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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또'?…점증하는 아르헨티나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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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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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간) 오전 9시까지도 아르헨티나 최대의 가전제품 도매상인 '가바리노'에선 삼성 갤럭시 S4 한대가 7천999 페소(약 108만원)에 팔렸다.

그러나 고작 6시간 후인 오후 2시53분이 되자 이 가격은 1만1천518 페소로 껑충 뛰었다. 이날 하루 만에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가 12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락하며 그만큼 물가도 급작스레 뛴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국 언론은 지난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며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아르헨티나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폭락 등으로 13년 만에 다시 한번 위기설에 휩싸이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20%가 떨어지며 달러 당 8페소까지 치솟았다. 2011년 520억 달러였던 외화보유액은 7년 만의 최저치인 293억 달러까지 감소하며 중앙은행은 사실상 환율 방어를 포기했다.

떨어지는 통화가치에 물가는 치솟고 있다. 올해 민간기관의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무려 30%에 달한다. 국민은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페소를 달러로 바꾸고자 달러매매 규제를 피해 암시장을 찾고 있다. 암시장에서 페소는 현재 달러 당 13.1페소(23일)로 공식 환율과 괴리가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위기 가능성이 촉발된 것은 표면적으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와 함께 원자재 시장의 가장 큰 손인 중국의 성장둔화 가능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 밑바탕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그의 후임이자 부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 깔려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대부분의 생필품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 원자재 시장 호황기에 콩, 옥수수 등 주력 생산품의 수출이 크게 늘며 저환율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각종 사회정책에 정부재정을 투입할 수 있었다. 국가부채가 늘면 돈을 찍어 갚는 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에 원자재 시장이 크게 침체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수출이 줄고 달러화 유입이 마르며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평가절하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이 방어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24.6% 하락했다. 물가도 그만큼 더 치솟았다.

월가 투자업체 캐러벨매니지먼트의 케글러 소멕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그간 외화보유액을 풀었지만, 자본유출은 그다지 멈추지 않았다"며 "결국 제한된 외화보유액 때문에 지속적으로 통화를 방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불안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경찰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 틈을 타 식료품점 약탈이 전국에 들불처럼 번졌다. WSJ는 "이는 지난 2001년 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카를로스 드 앙젤리스 부에노스아이레스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곧 시작되는 연례임금협상에서 노동조합 측이 얼마나 임금인상을 요구할지"라며 "이는 아마도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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