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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표 유혹했지만…대상도 액수도 쪼그라든 기초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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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지난해 겨울 종로 1가 인근 골목에서 풀빵을 굽던 71살 박모 할아버지는 차기 대선 후보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우리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준다고 했다. 당연히 뽑겠다. 평소 하는 것을 보면 약속은 지키는 사람 아니냐"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은 대선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준다"는 매력적인 구호는 전국 각지에 플레카드로 내걸려 표를 유혹했다.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을 내걸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공약보다 앞서 나간 것이었다.

새누리당은 이 점을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중장년 노인층에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로부터 약 8개월 뒤, 민관 합동 논의기구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기초연금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원안과는 판연히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공약 후퇴를 넘어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경이다.

우선 지급 대상이 대폭 축소됐다. 기초연금의 사회적 합의를 위해 출범한 위원회는 17일 최종 결과 발표를 통해 하위 70~80%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상위 30% 노인들은 제외된다는 것으로, 인수위 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모든 노인들에게 동일한 액수를 지급한다는 공약 취지와는 다르게 10명 중 3명의 노인은 제외됨으로써 '보편적 복지'의 정신은 훼손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노동계도 지급 대상 축소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중간에 위원회를 탈퇴한 민주노총, 한국노총 조차도 여유가 있는 상위 20% 부자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재정으로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계의 시각에서도 공약이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지급 방식은 위원회에서 단일한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일괄지급보다는 차등지급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이다.

노동계와 농민계에서는 월 20만원을 일괄적으로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정을 고려해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해야한다는 의견이 위원회 내에서도 다수를 이뤘다.

차등지급을 한다면 그 기준도 논란이 된다.

위원회는 소득인정액 또는 공적연금액을 기준으로 액수를 산정하겠다고 했지만 누구를 상대로 몇 만원 깎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 급여 속에 소득과 관계없이 포함돼 있는 균등부분, 즉 A값과 기초연금을 연계시켰을 경우 국민연금 15년 이상 가입자들이 기초연금은 못받아 훨씬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을 태운다'는 속담처럼 기초연금 때문에 국민연금의 근간이 흔들릴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반비례로 연계했을 때에는 국민연금이 그간 쌓아왔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최소한 월 20만원 정액 지급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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