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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 '4대 개혁' 성공하려면 'DJ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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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가 심상치 않다. 2015년을 박근혜표 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노동과 금융, 연금, 교육, 주택, 공공 기관 개혁 등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자 운명이고 팔자다.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교육·금융·공공 분야 등 등 4대 개혁과 3대 연금 개혁이 운명이고 팔자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특히 “노동 시장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서로서로 기득권을 조금씩 내려놔야만 고통 분담에 기초한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호봉제 등 정규직의 과보호 현상을 깨는 것을 노동개혁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 1월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6월에는 사학연금을, 10월엔 군인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금 개혁의 불길이 공무원에서 군인과 사립학교 교원으로 번지고 있다. 사학연금도, 군인연금도 이런 식으로 운영되면 2020년 중반부터는 정부 재정으로 메워야 하는 만큼 개혁의 당위성과 명분은 아주 크다.

박 대통령이 내년도의 국정 과제를 노동과 공공 부문 개혁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내년을 박근혜표 개혁의 원년으로 삼을 모양새다.

대통령이 내년도 국정 운영 방침을 4대 개혁과 3대 연금개혁에 둔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제상황이 그 어떤 해법에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질 않고 서서히 악화되고 있으며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경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늦게나마 개혁의 길로 가겠다는 것은 현실을 정확히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은 지금도 늦었다며 재정확장정책을 쓸게 아니라 구조조정을 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 벌써 2년이란 아까운 시간이 지났는데...

그런데 2년이란 세월이 그럭저럭 지났다. 집권 첫 해에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노동계와 공무원, 교사들, 군인들을 적대시하며 개혁을 추진할 역량과 힘이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개혁 주체 세력도 없고, 여당인 새누리당도 마지못해 대통령의 개혁에 동참하는 듯 하고, 국민도 대대적인 개혁 분위기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총체적인 개혁 필요성에 대한 정치권과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

내년이 선거가 없는 해라고 하지만 내년 7,8월이 되면 여의도 정치권은 2016년 4월 총선에 매달릴 수밖에 없으며 내년이 집권 3년차다.

역대 정권에서 집권 1년 차에 개혁을 추진했어도 쉽지 않았으나 집권 3년차, 사실상 후반기로 접어든 때에 맞춰 그 어려운 노동과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하니 그게 쉽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가계부채와 정부, 지방정부의 개혁이 빠져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지금이 개혁을 할 때인가라는 의문이 들고 우리에게 그럴 힘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발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박근혜표 개혁의 성공 가능성이라면 여당인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개혁 드라이브에 끌려다니는 듯 동조할 것이고, 야당이 ‘지지멸렬’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 DJ는 집권 2년을 4대 개혁으로 지샜다

정치권의 반발이 국정의 총체적인 개혁이 단행된 지난 98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4대 개혁의 시작은 김대중 정부에서 나왔다.

지난 97년 12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당선 일성이 부도사태를 맞은 대한민국의 개혁이었다.

DJ는 당선자와 인수위원회 시절, 취임사, 당선 된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정부와 공공 부문, 금융, 기업, 노사 등 4대 개혁의 필요성을 부르짖었다.

은행과 증권회사, 종금 등 수십 개 금융기관들의 문을 닫았으며 빅딜 등을 통해 재벌 기업을 재편했다. 30대 재벌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름만 남긴 채 역사에서 사라졌다.

◈ 강봉균, 이헌재, 이윤재라는 스타가 있었다

이헌재, 강봉균, 이윤재라는 당대의 최고 경제 전문가와 지략가들이 칼자루를 쥐고 기업과 금융기관, 노사 개혁을 주도했다.

삼성은 삼성자동차를 내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으며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은 정몽헌 회장과의 형제의 난 때 현대차를 뺏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는 일화는 당시 관련자들 사이에선 지금도 회자된다.

그 개혁에서 살아남은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구조조정 덕에 사내 유보금을 150조원 이상 쌓아둘 정도로 튼실해졌다.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기업, 금융기관들의 천문학적인 이익과 생존은 김대중 정부의 4대 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결과이기도 하다.

DJ는 4대 개혁으로 1년 반이라는 세월을 보냈으며 한 관계자는 “날밤을 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DJ의 당선자 시절부터 계산 하면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4대 개혁을, 박 대통령은 내년 1년 안에 끝날 수 있을까?

당시엔 IMF라는 외부의 칼을 빌려 정리해고를 도입하고, 기업들의 빅딜, 수십 개 은행과 종금들의 문을 닫았으며 그로 인해 백 만 명이 넘는 해고 사태가 났다.

◈ 개혁이란 피를 먹고 성공한다

개혁이란 피를 부르고 그 피를 먹고 개혁은 성공하는 것인데 지금이 국내외적으로 그럴 상황이 됐는지, 정부에 그런 의지가 있는지, 그런 개혁 주도 세력이 있는지, 정치권이 그런 개혁을 뒷받침해줄 것인지, 국민이 따라줄지 등 숱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총체적인 개혁, 자칫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나지 말란 법이 없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되밟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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