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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의 적은 남자 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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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자료사진)

 

우리 국군의 막장이 계속 폭로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군 성폭행 범죄 현황이 등장했다.

“2010년 3건, 2011년 6건, 2012년 12건, 2013년 16건, 2014년 1월에서 6월까지 10건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범죄를 규정하는 용어에 따라 숫자는 달라진다. 성폭행범죄가 아니라 성추행, 희롱 등을 포괄적으로 따지면 숫자는 늘어난다. 여군 성 군기 피해 ... 2010년 13건 ... 2013년 지난해에는 59건, 올해는 34건, 최근 5년간 확인된 피해 건수가 132건이다. 이 가운데 강간, 성추행, 간음으로 여군이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 사건이 83건. 피해 여군은 하사가 60%로 가장 많다. 여군 부사관이면 20살에서 23살 정도가 주 연령층이다. 딸 같고 막내 여동생 같은 동료를 이래도 되는 걸까?



분명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드러나지 않은 범죄와 피해 건 수는 얼마나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8월 군인권센터 등이 여군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9%, 5명 가운데 1명꼴로 성적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를 입었다는 경험자 가운데 83%는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당했다고 말한다. 대응해도 소용없고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웠다는 것이다.

성범죄의 양태는 사회나 군이나 다를 바 없다. 과일에 비유하고 성관계를 요구하고 모욕을 느끼도록 희롱하고 그리고 강제로 추행하는 것이다. 특히 가해자들은 주로 여 부사관들의 장기복무 예정을 트집거리로 삼거나 장교 진급을 보장하겠다며 약점을 잡아 위협했다. 자살한 오 모 대위도 “하룻밤만 같이 자면 군생활을 편하게 해 주겠다”는 직속상관 노 모 소령의 위협과 성희롱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떠밀려갔다.

윗물이 이러면 아랫물도 별 도리가 없다. 국군 지휘관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관학교에서도 남자 상급생도가 하급 여생도를 교내에서 성폭행해 교장이 책임을 져야했다. 부대 회식 자리에서 여군의 신체를 더듬고, 회식 후 특정 장소로 불러 성추행하는 유형도 많다. 부대의 행정실이나 훈련장은 국가 공무가 집행되는 공간이다. 국가방위 책무를 짊어진 군대의 이런 장소에서 버젓이 행해지는 성폭행.성희롱 사건은 군전력을 와해시키는 국가보안 상의 문제다.

더 나쁜 건 그러고도 일단은 여군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화장을 평소에 그렇게 짙게 하고 다니니까 남자들이 그러는 거 아니냐 ... ’
‘너무 잘 웃으니까 그리 되는 거야 ... ’
‘밥 사준다고 덜컥 따라 가냐 ...’
범죄의 피해자에게 이렇게 질책하는 것 역시 성적 폭력에 속한다.

◈ 아군에게 눈 뜨고 당하는 게 여군 ?

육군 참모총장이 ‘성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법에 의거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얼마나 믿어야 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상관의 성추행으로 여군 장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가해자 재판이 진행되며 군기강 일제 점검에 들어갔을 기간 중에도 10건의 여군 성폭행 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군의 기강해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다. 물론 어느 나라 군대나 성범죄로 골머리 앓는다. 미군의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2012년 2만6000건의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했다. 역시 증가 추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성범죄에 연루되면 군사재판에 회부하거나 불명예 제대, 혹은 직위를 박탈할 것이라고 강조할 정도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대통령 지시대로 엄격히 다룬다.

지난해 6월, 주일 미 육군사령관에서 보직해임된 해리슨 소장은 곧 한 단계 강등돼 준장으로 퇴역했다. 성범죄 발생을 즉각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리하려 했다는 것이 처벌의 이유였다. 미군은 거기서 더 나아가 한 계급 강등에 강제퇴역조치까지 벌였다. 우리 군이라면 사령관이 보직을 내려놓고 물러서면 그 정도로 충분하다거나 지나친 처벌이라 했을 일이다.

그런 분위기를 반증하는 것이 성폭력범죄 처벌 현황이다. 군 법원의 처리는 총 37건의 여군 성폭행 사건 중 단 1건에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을 뿐 나머지는 집행유예 3건, 벌금 1건, 선고유예 3건, 기소유예 9건, 공소기각 및 공소권 없음 15건 등으로 처리했다. 여군이 근무하는 부대의 기강 점검이 아니라 군 지휘부와 사법부을 포함해 전군이 기강을 새롭게 해야만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장군으로 진급한 우리 여군 지휘관의 인터뷰 중 이런 대목이 있었다.

- 왜 여군 이 되셨습니까?

“군은 남녀차별 없이 계급에 맞는 직위를 부여받는 곳이고 가장 확실하게 애국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후배 여성들이 여군을 택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 말하고 싶다.”

이 나라 국군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군의 전면 쇄신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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