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십만 명이 오가는 지하철 신도림역의 승강장 기둥이 '피사의 사탑'처럼 기운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는 정작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것으로 밝혀져 시민들의 불안만 키우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역사. 이 곳 지하 2번 홈 남측계단 앞 기둥은 육안으로 봤을 때도 마치 '피사의 사탑'처럼 오른쪽으로 약 5도 가량 기울어져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 조모(63) 씨는 비뚤어진 기둥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역인데 보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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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63) 씨는 "지하인데 위험해 보인다"면서 "(담당자들은)괜찮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수진(18) 군 역시 "다른 기둥들은 멀쩡한데 이것만 왜 이러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철도공사 측은 기둥이 기울어지기 시작한 시점이나 원인은 물론, 심지어 이러한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신도림역은 지난 2011년 12월 20일 신축공사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현재 역사 곳곳에서는 출입을 통제하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가 된 기둥 뒤의 구역 역시 공사 구역이다. 현재 기둥 뒤편 구역은 패널로 막고 통제 중이며 내부는 공사 자재를 쌓아놓는 등 공사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신축공사를 하다가 기둥이 기울어진 게 아니냐"며 불안감을 내비쳤지만, 신도림역 신축공사 감리사는 "그럴 리 없다"고 일축했다.
신동선 책임감리원은 "신축공사를 시작한 뒤 해당 기둥과 기둥이 세워진 바닥 부분 등에는 공사가 시행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둥이 기울어질 정도면 기둥 표면의 타일이 깨지는 등 균열이 발생했을 텐데 그런 흔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원인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파악이 안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신축공사 중에 건물내 변형이나 이상 징후가 생기면 실시간으로 파악되도록 계측기를 역사 내에 80여 개 설치해 놨지만, 공사를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이상 징후가 감지된 바 없다는 것.
하지만 막상 문제의 기둥에는 계측기가 달려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감리사 뿐 아니라 한국철도공사 본부 역시 기울어진 기둥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철도공사 수도권서부본부 장병하 대리는 "기둥이 기울어졌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보지 않고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루 50만 명이 움직이는 신도림 역사에서 갑작스러운 기둥 붕괴나 천장 균열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역사 측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대피 조치 및 대책에 대해서도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신도림역 이인영 역장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민들은 어떻게 대피하느냐'는 질문에 "매뉴얼은 있다"면서도 "본부에서 관리할 문제"라고 했다.
신축공사 감리단 측은 "공사 단계에서 계측기의 비상경보가 울리게 되면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정밀 점검에 들어간 뒤, 이상을 확인한 후 열차를 통과시킨다"고 답변했다.
철도공사 측은 기둥이 기울어진 걸 비로소 알게 된 이날 밤 부랴부랴 해당 기둥 위 천장 콘크리트 등을 긴급 점검했다.
공사 측은 "진단 결과 기둥의 상부가 좀더 두껍게 만들어져서 겉보기에 기울어진 걸로 보일 뿐, 안전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