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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6개월, 더 깊어진 고통] ④ 사고 이후 아빠는 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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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교사로, 자원봉사자로 변한 세월호 아빠들의 삶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CBS노컷뉴스는 참사 반년이 지나도록 진상 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희생자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과 슬픔에 빠져 있는 참담한 현실을 짚어 보는 기획 [세월호 참사 6개월, 더 깊어진 고통]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무능한 정부, 부모들의 피눈물
② 일베에서 정부·여당까지… 패륜시대
③ 잊혀지는 팽목항

④ 아빠는 네가 되었다

아직 진도에는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남아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화성의 한 납골공원 3층. 흰색 모자를 푹 눌러쓴 남성이 납골당 안으로 들어섰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유골함을 하나하나 훑어 내려가던 남성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초원아 아빠 왔다. 아이들이랑 잘 있었니?"

4월 16일은 딸의 생일이었다. 단원고 교사인 딸은 배 위에서 반 아이들과 함께 27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마지막 생일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故 김초원 씨의 아버지 김모(55) 씨는 단원고 학부모들의 '선생님'이 됐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똑같았지만 교사라는 책임감과 미안함이 더 컸다.

딸의 발인식을 마치고 김 씨는 딸아이가 담임을 맡았던 반 아이들 22명의 빈소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제대로 인솔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학부모들에게 무릎도 꿇었다. 딸이 떠난 뒤에도 '교사'의 역할을 하는 김 씨를 부모들은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부모님들이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회사 다닐 때는 상무님이었는데 이제는 직업이 바뀌었죠(웃음). 사고 나고 경황이 없을 때 우리 반 부모님들 생계 지원비나 실업 급여 받는 것도 제가 많이 도와드렸어요."

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특별법 제정에 매진하고 있지만 "보상금 얼마나 받았냐"는 주위의 관심은 김 씨를 더욱 힘들게 한다.

"보상금은 커녕 보험금 10원도 받은 것 없어요. 어떤 분은 '집에 가만히 있으면 나라에서 보상 다 해 줄 텐데 왜 나와서 고생이냐'고 하시지만 아버지들은 우리 딸들이 왜 억울하게 죽어야만 했는지 그걸 알고 싶을 뿐입니다."

단원고 2학년 故 김모 양의 아버지 김모(50) 씨는 외동딸을 잃은 뒤 진도의 자원봉사자가 됐다.

아직 차가운 바다에서 올라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 옆에서 말벗도 해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픔을 나눈다.

체육관 생활이 편하지는 않지만 딸이 없는 집에 들어가기 싫은 탓도 있다. 김 씨는 "학교에서 받아 온 장학금으로 아빠에게 삼겹살을 사주던 딸, 천둥이 치면 품으로 파고들던 딸이 없는 집에 들어가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특별법 서명을 받을 땐 안산 분향소에서, 지금은 진도 체육관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김 씨는 사람들 속에서 딸을 잃은 슬픔을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

"내가 잠이 엄청 많았는데 지금은 잠도 안 와요. 다른 생각은 안 해요. 특별법 통과만 보고 달려가야죠. "

유튜브를 통해 세월호 유가족 방송 '416TV'를 진행하고 있는 단원고 희생자 문모 양의 아버지 문종필(53) 씨

 

◈ "사고 후 6개월이 지났지만 바뀐 것 없어…가족들 목소리 전하고파"

故 문모 양의 아버지 문종필(53) 씨는 '기자'다. 세월호의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카메라 하나 들고 어디든 달려간다.

문 씨는 지난 8월 국회 농성 당시 세월호 유가족 방송 '416TV'를 시작했다. 단원고 2학년 희생자 박모 군의 누나 박보나(21) 씨와 함께 '416TV'의 앵커이자 기자로 유가족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문 씨의 카메라 렌즈가 향하는 곳은 정치인도, 대통령도 아닌 유가족들. 가족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외로운 곳을 비춘다. 지난 1일에는 진도에 남겨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러 팽목항에 다녀왔다.

"진도의 설움과 한이라는 주제로 촬영도 하고 방송을 했어요. 언론들은 유가족들의 눈물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우리는 부모들이 아이를 찾으러 달려간 아스팔트 길, 눈물이 스며있는 그 길의 사연을 담았습니다."



딸아이를 잃고 이후 문 씨의 삶은 달라졌지만 4월 16일 사고 직후와 6개월이 흐른 지금 바뀐 게 없다는 사실이 문 씨를 더 절망케 한다. "특별법이 전혀 변화가 없으니 나도 절대 변하면 안 되겠다"며 문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을 다잡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중파 TV에서 찾아오는 횟수도 줄고 촬영을 해도 방송에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416TV'를 만든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단 한 명이 보더라도 우리의 진실 된 목소리 전달할 수 있다면 끝까지 방송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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