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으로 5월 소비자물가가 2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가 생활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도 고물가와 맞물려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의 물가 상승세와 고환율 상황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 여파, 소비자물가 첫 3%대 진입…"당분간 3%대"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100)로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2024년 3월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과 2월 2.0%에서 3월 2.2%, 4월 2.6%에 이어 석 달 연속 오름폭을 키우며 첫 3%대 진입을 기록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은 2022년 7월 이후 최고인 24.2% 급등했고,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2023년 7월 이후 최고인 2.8%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된 생활물가는 3.3% 상승해 2024년 3월(3.6%)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은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해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생활물가 상승률이 3% 초중반까지 오르면서 소비 지출에서 필수재 비중이 큰 취약 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달 석유류 물가가 3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연합뉴스 당국 개입에도 1550원선 위협하는 환율→물가 상승 압력
1550선원에 근접한 원·달러 환율도 고물가와 맞물려 서민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9.4원 오른 1539.1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1529.0원으로 개장한 뒤 1549.1원까지 올라 1550원에 근접했다. 이 역시 금융위기때인 2009년 3월 10일(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고점이었던 지난 3월 31일(장중 1536.9원) 기록도 두 달여 만에 갈아치웠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도하고, 개인들이 이를 받아주는 형국이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외환시장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순매도에 따른 달러 실수요가 환율을 크게 올리면서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며 구두개입 발언을 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달 28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쏠림은 용인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행동으로 고조된 긴장감이 환율 상승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여기에 대미 관세 문제까지 재점화하면서 원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이나 수입업체 결제대금 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수입물가 상승은 다시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불러와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신현송 "모든 지표 한방향 가리켜"…금리인상 거듭 시사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를 웃도는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어진다.
신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그는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 흐름을 함께 보면 기준금리를 앞으로 인상함으로써 여러 요인을 일관성 있게 관리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지난 1일 열린 한은 국제콘퍼런스에서도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 상황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관련해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데에 장애물이 적다고 볼 수 있다.주택 가격, 가계부채, 환율 등 모든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7월 인상 가능성↑…연내 1~2회, 연초 1회 전망"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공식화하면서 내년 초까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는 다음달을 시작으로 올해 두 차례 인상과 내년 초 한 차례 인상을 통해 최대 3.25%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인상해 최종 금리 3.00%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존 경로를 유지한다"며 "근원물가 상승세를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번 금통위가 인상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농후하며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7월에 기준금리가 2.75%로 25bp(0.25%p) 인상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또 올해 4분기에 추가 인상이 이뤄지고, 그 흐름이 내년 초반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