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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했던 우리 아빠 '잔소리꾼' 전락…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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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 인생2모작 준비 안하면…

 

NOCUTBIZ
얼마전 퇴직한 A씨. 대기업 임원을 지낸 그는 '스마트한 상사'의 표징이었다. 그러나 퇴직 후 그는 180도 달라졌다. 잔소리꾼도 이런 잔소리꾼이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지난해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진행한 'Retirement on focus'를 독자들의 요청으로 모아봤다. 라이프 사이클별 은퇴준비법이 담겨 있다.

우리는 '퇴직'이란 말에 다람쥐 쳇바퀴 같았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한없이 무거웠던 책임감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시간에서 만끽할 자유를 상상한다. 이런 저런 제약으로 못했던 등산이나 여행을 가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계획한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퇴직과 현실의 퇴직은 괴리가 큰 듯하다. 세계 유일의 초고령 국가 일본에서 「퇴직 후 가난뱅이 아버지가 되지 않는 6가지 방법」이란 책이 나왔는데, 그 내용이 이런 사실을 보여준다. 얼핏 보면 이 책은 가난뱅이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돈을 모으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책은 퇴직자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과 계획이 인생 100세 시대에는 '약보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약보다 독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생각들 6가지를 예로 들며 '퇴직자들이 빠지기 쉬운 6가지 함정'이라 표현한다. 6가지 함정이란 ▲ 나는 회사에서 일 잘하는 훌륭한 상사였다, ▲ 부인과 퇴직 축하 여행을 화려하게 가고 싶다, ▲ 퇴직 후에는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친구를 만들겠다, ▲ 아이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지원해 줄 생각이다, ▲ 퇴직금을 받으면 부동산 투자로 임대수익을 올리겠다, ▲ 퇴직금은 은행에 넣어 둘 생각이다 등이다.

생각했던 퇴직과 현실과의 괴리

퇴직 전의 이런 생각들이 왜 퇴직 후 퇴직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함정이 되는 것일까. 각 함정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나는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은 회사에서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낸다.

이런 생각은 퇴직 후의 가정생활에서도 고스란히 행동으로 표현될 수 있는데, 문제는 아내에 대한 간섭과 잔소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퇴직한 남편이 아내를 불러 놓고 가계부 쓰는 요령과 예산 설정의 중요성에 대해 목청을 높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아내의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잔소리꾼이 생겨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퇴직 후 아내와의 행복한 생활을 원한다면 퇴직 전의 일 잘하는 본인의 모습은 회사에 남겨두고 퇴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직장에선 훌륭했던 당신이 가정에선 최악의 잔소리꾼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부인과 퇴직 축하 여행을 화려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은 과소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한번 높아진 생활수준은 쉽게 낮출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퇴직금 등의 목돈이 생겨 감정에 치우친 충동적인 소비를 하기보다는 길어진 인생을 고려한 계획적인 소비가 필요하다. 퇴직여행보다 중요한 것은 노후자금 마련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퇴직과 현실의 퇴직은 괴리가 크다. 「퇴직 후 가난뱅이 아버지가 되지 않는 6가지 방법」이라는 책에 소개된 '퇴직자들이 빠지기 쉬운 6가지 함정' 중 셋째는 '퇴직 후에도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친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취미활동은 각종 준비비용을 요구하는데 친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저런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면 예상하지 못한 과대지출에 시달릴 수 있다.

넷째는 '아이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지원해 줄 생각이다'는 것이다. 자녀 교육비 지원은 한도액 설정이 필요하다. 길어진 수명을 반영한 노후 생활비와 의료비를 계산하고 어느 정도 자녀 교육 지원을 할 수 있을지 미리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퇴직금을 받으면 부동산 투자로 임대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이다.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올리면 다행이지만 그 전에 반드시 실질 투자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 부동산 업자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수익률에 속지 말고 관리비ㆍ유지비 등 기타 비용을 고려해 실질 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 투자 시에는 반드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100세 시대 대비한 은퇴계획 필요해

여섯째는 '퇴직금은 은행에 넣어 둘 생각이다'는 것이다. 사실 가장 안전하고 좋은 생각이다.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 은행에 돈을 넣으면 리스크 없이 이자를 챙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의 저금리와 높은 물가상승률로 은행에만 퇴직금을 넣어 두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투자에 대한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우리는 퇴직 전의 보편적인 생각과 행동이 퇴직 후에도 통용될 것이라는 막연한 전제로 '인생의 2막'을 설계한다. 그렇다 보니 퇴직 전에 생각했던 많은 계획이 퇴직 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은퇴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내용 중 하나는 인생 80세 시대의 사고思考 패러다임을 하루빨리 인생 100세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 후에는 남녀의 가치관, 입장 차이의 이해는 물론 출세나 상하관계를 배제한 새로운 가치관 정립이 필요하다. 더욱이 예전보다 길어진 수명으로 인해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은퇴자금 계산과 은퇴 후 생활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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