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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성적체계 개편 "비상식적 비밀주의로 비난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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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 한번 없이 수뇌부가 자의적으로 '소급적용'까지 검토

육군사관학교 74기 입학식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 캡처)

 

육군사관학교가 올해부터 일반과목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체육과 훈육평가의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성적체계를 개편하면서 '소급적용'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거세다.

육사는 올해부터 성적 산출 방식에 있어서 학과 교육인 일반학의 비중을 73%에서 42%로 낮추고 그 대신 군사학·군사훈련을 14%에서 25%, 체육은 3%에서 17%, 훈육은 10%에서 17%로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전투형 부대 재창출을 목표로 지난 1년간 연구 결과에 따라 리더십 등의 기본 자질과 야전 임무 수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육사의 설명이다.

이같은 성적개편에 대해 군 내부에서는 육사의 설립 목적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육성하는 게 아니라 군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육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방향은 맞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하지만 체육과 훈육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현행보다 여생도에게 불리할 수 있어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여생도의 경우 일반과목의 성적이 우수한 대신 상대적으로 체육과 훈육 평가 점수가 낮은 편이다.

특히, 지난 2012년과 2013년 졸업생 수석을 모두 여생도가 차지하자 육사가 이를 막기 위해 이같이 성적체계를 개편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논란이 일자 육사는 체육 평가에서 남생도와 여생도의 체력기준을 달리하는 등 나름대로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학군사관(ROTC) 후보생 군사훈련 평가에서 성신여대와 숙명여대가 2회 연속 1위를 차지하자 순위제에서 등급제로 평가방식을 바꿔 여풍 차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에는 공군사관학교가 졸업성적 1등인 여생도의 체력평가를 문제삼아 2등인 남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수여하려다 성차별 논란에 부딪혀 결정을 번복하는 등 예비 장교 육성과 관련해 성차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육사가 새로운 개편안을 마련한 뒤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존 평가체계에 의해 성적이 산출된 학생들에게까지 소급적용하려 했다는 점이다.

육군 관계자는 이날 "지금 졸업생부터 소급적용하기로 했다가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기존 산정 방식대로 하기로 했다"며 "이미 기존 방식대로 해서 성적을 산출했는데, 새로운 방식을 소급해 적용했을 때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소급적용 검토 사실을 인정했다.

육사 졸업생들은 졸업성적을 바탕으로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등 각종 수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졸업성적은 군 생활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각종 인사고과에 영향을 준다.

이처럼 생도들에게 있어서는 앞으로의 군 생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성적을 육사 수뇌부가 자의적인 결정에 따라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소급적용'까지 하려 했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이런 의사결정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폐쇄적인 군대 문화와 군 내부에 만연한 비밀주의가 한 몫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육사는 성적체계 개편안을 외부에 철저하게 숨겨왔다. 실제로 육사는 성적체계 개편안에 대해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은채 수뇌부 몇몇이 모여 개편안을 '이미' 결정했다.

육사는 뒤늦게 오는 3월 초순에 공청회를 열어 학부모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육사가 이날 밝힌대로 성적체계 개편 적용은 이미 결정된 것 사안으로 '뒷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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