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내 진심이 아니었어'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오른쪽)이 19일 동부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한 뒤 동료 테렌스 레더를 끌어안고 있다.(원주=KBL)
'언더독의 싸움꾼' 전자랜드의 기세가 동부산성도 넘어섰다. 정규리그 3위 SK를 허문 데 이어 2위 동부와 서전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전자랜드는 19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동부와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66-62 재역전승을 거뒀다. 5전3승제 PO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을 36-30으로 앞선 전자랜드는 3쿼터 상대 높이에 밀려 47-53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4쿼터 리카르도 포웰(21점 10리바운드)의 8점과 정병국의 9점 활약에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 후 패장 김영만 동부 감독은 "급하네요 다"라면서 "안 해도 될 실책, 어이없는 에러가 많이 나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동부는 실책에서 12-10으로 많았다. 이어 "리바운드 때도 그냥 서서 전자랜드의 작은 선수들에게 내줬다"면서 "다리가 안 떨어졌는데 보완해서 모레(21일) 2차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승장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전체적으로 선수들에게 실패하더라도 5차전까지 생각하고 달리는 농구를 하자고 했다"면서 "SK와 6강 PO에서 3연승 했을 때도 방심하지 않도록 질책을 많이 했는데 한계 없이 다음 경기도 전자랜드만의 분위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경기 중 선수들끼리 다퉜던 상황도 들려줬다. 역전을 허용한 3쿼터 주장 포웰과 테렌스 레더가 언쟁을 벌인 부분이다. 유 감독은 "레더가 받아먹는 득점을 해줘야 하는데 못 하고 국내 선수까지 흔들리자 작전 타임 때 둘이 붙었다"면서 "하지만 '코트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것 좋아한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야 너 도망다닐 거야?'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왼쪽)이 가드 박성진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자료사진=KBL)
서로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감독은 "단기전에서 파이팅, 승부욕은 국내 선수들도 배워야 한다"면서 "포웰이 집중력이 결여된 레더에게 뭐라고 했고, 레더도 흥분돼 맞받아쳤는데 그런 모습이 부정보다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이에 대해 포웰은 "레더 1명이 아니라 팀 전원에게 더 싸워야 한다는 동기 부여 차원인데 해프닝이 생겼다"면서 "레더와는 오래 친하게 지낸다"고 오해를 경계했다. 이어 "레더가 나이가 많아 '내가 빅 브라더인데 왜 그러냐'고 해서 많이 싸운다"면서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서로 웃고 푸는데 전혀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웃었다.
포웰은 SK와 6강 PO 2차전에서도 하프타임 때 유 감독과 갈등을 빚었다. "나는 집중하고 있는데 왜 교체하느냐"는 시위의 뜻으로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코트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곧바로 라커룸에서 둘은 오해를 풀고 경기에 집중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날 유 감독은 박성진에게도 험한 말을 했다. 작전 타임 도중 "집에 가!"라고 했다. 이에 유 감독은 경기 후 "가드인데 볼을 안 받으려고 수비 뒤에 숨는 모습이었다"면서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려고 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전자랜드는 서로 싸워서 이기는 팀이다. 발전하려면 더 싸워야 하는 팀이다. 싸우면서 크는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