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를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나라 학교에 인권이란 담론은 너무 거추장스러운 것일까. 지난 2010년 경기도에서 국내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지도 만 3년. 하지만 아직도 전국 곳곳에선 제정과 폐기를 놓고 진보와 보수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서고 있다. 특히 서울의 학생인권조례는 보수 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의 취임이후 교육 현장에 정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되지도 않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이 많았다고 털어놓는가 하면, 인권교육을 강화해 조례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CBS노컷뉴스는 갈팡질팡하고 있는 학생인권의 현재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
①학생인권, “그때그때 달라요”
②김상곤과 거꾸로 가는 문용린, 학생인권 이념의 문제인가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학생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날 경우 교사는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경기도(교육감 김상곤)와 조례 개정 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시(교육감 문용린)의 입장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7일 “학생들이 유해 물질을 소지할 경우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용린 시울시교육감이 취임 초 “학생에게서 담배 냄새가 나는데도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없는 것은 문제”라며 밝혔던 조례 개정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일반 시민들도 불심검문을 당하면 기분이 나쁜 것처럼 소지품 검사는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체내 니코틴 농도 측정을 통해 흡연 여부를 가려내고 그에 맞는 지도 및 처벌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학생의 잘못이 있더라도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지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인권조례, 체벌 억제 효과 뚜렷이처럼 두발·복장의 자유, 체벌 금지, 임신과 출산 및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힘겨루기가 여전하지만 최근 학생들의 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와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는 전국 초·중·고 81개교 학생 2,921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진행한 ‘전국 학생인권·생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인권조례 시행 이후 처음 실시된 전국 단위 조사였다.
조사 결과 학교 현장에서 조례가 학생인권 신장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확인됐으며, 조례가 시행되는 지역에서 체벌 억제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조례가 있는 광주·경기·서울 지역(7월부터 시행된 전북은 제외)에서 체벌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학생이 58.7%였던데 반해 인권조례 미시행 지역은 그 비율이 39.8%로 떨어졌다.
일주일에 1번 이상의 체벌이나 언어폭력을 경험한 학생도 인권조례 시행 지역 학생은 28.2%에 불과했지만 미시행 지역은 2배 가까운 49.8%였다.
조영선 전교조 학생인권국장은 “조례가 시행되는 지역에서도 완전히 인권침해가 근절된 것은 아니지만 미시행 지역과 비교했을 때 인권조례가 확실히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학생인권 vs 교권’, 대립 아닌 조화 이뤄야인권조례를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흔히 학생인권과 교권을 상충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인권조례 때문에 학생지도가 힘들어지고 교권이 추락한다는 얘기다.
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