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가 1000m를 통해 진짜 여왕 자리에 오른다. (소치=대한체육회)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전. 두 바퀴를 남겨놓고 '막내' 심석희(17, 세화여고)가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그리고 심석희는 마지막 코너에서 중국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열일곱 막내가 팀의 에이스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의 첫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심석희의 금메달 행진은 쭉 이어진다. 1,500m 은메달, 3,000m 계주 금메달에 이어 이번에는 1,000m(22일)다.
심석희의 키는 173cm. 쇼트트랙 선수는 꽤 큰 편이다.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지만 긴 다리를 앞세운 추진력이 일품이고, 순간적으로 치고나가는 힘이 좋다. 큰 체격 덕분에 몸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유연성도 갖추고 있어 큰 키에도 자세가 굉장히 낮고 안정적이다. 심석희가 스타트가 중요한 500m보다 장거리에 속하는 1,000m와 1,500m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배짱 하나는 그야말로 타고났다. 풋풋한 여고생이지만, 일단 레이스가 시작되면 절대 주눅드는 법이 없다. 중요한 순간에는 승부사 기질까지 발휘한다.
기록만 살펴봐도 1,000m에서 심석희의 적수는 없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12-2013시즌에 세 차례, 올 시즌에 세 차례씩 월드컵 1,000m 정상에 올랐다. 1,000m 세계랭킹은 단연 1위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인 셈이다.
한국 쇼트트랙은 처음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부터 매 대회 다관왕을 배출했다. 그리고 소치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심석희의 우상도 전이경과 진선유다. 둘 모두 올림픽 다관왕이다.
심석희의 별명은 '차세대 여왕'이다. 이제 진짜 여왕의 즉위식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