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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만에 고립 벗어난 강릉 언별리 80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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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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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인자(이제) 막 들어왔잖소. 기계가 지금 우리 지비(집) 마당꺼정(까지) 눈 치러 들어왔다니깐. 인자 나가(내가) 댕길(다닐) 수 있으니까 숨통이 확 트이지 뭐…허허."

17일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언별1리 3반 단경골계곡.

강릉 지역에서 유일하게 고립마을로 남아있던 이곳에서 주민 강운식(80) 할아버지는 폭설로 고립된 지 12일 만에 집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씨 할아버지는 "시골 사람들은 월동 준비를 잘하기 때문에 불편한 건 없었다"면서도 "눈이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온건 생전 처음 봤다"며 이제야 안도하는 듯 큰 숨을 내쉬었다.

눈은 지난 14일 그쳤지만 쌓인 눈이 워낙 많고 길이 나빠 강씨 할아버지 집까지 제설장비가 밀고 들어오는데 자그마치 3일이나 더 걸렸다.

단경골계곡은 강릉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16㎞ 정도 떨어진 만덕봉 자락에 있다. 마을 버스정류장에서도 4㎞나 더 들어간 골짜기에 강씨 할아버지의 작은 집이 있다.

겨우내 먹을 음식들과 화목 보일러용 땔감을 넉넉히 마련해둔 게 천만다행이었다.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붕 양철 처마가 휘어져 내리긴 했지만, 할아버지와 40년을 함께해 온 집은 지난 12일간도 잘 버텨주었다.

다행히 전기가 끊기지 않아 매일 면사무소 직원들과 마을 이장·반장의 전화를 받으며 "혼자서도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아라"며 안부도 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감기에라도 걸려 혼자 앓아눕지 않은 게 가장 다행인 일이었다.

이날 오후 드디어 집 앞에 길이 뚫리고 오랜만에 사람 구경을 한 강씨 할아버지는 "숨이 다 트이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아침부터 마당에 싸라기눈이 또 막 쏟아지고 있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강씨 할아버지는 "눈이 30㎝가 더 온다던데 인제 그만 왔으면 좋겠다"면서 "대피고 뭐고 마을 아래까지 10리가 넘는데 어디에 가 있을 데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언별1리 3반 단경골계곡에 고립됐던 4가구 중 강씨 할아버지를 포함한 3가구가 이날 고립에서 벗어났다.

지난 15일 주민 이모(55·여)씨가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대의 도움으로 헬기 구조됐고, 16일에는 주민 권모(70)씨가 4㎞를 걸어나와 자력으로 고립된 집에서 빠져나왔다.

마을입구에서 계곡 골짜기로 8㎞ 정도 들어간 지점에 있는 1가구 주민 3명은 여전히 폭설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이지만, 별다른 건강상의 이상 없이 외부와 연락도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면은 현재 굴착기와 불도저 등 제설장비 5대를 투입해 6일째 연일 제설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지막 1가구까지는 3∼4㎞가 더 넘은 상황이다.

눈이 또 내리기 시작하면서 밤낮으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일(18일)까지 도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장에서 불도저로 제설 작업을 하는 남창형(53)씨는 "불도저로 일단 길을 내고서 굴착기로 공간을 넓히면서 눈을 옆으로 쌓아올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눈이 워낙 많이 온대다가 경사가 급한 골짜기 길을 올라가느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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