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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男농구 노메달' 인천에서 무너진 만리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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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중국과 이란전이 끝나고 패인 분석을 위해 이란의 니카 바라미를 둘러싸고 취재하고 있는 중국 취재진의 모습 (사진 제공=점프볼)

 


작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바라본 중국 기자들은 농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자국 경기가 끝나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남은 타국 경기들을 관전하는 기자들이 많았다.

중국과 대만의 8강전이 끝난 뒤에는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중국-대만전은 프라임 시간대인 오후 7시에 열렸다. 중국은 전반 한때 20점 차 가까이 앞서가다 78-96 역전패를 당했다.

중국이 대표 2진을 파견한 2007년 대회(베이징올림픽 예선을 겸한 대회로 개최국 중국은 이미 진출권을 갖고 있었다)를 제외하면 중국이 아시아선수권에서 4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38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 상대가 대만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내가 국가대표 생활을 하면서 대만에게 진 것은 처음"이라는 터줏대감 왕즈즈의 인터뷰가 모든 것을 설명해줬다.

중국과 대만의 경기가 끝나고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이 이어졌다. 경기장에 남아있는 중국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술이라도 한잔 하러 간 것 아니겠냐는 추측도 있었다. 중국이 받은 충격은 감독, 코치, 선수, 관계자 그리고 기자들의 표정에서도 뚜렷히 나타났다.

1년 후 한국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초 중국이 1년 전 '필리핀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아시안게임에 총력전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예상과는 달랐다. 중국은 20대 초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려 인천을 찾았다.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사령탑의 교체다. 그리스에서 명성을 날렸던 지도자인 야나키스 파나지오티스 감독은 필리핀 대회가 끝나자마자 경질됐다. 중국 농구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을 받았다.

대회 첫 경기에서 중국을 눌렀던 대표팀의 유재학 감독은 "상대 가드가 하루종일 공을 치고 다녔다. 중국이 저렇게 농구를 하면 안된다"고 오히려 걱정했을 정도다.

공루밍 감독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파격적인 인사였다.

공루밍 감독은 중국을 세계 8강으로 이끌었던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의 영웅이다. 선수로 출전해 이끈 것이 아니다. 올림픽 대표팀의 감독이었다.

왕즈즈, 멍크 바티어, 후웨이동 등 황금세대와 함께 영광의 시대를 창조했던 영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우려도 많았다. 공루밍 감독은 아시안게임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10년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다.

결과적으로 공루밍 감독이 다시 나선 중국 남자농구는 인천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중국은 한수 아래로 여긴 일본에게 패하면서 흔들렸고 기적같은 승리가 필요했던 아시아 최강 이란에게도 무릎을 꿇고 말았다.

중국 남자농구가 아시안게임에 처음 참가한 1974년 이래 중국이 메달을 갖고 돌아가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이란에게 패하고 4강 진출 실패가 확정된 지난 2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의 분위기는 경찰이 피의자를 취조하는 분위기와 다를 바 없었다.

"아시아 정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실력 발휘가 안된 것 아닌가", "그동안 대표팀은 주로 유럽에서 전지훈련과 연습경기를 치렀는데 이게 잘못된 방식이었던 것 아니냐" 등 중국 기자들의 날선 질문들이 쏟아졌다.

공루밍 감독은 "열심히 했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 디테일한 전술을 준비하지 못한 내 탓이 크다. 이번 대회는 우리 어린 선수들에게 정말 좋은 기회이고 영광이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공루밍 감독은 앞서 일본전 패배 직후에는 "상대가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얕잡아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알게 됐다. 내 잘못이 크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중국 남자농구는 결국 고개를 숙인 채 쓸쓸히 인천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한때 아시아를 호령했던 중국 남자농구가 이대로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공루밍 감독은 현 대표팀 멤버들을 데리고 2015년 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인 이젠렌을 비롯해 여전히 기량이 출중한 베테랑들을 더 이상 부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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