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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朴 유체이탈발언 심각, 비서진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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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만드는데 모든 노력 기울여야

- 박근혜 정부 남북관계? 기대 했지만 한마디로 “형편없다”
-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북에선 불신프로세스로 생각할 수 있어
- 불신 극에 달한 상황에서 통일 준비위원회는 통일안하는 준비위로 비칠 수도
- 통일 대박? 대통령 언행불일치 때문에 쪽박으로 가고 있다
- 박 대통령, 남북관계 풀 의지는 있어 보이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 듯
- 문민정부 통일부총리 시절, 대통령 면담시 청와대 수석 배석 안했다
- 93년에도 장관과 대통령간 대화 자연스러웠는데, 요즘은 어떤가?
- 역사후퇴 심각, 비선 논란 보니 궁정시대로 돌아간 듯
- 인사라면 이제 겁부터 난다, 투명성 보장해야
- 기존 남북 정상회담 합의 기초로 냉전체제 종식 선언 하면 노벨평화상 가능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2월 15일 (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 정관용> 오늘 CBS가 창사 60년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60세 청년, CBS’ 이런 주제로 각 프로그램별로 창사 60주년 특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저희 시사자키에서는 교육부 총리 또 통일부 총리,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역임하신 한완상 박사님을 초대했습니다. 존경받는 원로이시고 또 기독교인이시고요. 우리 한국 사회에서 CBS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 들어보고 또 지난 2014년 한해 돌아보면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또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하나하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한완상> 네.

◇ 정관용> 오래간만에 뵙겠습니다.

◆ 한완상> 네, 반갑습니다.

◇ 정관용> 오늘 CBS 창사 60주년 기념일인데, CBS와의 개인적인 인연도 좀 많이 있으시죠?

◆ 한완상> 그렇죠. 76년 2월에 서울대학교에서 제가 해직되었을 때... 당시 CBS 사장 전성천 박사께서 저보고 논설실장으로 오라고 그랬었죠. 그랬는데 그때 중앙정보부가 반대해서 못 온 적이 있습니다. 전성천 박사께서 사회적 예언자 역할을 하려면 여기 와서 논설실장일을 하라, 이런 뜻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제 재야에 있을 때.. 정범구 박사가 시사자키 할 때 제가 이 프로그램 단골손님이었죠.

◇ 정관용> 그때 논설실장으로 만약 가셨으면 그러면 서울대 교수직은 아예 그만두실 생각이셨어요?

◆ 한완상> 해직을 당하고 뜻을 펼 수 있는 길이 없을 때였으니까요, 서울대학 교수를 통해서 하려고 했던, 사회에 의로운 일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제 뜻을... 논설실장 일을 통해서 더 잘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 정관용> 아... 해직 당하신 교수님을 영입하려고 했던 것만 봐도 7, 80년대의 CBS는 일종의 한국 민주주의, 하나의 어떤 상징 아니었습니까?

◆ 한완상> 그렇습니다. 전에 국회의장을 역임한 박준규라는 분이 제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배이신데... 한때 공화당의 제2인자였던 분이거든요.

◇ 정관용> 박준규 전 의장?

◆ 한완상> 네, 제가 비판적 성향의 서울대학교 교수였을 때, 가끔 만나면 그랬어요. “아침에 출근할 때 기독교방송 정치해설 안 들으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내가 잘 모르겠다”고요, 그때도 그런 평가를 받았습니다.

◇ 정관용> 특히 또 남북문제, 통일문제 이런 데도 관심을 좀 많이 기울인 그런 방송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 한완상> 그렇죠, 네.

◇ 정관용> 혹시 CBS와 관련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런 일이 있으시다면요?

◆ 한완상> CBS는요. 다른 언론들, 그러니까 신문이나 다른 방송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민주화, 인권, 평화에 관심 있는 지식인들과 젊은이들은 CBS 방송과 자기를 동일시했을 겁니다. 이게 어떤 사건 하나를 통해서 기억에 남은 건 아니고요, 어떤 일관된 흐름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그런 흐름이 조금 약화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 정관용> 약화됐어요? 과거에 비해서는?

◆ 한완상> 그렇죠.

◇ 정관용>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한완상> 구조적인 게 많겠죠. 특히 종편들이 생겨난 후... CBS가 예언자적인 바른 말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구조적으로, 제도적으로 박탈당한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또 돈 많은 교회의 후원을 얻어서 방송을 하다 보니까, 자연히 교계 내에서도 예언자적인 역할을 하기 힘들어 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저희들이 더 분발하고 노력해야 하겠군요, 알겠습니다. 전에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저희 방송에 한 번 나와서 인터뷰를 하셨는데요, 그때 “남북관계만 잘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노벨상도 탈 수 있다” 이렇게 조언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 한완상> 네, 그렇죠.

◇ 정관용> 지금 노벨상에 가까워지고 있나요, 아니면 멀어지고 있나요?

◆ 한완상> 불과 1년 반 전에 이야기한 것 같은데요.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같습니다. 그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두 명의 반면교사를 갖고 있었어요. 하나는 박대통령의 아버지입니다. 박정희 전대통령이 7.4공동성명도 발표하는 등, 남북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듯 보일때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아버지보다도 더 역할을 할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길 바랐습니다.
또, MB정부 5년 동안에 남북관계가 꽉 막혔잖아요. 완전히 막힌 걸 보고 “적어도 이 사람보다는 더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옛날 미래연 이사장일 때, 아마 2002년으로 기억하는데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었어요.

◇ 정관용> 맞아요.

◆ 한완상> 중요한 합의를 맺게 한 게 있어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당신의 아버지나 이명박 전대통령보다는 더 잘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봤던 겁니다. 잘하면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보다도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길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하니까 뭐... 한마디로 말해서 형편없네요.

◇ 정관용> 왜 그렇다고 보세요? 그렇게 몇 가지 근거로 기대를 하셨었는데...

◆ 한완상> 그 기대가 무너진 데는요. 첫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주창하지 않았습니까? 신뢰프로세스를 정책으로 내건 이상, 북측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거나, 말을 하거나 ... 무슨 제안을 해야 되겠죠. 그런데 실제로는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불신하는 이야기들만 해왔습니다. 해외에 나가서,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북한을 옥죄는 발언들을 했고요. 또 국내극우·냉전 세력들이 벌이는 반목 행사 있지 않습니까? 풍선에 전단지 달아서 날리는.

◇ 정관용> 몇몇 단체들이 전단지를 뿌렸지요.

◆ 한완상> 그렇습니다. 그렇게 북측이 화가 나게 하는 행동들만 자꾸 골라서 하니까요, 북한은 “이거 신뢰 프로세스가 아니라 불신프로세스구나” 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때까지 1년 10개월 동안 그런 행동들을 했어요. 그러면서도 ‘통일대박’을 언급하고, 또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했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네.

◆ 한완상> 통일준비위원회는 신뢰프로세스가 잘 작동할 때, 북한 당국과 우리 정부가 함께 구성해야 옳은 겁니다. 그래야,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정말로 통일을 준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불신하는 제스쳐만 보여주고, 결국은 남북간 불신이 극에 달한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면 어떻게 합니까?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통일 안되게 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일 수도 있는 겁니다.

◇ 정관용> 통일준비위원회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부터 잘 가동한 후에 함께 준비해야 맞다, 이 말씀이세요.

◆ 한완상> 왜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제일 불안한 것은요, 대통령의 언행불일치입니다. 통일에 관한 언술과 발표는, 말 그대로 대박이고 참 좋은데요, 하는 일은 대박과는 정반대... 쪽박으로 가고 있어요. 남북관계에 불신이 쌓여 가고 있는데도 이 ‘언행 불일치’의 심각성을 본인이 모르시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음...

◆ 한완상> 아시면 ‘유체이탈식 발언’을 안 하실 것 아닙니까?

◇ 정관용> (웃음) 네.

◆ 한완상> 한 2년 가까이 지켜보니까... 당신이 말씀하시는 것을 본인이 모르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그걸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요?

◆ 한완상> 지난주에 보세요, 수석회의에서 수석들에게...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들이 투명하게 알도록 해라” 이렇게 말씀했지요.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정 아무개에 관한...

◇ 정관용> 비선실세 논란.

◆ 한완상> 네 비선실세 논란, 이 국정농단 논란이 한마디로 말하면 불투명성 때문에 비롯된 일이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런데 당신이 그 불투명의 핵심부에 있으면서 비서들한테는 “정부가 하는 일을 투명하게 알리도록 해라”라니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면 그런 말씀을 못하시죠.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대통령께서 하시는 말씀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전달되는지, 어떻게 역사에 기록이 되는지를 본인이 전혀 모르시는 것 같아요. 사실 그걸 깨닫게 해 주는 사람들이 청와대 참모진, 비서진들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런데 비서진들도 그것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남북문제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좀 의지가 없다고 보세요? 아니면 의지는 있는데 제대로 못 풀어가는 거라고 보세요?

◆ 한완상> 의지는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래요?

◆ 한완상>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아버지보다 MB보다 더 잘하겠다는 의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걸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잘 모르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도와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게 아닌가. 감히 “이건 안 됩니다, 이렇게 해야 됩니다”라고 대안을 내는 사람들, 대통령이 올곧게 가도록 도와주는 참모진, 비서진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올해 아시안게임 때 뭐, 북한의 실세들이 내려오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풀릴 듯 하다가 또 안 됐단 말이에요,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 한완상> 그것도 한번 복기해봅시다. 북한과 고위회담을 하기로 합의를 봤잖아요. 그런데 그 다음에 뭘 했습니까? 또 전단지 달린 풍선 띄웠잖아요?

◇ 정관용> 그래요. 네, 네.

◆ 한완상> 그런 풍선을 띄워서 생기는 플러스요인이 예컨대 열이라면, 풍선 때문에 생긴 손해는 천이 되고 만이 될 수 있는데,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겁니다. 본인이 모르면 아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하는데 아는 사람은 레이저에 쏘일까봐서 겁나서 말 못합니다.

◇ 정관용> (웃음) 오늘 박사님께서 아주 재미있는 표현을 많이 쓰시네요. 유체이탈식 화법, 레이저 등.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 좀 다시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 한완상> 글쎄요. 당신께서 하시는 말씀을 당신이 모르시는 걸 보면 낙관할 수 없는 것 같아요.

◇ 정관용> 남북관계 부분에 대한 박근혜 정부 평가를 하셨는데 다른 분야까지 다 포함해서 정치, 경제, 사회 분야 다 포함해서 지난 박근혜 정부 제일 잘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시고, 가장 못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한완상> 지금 뭐 2년도 안 됐습니다만 제일 잘한 것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안 떠올라요.

◇ 정관용> 안 떠올라요?

◆ 한완상> 네. 왜냐하면 기대가 다 하나하나씩 무너지기 때문에 떠오르는 것은 없어요. 그래도 잘한 것이라고 하면... 글쎄요, 외국에 나가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려줬다는 것. 한복을 입어 우아하게 보였다는 것, 이런 코스메틱한 차원에서 잘한 것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본질적 차원에서는... 글쎄요, 본인 잘못했다는 것을 아신다면 다시 기대를 걸 수 있는데...

◇ 정관용> 모르고 있는 것 같다?

◆ 한완상> 모르고 계시는 것 같아서 제가...

◇ 정관용> 가장 잘못한 분야는 뭡니까? 바로 그겁니까? 뭘 못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그겁니까?

◆ 한완상> 그게 제일 본질적으로... 답답하죠. 그걸 도와주는 게 비서들 아닙니까?

◇ 정관용> 네,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되는데, 레이저 때문에 쓴 소리는 못하고 있다고 하셨지요.

◆ 한완상> 네, 쓴소리 못하고 있고요. 요즘 문고리 권력 이야기가 나오니까 하는 이야기인데요, 제가 통일부총리할 때입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을 비교적 자유롭게 만났는데 제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날 때 제 분야에 관련한 수석비서를 한 번도 배석시킨 적이 없어요.

◇ 정관용> 일대일로만 만나셨다?

◆ 한완상> 일대일로 만났죠. 물론 다른 모든 장관들한테 그렇게 했던 건 아니었겠습니다만, 적어도 청와대 비서진들이 주무장관하고 대통령하고 대화하는 데 끼어들어서 어떤 흐름을 막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게 벌써 93년도의 일인데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게 태고적 이야기 같아요. 지금 보면은...

◇ 정관용> 20년 조금 더 된 일이네요.

◆ 한완상> 21년밖에 안 됐는데 2000년 전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대통령과 주무장관과의 소통도 제대로 안 되고. 심지어 그 공식적인 비서진과도 잘 안 되고... 문고리 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역사가 후퇴해서 유신체제나 해방후 혼란기도 돌아간 게 아닙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뒤로 되돌아간 겁니다. 조선조시대 궁정에서 벌어지는 알력 다툼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심지어 십상시 운운 하는데 이게 대체 언제 이야기입니까?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러니까 뭐 역사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이렇게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은 경악스러운 것이죠. 그런데 경악의 뜻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지금.

◇ 정관용> 그러니까 사실 여부를 떠나서 문고리 권력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로 그런 밀실궁정 그 안에서 무엇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지조차 대통령이 인식할 수 없게끔 차단막이 있다,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 한완상> 그렇죠. 예를 들면 이번에 문건논란을 두고 찌라시라고 딱 단정하는 것을 보세요. 이런 상황이라면, “찌라시 운운하는 논란이 일고 있는데 검찰이 찌라시인지 아니면 건전한 의견 표명인지를 밝혀주시오”라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걸 찌라시라고 단정을 하고...

◇ 정관용> 규정해 버리고...

◆ 한완상> 이게 국가를 흔든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럴 때 대통령 보좌하는 공무원들은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라고 얘길 해야 하는 겁니다. 제가 전에 문민정부 당시, 김영삼 대통령한테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강경발언을 대통령께서 하고 싶으면 저기 저 국방장관을 시키십시오. 그리고 인기를 못 끌 유화발언 하고 싶으면 저 같은 사람을 시키십시오. 그래서 일단 우리 선에서 발언들을 해서 어떻게 사태가 되어 가는가를 보고 마지막 조정할 때 대통령께서 나서셔야 됩니다”라고요. 당시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어요.

◇ 정관용> 아!

◆ 한완상> 지금도 할 수 있다면 저렇게 대통령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역지사지를 하지 못하고 그렇게 대번에 판단을 내리니 지금 혼란이 오는 것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인사문제의 중요성도 지난번 저희 방송에서 강조해 주신 바가 있는데 박 대통령의 인사 전반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하십니까?

◆ 한완상> 제가요. 박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지명할 때 막 깜짝깜짝 놀래요. 후보자가 만약 언론계에 있었다고 그러면... 언론계에서 존경받는 기자, 논설위원 이런 분들이 후보자가 되는 게 상식이죠. 그런데 이상한 사람들이 굉장히 중요한 자리에 이렇게 발탁되는 것을 보고 어디서 아이디어를 줘서 저렇게 됐는가, 싶거든요. 그러니까 인사의 투명성을 보장하려고 그러면 책임을 질 수 있게, 추천한 사람 이름도 밝히고 그 사람에 대한 검증도 어느 정도하고 해야 되는데 너무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인사를 계속 하시니까 이제는 겁이나요.

◇ 정관용> (웃음)

◆ 한완상> 겁이 날 정도라고요. 왜냐하면 인사의 투명성이 없으면 국가경영이 투명하게 안 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민주주의가 독재주의와 전체주의와 다른 것이 뭡니까? 바로 인사의 투명성 그리고 인사관리의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겁니다. 인사의 투명성이 안 되니까 이게 지금 민주체제의 소통, 소통 구조가 이게 훼손되는 것이죠.

◇ 정관용> 최근에 박사님께서 한 칼럼에 ‘친일 수구세력의 준동이 심히 걱정된다’ 이렇게 까지 표현하셨는데 친일 수구세력이라는 단어, 왜 갑자기 이걸 강조하셨습니까?

◆ 한완상>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식민생활이 끝나고 나서 우리가 온전한 광복을 경험해야 되는데 바로 분단체제로 가지 않았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런데 분단체제로 넘어가면서 일제시대의, 친일세력들을 우리가...

◇ 정관용> 청산을 못했죠.

◆ 한완상> 합법적으로 청산을 못했죠. 단독정부가 되면서 우리 제1공화국 때에 친일파들이 상당히 중요한 국가부서에 많이 배치가 될 수밖에 없었고요. 또 공산주의에 맞서다 보니 반공이념이 강한 사람들이 전면배치 됐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러니까 친일, 반공 세력이 1948년 우리 제1공화국 때부터 오늘까지 쭈욱...

◇ 정관용> 이어져 오고 있죠.

◆ 한완상> 여기에 최근엔 시장의 갑들까지도 거기에 연대한 세력이 됐습니다. 특히 지난 MB 5년, 박근혜 2년 사이에 그 힘이 더욱 강화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 세 정부 때 불안정하게 민주화를 추진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정반합의 ‘합’의 역할을 할 걸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MB 정부 때보다도 어떤 의미에선 남북관계는 더 잘 안 되는 것 같고요. 경제민주화도 뭐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이 잘 안 되는 것 같고요.

◇ 정관용> 안타깝네요.

◆ 한완상> 그렇습니다. 안타깝습니다.

◇ 정관용> 내년이 우리 분단 70년, 광복 70년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그래도 박 대통령한테 ‘이렇게 좀 해 주십시오’라고 조언 해 주신다면요?

◆ 한완상> 제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내년이 분단 70주년이죠?

◇ 정관용> 네.

◆ 한완상> 제가 늘 강조하지만 우리를 식민지로 오랫동안 옥죄었던 일본하고는 해방 이후에 20년 만에 국교정상화했습니다. 소련하고는 38년 만에 완전히, 우리는 지금 우방국가가 됐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6.25 당시 피 튀기며 싸웠던 중국하고는 39년 만에 우리의 최대 우방이 되었습니다. 지금 중국하고 경제관계를 계속 개선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살기가 어려운 상황까지 됐다고요. 그런데 왜 동족하고는 70년 동안...

◇ 정관용> 못하는가?

◆ 한완상> 왜 주적이고 원수고 사탄이냐는 말이에요. 이것을 70주년이 되는 내년 2015년에는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서 어떻게 하든지 이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외교채널을 동원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나서기 위해선 이유가 필요하다? 앞선 정상회담에서 찾으면 됩니다. 특히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4항인가에 보면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문제에 관한 항목이 있는데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거기 준거해서 남북이 통일 준비를 같이 하자는 겁니다. 각론을 논의해서 실천의 길로 가야 돼요.

◇ 정관용> 네.

◆ 한완상> 지금 그 길로 갈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력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알겠습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위에서 구체적인 각론을 펼쳐나가는. 그리고 또 제3차 남북정상회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한완상> 꼭 해야 됩니다. 2015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박, 대박’ 먼저 말씀하시지 마시고요, 남북정상 합의를 기초로 각론을 얘기하고, 통일준비위원회도 구성하시고 해서 평화체제로 이행하게 되면 이건 세계 역사에 획을 긋는 겁니다. 그러니까 냉정체제를 완전 종식시키는 선언을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들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생길 겁니다.

◇ 정관용> 그래서 노벨상도 좀 타시고.

◆ 한완상> 노벨상은 뭐, 그렇게 되면 안 탈 수가 없겠죠. (웃음)

◇ 정관용> 다시 한 번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또 좋은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한완상> 네.

◇ 정관용> 한완상 전 부총리의 말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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