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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에 울었던 두 명장의 '비디오 판독' 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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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생각 나네요, 도입 잘 했어' LG 김진(오른쪽), SK 문경은 감독은 2일 경기를 앞두고 KBL의 비디오 판독 확대 시행 방침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문 감독은 2012-2013시즌 판정에 대한 아픈 기억을 회상하며 더욱 열렬히 반색했다. 사진은 2일 경기 때 두 감독의 모습.(자료사진=KBL)

 

'2014-2015 KCC 프로농구' 서울 SK-창원 LG의 시즌 5차전이 열린 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이날은 1위 SK와 10연승의 LG의 빅매치 외에도 비디오 판독 확대 시행 첫 경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경기 두 시간여를 앞두고 한국농구연맹(KBL)은 전격 비디오 판독 확대 방침을 발표했고, 곧바로 SK-LG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당초 KBL은 올 시즌 전부터 비디오 판독 확대를 검토하다 최근 잇딴 오심성 판정으로 논란이 커지자 결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현장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를 앞둔 김진 LG, 문경은 SK 감독부터 쌍수를 들고 반가움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어느 감독이든 확실한 판정을 내린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시즌 전부터 얘기는 했는데 확대가 돼서 경기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겼다. 문 감독도 "일부에서는 심판의 권위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도 하는데 오히려 더 나아질 수도 있다"면서 "저 심판이 정말 정확한 판정을 내리려고 하는구나, 또는 비디오 판독이 없으면 정말 잘 보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반색했다.

▲SK, 최다승 신기록 아쉽게 무산

어느 사령탑이든 마찬가지겠으나 두 감독도 오심성 판정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KBL 역사를 쓸 만한 경기에서 판정의 피해를 입어 쓰라린 가슴을 쓰다듬어야 했다.

먼저 문 감독은 지난 2012-2013시즌 정규리그 막판 경기를 잊지 못한다. 2013년 3월 17일 고양 오리온스와 원정이다. 당시 SK는 울산 모비스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여기에 역대 KBL 정규리그 최다승 신기록에도 도전 중이었다.

'팔을 쳤다고요' 문경은 감독이 2013년 3월 17일 오리온스 원정에서 막판 김민수의 슛이 불발되자 상대 파울을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KBL)

 

최종전 바로 앞 경기에서 SK는 아쉽게 84-87 패배를 안았다. 동점인 상황에서 종료 12.3초 전 골밑슛을 시도하던 김민수가 전태풍(현 케이티)의 손에 오른팔을 맞아 득점이 불발됐고, 파울도 불리지 않았다. 문 감독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번복되지 않았다. 당시 중계 화면을 보면 김선형이 손으로 비디오 판독을 의미하는 네모를 그리는 모습도 보인다.

문 감독은 "어지간한 선수면 그렇게 세게 치면 볼을 놓쳤을 텐데 원래 민수가 힘이 장사라 우직하게 밀고 올라갔다"면서 "그 경기에서 이겼으면 원주 동부의 44승 최다승 기록(2011-12시즌)을 넘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여전히 입맛을 다셨다. 결국 SK는 최종전을 이기며 44승10패로 타이 기록 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오리온스도 할 말이 있을 터. 당시 김민수가 골밑슛 이전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때 상대 선수를 밀어 공격자 파울을 범했다는 것이다. 당시 추일승 감독도 이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했다. 모두 비디오 판독을 했다면 오해의 여지는 적잖게 줄 만한 상황이었다. 결국 오리온스는 조상현 현 코치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극적으로 승리했다.

▲김진의 오리온스, KBL도 인정한 오심

쓰라림의 정도로 따지면 오래 전 일이지만 오히려 김진 감독이 더할 수 있다. 신기록이 아니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좌우할 경기에서 당한 아픔이었다.

2002-03시즌 당시 오리온스 사령탑이던 김진 감독은 TG삼보(현 동부)와 챔프전 5차전에서 황당 사건을 경험했다. 2승2패로 맞선 중요한 일전에서 계시기 오작동으로 15초를 더 경기해야 했던 것.

경기 종료 1분16초를 남기고 계시기가 멈췄지만 경기는 진행됐다. 오리온스는 76-70으로 앞서 승리가 유력했던 상황. 하지만 TG는 멈춰버린 타이머의 도움으로 15초를 더 경기했고, 당시 최고의 클러치 3점 슈터 데이비드 잭슨의 연속 3점슛으로 결국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가 역전승을 이끌었다.

'추억의 슈터' 동부의 전신 TG삼보 데이비드 잭슨이 2002-2003시즌 오리온스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자료사진=KBL)

 

오리온스는 2년 연속 챔프전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결국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당시 오리온스는 KBL에 제소하는 등 강경 입장을 보였고 재경기 결정까지 내려졌다. 그러나 대승적 차원에서 눈물로 재경기를 포기했다. 당시 비디오 판독 등 제도만 제대로 갖춰졌더라면 KBL 역사는 바뀔 수 있었다.

물론 최근 김진 감독은 당시에 대해 물으면 "다 지난 일"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두 감독뿐만 아니라 KBL 사령탑이라면 오심성 판정에 피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을 터. 감독들은 하나같이 "심판도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이 오심을 한다는 것은 이해한다"고 말한다. 다만 필연적이라면 보완책도 마련하자는 것이다.

불의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의미 있는 걸음은 뗐다. 이날도 1, 2쿼터 공이 라인을 벗어났을 때 애매한 판정이 나오자 비디오 판독으로 공격권이 바뀌었다. 서로 자기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던 선수들은 비디오 판독에 따른 번복에 고요해졌다. 인정한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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