다.
결국 기후위기는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의 문제라고 했다.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고, 무엇을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살면서 나무를 몇 그루나 파괴하면서 사는지, 얼마나 기후를 오염시키면서 사는지 그런 걸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쓸 권리가 있는 사람인지, 무엇을 물려줄 의무가 있는 사람인지, 그런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