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방한 사흘째인 7일에도 게임업계와의 'PC방 회동'부터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과의 '프로야구 시구 행사', SK그룹 최태원 회장과의 '2차 깐부회동'에 이르기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는 유명 냉면집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엔비디아의 AI 칩 제조 파트너인 주요 공급사부터, AI 기술 소비사까지 두루 접촉하며 한국과의 접점 확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깐부 회동' 열렸던 그 치킨집서 최태원 SK회장과 만찬
황 CEO는 이날 저녁 서울 강남의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최태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SK그룹 경영진과 만났다. 작년 10월 삼성전자·현대차그룹 수장들과 회동해 주목받은 바로 그 장소에서 2차 '깐부 회동'을 SK그룹과 진행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황 CEO의 부인인 로리 황 여사를 비롯해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와 그의 약혼자 등 가족들까지 함께했다. 황 CEO와 로리 황 여사는 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의 유니폼을 입고 현장에 도착했고, 10분 뒤인 오후 6시 55분쯤 최 회장이 입장하자 본격적으로 만찬이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셔츠나 반발 차림으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치킨과 맥주, 소주를 즐겼다. 손님들도 가득 들어찬 가게에서 진행된 공개 회동이다. 황 CEO는 다가온 손님들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사진을 찍었다.
특히 황 CEO는 최 회장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서로 주먹을 맞대며 포즈를 취하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최 회장은 황 CEO와 러브샷을 한 뒤 "나는 이제 깐부가 됐다"(So i Became a '깐부')며 웃었고, 황 CEO는 "매우 좋다"(So good)고 화답했다.
엔비디아와 SK그룹의 'AI 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라는 평가다. 두 사람은 이달 들어서만 대만에 이어 한국에서도 수차례 만나며 동맹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황 CEO는 이틀 전에도 방한 첫 저녁 식사를 최 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 함께 했다.
'러브샷'으로 동맹 확인…젠슨 황 "더 많은 HBM 필요해"
황 CEO는 식사 도중 밖으로 나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모델 삼아 만든 과자 'HBM칩'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더 많은 HBM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AI 가속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 중이다. 이들의 메모리 기술력이 없이는 엔비디아도 홀로서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 관계가 깊다.
황 CEO는 AI 기술 진화와 맞물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데 대해서는 "수요가 너무 엄청나다"며 "몇 년 동안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장 중인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불과 몇 주 전에 이 회장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훌륭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며 이번 방한 일정 중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경영진과의 만남도 예고했다.
황 CEO는 만찬에 동석한 SK텔레콤과의 협업 계획에 대해서는 "오늘날의 통신 네트워크는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것이지만, 미래에는 AI를 위해서도 사용될 것"이라며 "우리는 많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AI 시대를 위해 통신 네트워크를 재창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시민들과 소통 뒤 다시 자리로 돌아간 황 CEO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한국 방식으로 만들어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번 만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황 CEO와 최 회장을 비롯한 양사 경영진은 오는 8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다시 만나 구체적인 협력 내용에 대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야구 시구자로 두산 박정원 회장과 호흡 맞추고…게임사들과 PC방 회동까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시구와 시타를 마치고 그라운드에서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황 CEO는 2차 깐부 회동 전에는 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의 홈 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에서 시구를 하며 두산 그룹과의 끈끈한 관계도 부각했다. 황 CEO의 두산베어스 유니폼 뒤쪽에는 한글로 적힌 '젠슨 황' 이름과 엔비디아의 창립연도(1993년)을 의미하는 93번이 찍혔다. 시타자로 호흡을 맞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유니폼 등 번호는 두산의 창립연도(1896년)을 뜻하는 96번이었다.
황 CEO가 마운드에 올라 "엔비디아와 한국의 기술 산업은 함께 성장해왔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감사를 전하고 싶은 훌륭한 파트너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관중들은 함성으로 호응했다. 그가 던진 공이 높게 뜨자 시타자인 박 회장은 잠시 몸을 숙였다가 배트를 휘두르며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황 CEO와 박 회장의 시구·시타 행사는 엔비디아와 두산 간 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이벤트다. 두산그룹은 박 회장 주도 하에 반도체 소재와 후공정 전반에서 엔비디아 핵심 공급망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산그룹 내 전자BG 부문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인 '블랙웰'(Blackwell) 시리즈에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계열사인 두산테스나 역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인 '그록3'(Grok 3)의 웨이퍼 테스트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은 신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로보틱스'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 중이다. 엔비디아의 매디슨 황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는 지난 4월에도 서울 성남시의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찾아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 등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지능형 로봇 설루션과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엔비디아의 AI·로보틱스 생태계를 접목하기 위한 협의가 이뤄졌다.
한편 황 CEO는 같은 날 강남의 PC방에서 크래프톤, 엔씨 등 국내 게임업계 수장들을 비롯해 게이머들과도 직접 만나 자사의 신제품 등을 연결고리로 관계 강화에 주력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AI(인공지능) 기술은 게임 구동의 핵심 요소인 만큼, 글로벌 게임 강국인 한국의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소비자들과의 접점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관련기사: 韓 게임시장 공 들이는 젠슨 황, 엔씨·크래프톤과 'PC방 회동')황 CEO는 오는 8일에는 현대차와 LG, 네이버 등 주요 기업 사옥에도 방문할 것으로 파악됐다. 황 CEO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는 이날도 서울 중구의 유명 평양냉면집 우래옥에서 만나 약 1시간 동안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