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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자살 부른' 태권도 승부조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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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1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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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모르는 점조직 방식…서울 태권도협회 전무 등 무더기 적발

 

"인천에서 벗어나면 될 줄 알았는데 또 만나다니…"

작년 5월 28일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태권도 핀급 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아들의 시합을 지켜본 아버지 전모씨는 복장이 터졌다.

5대 1로 이기던 아들은 경기 종료 50초 전부터 심판 차모(47)씨로부터 경고를 내리 7번이나 받자 크게 흔들렸고 결국 7대 8로 역전패했다.

인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한 전씨는 인천 지역 심판이던 차씨가 유독 편파판정을 심하게 한다고 여겨 아들을 서울로 유학을 보낸 터였다. 그런데 어느새 차씨가 서울 지역 심판으로 나와 또다시 아들의 경기를 망쳐놓은 것이다.

울분을 삭이지 못한 전씨는 며칠 뒤 차씨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그때도 차씨가 단순한 '하수인'이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전씨의 자살을 계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그날 경기에서 서울시 태권도협회 사무국장이 연루된 조직적인 승부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조사 결과 상대 선수 아버지인 모 대학 태권도학과 교수 최모(48)씨가 중·고교·대학 후배인 모 중학교 태권도 감독 송모(45)씨에게 "아들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입상 실적을 만들어달라"고 청탁하면서 승부조작이 시작됐다.

청탁은 다시 서울시 태권도협회 김모(45) 전무로 이어졌고 김 전무의 승부 조작 지시는 협회 기술심의회 의장 김모(62)씨, 협회 심판위원장 남모(53)씨, 협회 심판부위원장 차모(49)씨를 거쳐 문제의 심판인 또 다른 차씨에게 건네졌다.

이는 철저한 점조직 방식으로 진행돼 심판 차씨는 윗선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승부조작 지시는 태권도계에서는 '오다'라고 불린다고 경찰 조사를 받은 심판들은 털어놨다.

오다는 명령을 뜻하는 '오더'(Order)의 잘못된 표현으로, 태권도에 전자호구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심판이 특정 선수에게 경고를 주는 방식으로 오다를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협회는 매년 상임심판 100여명을 선정해 놓고 심판위원장이 심판 배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고 있으며, 일당 6만∼8만원을 받고 시합에 불려나가는 심판들은 이런 오다를 무시했다가는 어느 순간 심판에서 제외될 수 있어 소신 판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전씨 아들의 경기에서 이뤄진 편파 판정의 대가로 돈이 오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학교로 밀접한 연이 형성돼 있는 태권도계의 특성상 학연 때문에 승부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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