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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먼지 낀 알뜰폰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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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찾아 삼만리

 

과도한 통신요금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알뜰폰이 떠올랐다. 기존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쓰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본료와 통화료가 저렴하다. 하지만 이동통신시장에서 알뜰폰 가입자 비중은 3.2%에 불과하다. 알뜰폰을 구하기 쉽지 않아서다. The Scoop가 알뜰폰 찾아 삼만리에 나섰다.

"통신요금 부담되죠. 그래서 알뜰폰을 알아봤는데, 막상 돌아다녀보니 대리점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인터넷 통해 가입하려니 귀찮고. 그래서 그냥 다시 이곳으로 왔어요."

7월초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만난 30대 남성의 말이다. 비싼 이동통신요금을 줄이고자 알뜰폰을 알아봤지만 가입경로가 복잡해 기존 이통사 대리점을 다시 찾은 것이다.

알뜰폰은 2011년 7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래 명칭은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로 '이동통신 재판매사업자'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려 이동통신서비스를 실시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현재 CJ헬로비전·온세텔레콤·에넥스텔레콤·7모바일 등 7~8개 업체가 영업 중이다. 대형 이통사의 튼튼한 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통화품질 차이도 거의 없다.

◈ 알뜰폰 찾아 삼만리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요금이다. 한 알뜰폰 통신사의 요금제를 예로들면 일반요금제의 경우 기본료 없이 초당 4원이다. 프리미엄 요금제는 하루 330원의 기본료에 초당 1.8원이 계산된다. 소비자가 통화성향에 따라 적절한 요금제를 선택한다면 대형이통사보다 경제적인 건 틀림없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알뜰폰 서비스 이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알뜰폰 서비스 이용요금은 기존 이동통신사에 비해 월평균 41.3% 저렴하다. 하지만 알뜰폰은 생각보다 번거로운 게 많다. 무엇보다 취급대리점이 많지 않다. 최근 편의점이 알뜰폰 판매를 시작했지만 실제 구매자는 많지 않다.

7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일대의 편의점. 취재차 방문한 편의점은 CU 4곳, GS25 3곳, 세븐일레븐 3곳 등 모두 10곳이었다. 그중 알뜰폰을 취급하는 점포는 명보극장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 한곳뿐이었다. '알뜰폰을 판매한다'며 편의점 업계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에 비해 초라한 결과다.

알뜰폰을 취급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진열할 공간도 없고, 복잡하기도 하고" "알뜰폰을 판매하라는 공문은 왔는데 워낙 찾는 사람이 없어서"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알뜰폰이 뭐냐"고 묻는 종업원도 있었다. 알뜰폰을 파는 점포 역시 '전시'는 하지 않았다. 카운터 아래 서랍에 보관해 둔 기기를 겨우 찾아 내놓았다. 중국산 피처폰으로 판매가격은 8만4900원이었다. 오랫동안 찾는 사람이 없었는지 박스엔 먼지가 끼어 있었다.

국내에선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1월 처음 알뜰폰 판매를 실시했다. 이후 올 1월 CU가 판매를 시작했고, 올 2월 GS25가 뒤를 이었다. 세븐일레븐 홍보실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잘 팔리는 곳도 있고 안 팔리는 곳도 있기 때문에 판매부진을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럼 알뜰폰이 잘 팔리는 곳은 어디일까. 7월 23일 오후 2시 세븐일레븐 소공점, 알뜰폰 판매가 원활하다며 세븐일레븐 본사가 추천해준 곳이다. 편의점 3개 정도를 합쳐놓은 듯한 널찍한 매장이었다. 카운터 바로 옆에는 여러 대의 알뜰폰이 진열돼 있었다. 이대연 세븐일레븐 소공점장은 "취급하는 모델이 12~13개"라며 "알뜰폰을 문의하러 온 고객이 일반 상품도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포 측에서 밝힌 알뜰폰 판매대수는 일주일에 5~6대. 하루에 1대가 채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편의점에선 기기만 판매할 뿐 가입은 할 수 없었다. 알뜰폰에 가입하려면 이통사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한다.

오프라인 대리점에서도 할 수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 18개 중 오프라인 대리점을 둔 업체는 2개에 불과하다. 13개 업체는 홈페이지에서만 가입할 수 있게 돼 있다.

문제는 가입만이 아니었다. 서비스에도 제약이 많았다. SK텔레콤의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업체는 단말기에서 본인인증 서비스를 할 수 없다. 망을 빌려주는 SK텔레콤에서 본인확인 대행을 해주지 않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해당 알뜰폰으로는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등의 서비스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KT와 LG유플러스는 알뜰폰업체의 본인인증을 대행하고 있지만 관련법 적용이 애매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선 '본인인증 서비스 불가'가 알뜰폰 가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본다.

◈ 대리점 부족해 불편

이런 단점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알뜰폰 가입률은 유럽국가에 비해 매우 낮다.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시장에서 알뜰폰 가입자 비중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20%를 넘고 영국과 프랑스도 10%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2%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럽선진국은 이동통신시장 출범 초기부터 알뜰폰 제도를 병행했다. 대리점이 많아 가입절차도 수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알뜰폰 사업이 부진하자 가입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섰다. 우체국 지점을 활용해 알뜰폰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9월 중 실시하는 것으로 계획은 잡혀 있으나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우체국에서 가입하는 알뜰폰...대리점 부족 한방에 해결할까

우체국에서도 알뜰폰 가입이 가능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9월부터 우체국에서도 알뜰폰 가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체국의 알뜰폰 판매대행은 미래창조과학부가 가계 통신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내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가구당 월 평균 통신비는 15만원을 넘는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가계의 통신비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우체국에서의 알뜰폰 판매는 박 대통령이 공약을 실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알뜰폰을 이용하면 일반 이동통신사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최대 40%가량 통신비 절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알뜰폰 가입자는 생각만큼 늘지 않고 있다. 대리점 부족으로 가입이 쉽지 않아서다.

우정사업본부가 알뜰폰 판매를 대행하면 약 3700개에 달하는 전국 우체국 지점망을 이용할 수 있다. 우체국의 특성상 읍면 단위까지 고르게 지점이 퍼져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외딴 지역 소비자까지 알뜰폰을 접하기 편해지는 것이다. 업계에선 우정사업본부가 나서면 연내 알뜰폰 가입자 250만명 돌파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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