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야, 믿을 사람은 너뿐이다' LG 가드 김시래(왼쪽)가 26일 모비스와 4강 PO 5차전에서 김진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울산=KBL)
'2014-2015 KCC 프로농구' 모비스-LG의 4강 플레이오프(PO) 5차전이 열린 26일 울산 동천체육관. 경기 전 LG 가드 김시래(26 · 178cm)는 모비스 벤치에 앉아 있었다. 지난 2012-13시즌 모비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박구영(31)과 얘기를 나눴다.
주제는 김시래가 올 시즌 뒤 군 입대하는 상황이었다. 박구영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고, 시즌 뒤 상무 입대를 앞둔 김시래도 선배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어쩌면 이날 경기가 김시래의 입대 전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었다.
김시래는 그러나 "오늘이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비스를 꺾고 반드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겠다는 각오였다. 김시래는 데뷔 시즌 모비스에서 챔피언 반지를 꼈고, 지난 시즌 이적한 LG에서는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지만 챔프전에서 모비스에 졌다. 만약 LG가 이날 모비스를 꺾으면 김시래는 3시즌 연속 챔프전 무대를 밟는 것이었다.
이날 김시래는 이전 경기처럼 펄펄 날았다. 양 팀 최다 22점(3리바운드 4도움)을 쏟아부으며 LG의 공격을 이끌었다. 정규리그와 PO를 통틀어 개인 1경기 최다 득점 타이였다. 특히 4쿼터에만 9점을 집중시켰다. 이날 양 팀 국내 선수 중 공헌도 1위였다.
'나 다치면 안 된다고' LG 김시래(5번)가 26일 모비스와 4강 PO 5차전에서 상대 아이라 클라크의 파울을 얻어내고 있다.(울산=KBL)
하지만 모비스의 벽은 높았다. 양동근(16점 3도움)과 리카르도 라틀리프(19점 12리바운드), 함지훈(11점), 문태영(10점 7도움) 등 옛 동료들은 여전히 강력했다. LG는 김시래의 분전에도 67-78로 무릎을 꿇었다. 에이스 데이본 제퍼슨이 퇴출된 가운데서도 투혼을 발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김시래는 "입대 전 마지막 경기가 됐다"면서 "져서 아쉽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해서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퍼슨이 있었어도 꼭 이겼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똘똘 뭉쳐서 해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후회 없는 활약이었다. 김시래는 "18일 동안 10경기는 처음"이라면서 "경기 다음 날은 그야말로 시체가 됐다"며 오리온스와 6강 PO부터 강행군을 돌아봤다. 이어 "그래도 없는 힘까지 짜냈고, 이렇게 접전을 펼치면서 굉장히 재미있었다"면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적장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김시래는 아주 올라올 대로 올라왔다"면서 "앞으로 국가대표 세대 교체에 필요한 가드"라고 칭찬했다. 선배 양동근은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져서 오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약 2년의 시간이다. 김시래는 "아예 떠나는 것도 아니고 잘 지내다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김시래의 농구는 더 성숙해질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