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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FA 출신 MVP는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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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톱3, MVP는 나올까' 프로야구 출범 뒤 FA 출신 MVP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사진은 역대 FA 최고액 3인방인 두산 장원준, SK 최정, 삼성 윤성환.(왼쪽부터, 자료사진)

 

해마다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 지난 2013시즌 뒤 523억 5000만 원의 역대 최고액은 지난 시즌 뒤에는 무려 100억 원 넘게 초과한 630억6000만원으로 경신됐다.

거포 최정(SK)이 4년 86억 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찍었고, 정상급 좌완 장원준(두산)이 4년 84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여기에 윤성환(삼성)이 4년 80억 원을 찍었다. 2013시즌 뒤 최고액이던 강민호(롯데)의 4년 75억 원이 1년 만에 4위로 밀릴 정도로 억 소리가 났다.

올 시즌 뒤 열릴 FA 시장도 화끈한 돈 잔치가 예상된다. 김현수(두산)가 FA와 해외 복귀 선수를 뺀 역대 최고 연봉(7억5000만 원)을 찍으며 예비 FA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렸다. 최고 마무리로 꼽히는 손승락(넥센) 역시 지난해보다 1억 원 오른 5억3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이런 가운데 FA들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과연 투자 대비 효과를 내느냐는 것이다. 특히 프로 출범 뒤 단 한 명도 FA 출신 최우수선수(MVP)가 없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도대체 왜 FA MVP는 배출되지 않는 것일까.

▲"FA도 인간…심리적 요인 적잖다"

최근 프로야구 정규리그 MVP는 이른바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이었다. 2012, 13년 수상자인 박병호(29)는 만년 유망주라는 희망 고문을 포기한 전 소속팀이 놔주다시피 하면서 기량이 만개했고, 지난해 MVP 서건창(26) 역시 방출의 아픔과 신고 선수의 고된 과정을 거친 경우였다.

몸값으로만 보자면 당연히 FA들이 MVP의 한 자리를 차지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FA 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동안 천문학적 액수를 찍은 FA들이 쏟아졌지만 MVP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표 참조)

 

2004시즌 뒤 심성수(은퇴)가 삼성과 4년 60억 원 당시 역대 최고액을 찍었지만 2007년 홈런왕 1번 외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2001~2003년까지 MVP를 휩쓴 이승엽(삼성)도 FA 자격을 얻기 전이었다.

일단 심리적인 부분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수십억 원의 거액을 받은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강민호가 지난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강력한 동기 부여가 사라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른바 'FA로이드'로 불릴 만큼 자격을 얻기 직전 시즌은 몬스터급 활약을 보이다가도 대박을 터뜨린 이후 허탈과 상실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선수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흔들릴 수 있다"면서 "오승환처럼 강철 마인드가 아닌 이상 꾸준히 활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점에서 내려올 시기…기대치도 높아"

FA들이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다소 지난 부분도 있다. 지금까지 선수들은 30대 전후로 FA 자격을 얻었던 게 보통이었다. 이전에는 자격 취득까지 최소 9시즌을 보내야 했던 까닭이다. 대학과 군 생활까지 보태면 30살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FA가 된 이후에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이라 MVP급 활약을 보이기 쉽지 않다. 2004년 삼성 시절의 배영수(한화), 2006년 한화 때의 류현진(LA 다저스), 2008년 김광현(SK), 2011년 KIA의 윤석민(볼티모어) 등은 10대와 20대 한창 때 MVP에 올랐다.

'이때가 10대, 약관이었다오' 지난 2006년 MVP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류현진(왼쪽)과 2008년 MVP에 올라 트로피를 깨물고 있는 김광현.(자료사진)

 

또 주위의 지나친 기대감도 무시할 수 없다. 몸값이 높은 만큼 그 정도 활약은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부분이다. MVP 투표에 나서는 야구 기자단도 사람인 만큼 더 세밀하게 FA들의 활약상을 평가해 표심을 얻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메이저리그(MLB)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역대 MVP 사례들을 보면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배리 본즈(당시 샌프란시스코) 등 FA 출신 MVP가 많지 않다. 송재우 MLB 전문 해설위원은 "FA들이 쇠퇴기를 맞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면서 "여기에 높은 연봉에 '잘 하면 본전'이라는 기자들의 시각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도 한몫…과연 올해는?

이런 상황에서 MVP급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분도 있다. FA 자격을 얻은 대어들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빠져나가 MVP 후보에서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이 2012시즌 뒤 MLB로 진출했고, 한 해 앞서 2010년 타격 7관왕으로 MVP에 올랐던 이대호(소프트뱅크)도 2011시즌 뒤 대한해협을 건넜다. 2013시즌 뒤에는 오승환(한신)과 윤석민이 뒤를 따랐다.

원조는 역시 MVP 단골손님 이승엽으로 2003년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운 뒤 일본으로 진출했다. 이후 8시즌 전성기를 보낸 뒤 복귀했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이지만 MVP 경쟁은 다소 힘에 부친다. FA 자격과 함께 해외로 나가면서 비FA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간 측면이 있는 것이다.

'나도 계속 한국 있었으면 MVP 탔을 거라고요' FA 자격을 얻으면서 해외로 진출했던 오승환, 이대호, 윤석민, 이승엽(왼쪽부터). 이 중 오승환을 뺀 3명은 해외 진출 이전 MVP를 받았다.(자료사진)

 

다만 올해부터는 양상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최정과 장원준 등 전성기를 맞는 FA들이 국내에 남아 있다. FA 자격 연한 단축 등으로 김현수 등 20대 후반에 FA가 되는 선수들도 적잖게 나올 전망이다. 충분히 FA들도 MVP 경쟁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올 시즌 사상 첫 FA 출신 MVP가 나올 수 있을까. 2015시즌을 즐길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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