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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축제'에 밀려난 청소 아주머니, 해병대 동원한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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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대학 축제…'대동의 의미 찾자' 자성도

버려진 서울여대 현수막

 

# 예쁘면 무개념도 OK?

지난 20일 새벽 1시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학교 곳곳에 걸린 청소 노동자들의 현수막 19개를 기습 철거했다. 현수막은 검은 비닐 봉지에 담아 청소 노동자들의 농성장 앞에 놔뒀다. "1년에 한 번뿐인 축제라 예쁘게 진행하고 싶은데 현수막이 있으니 보기 안 좋았다"는 게 이들의 이유였다.

# 해병대 보디가드에 귀빈석까지…총학의 '갑질'

'어울림'을 기치로 내건 관동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13일 축제를 '즐기는' 사진을 올렸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학내 해병대전우회 '청룡회'를 동원해 학생들을 통제하고, 정작 자신들은 귀빈석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던 것. "모든 축제에는 귀빈석이 있지 않냐"며 배짱을 부리던 총학은 거센 비난을 받다 결국 "악습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당연스레 여겼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 EXO가 연대 축제에 미치는 영향

지난 15일 인기 아이돌 그룹 EXO가 연세대학교 축제인 '아카라카'에 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응원제 티켓값이 폭등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응원제의 정가는 1만 1,000원. 그러나 정가의 10배 넘는 암표가 거래됐고 이마저도 없어서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응원단의 고압적인 태도와 불투명한 회계 내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축제 시즌을 맞은 대학가에 화려한 연예인 공연부터 톡톡 튀는 학과별 주점까지 볼거리 놀거리가 넘쳐나지만, 정작 '한데 어울리자'는 본질은 퇴색됐다는 지적이 거세다.

'다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의 대동제(大同祭)라고도 불리는 대학 축제는 80년대 군사정권에 맞서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생들 사이에서 처음 유래됐다. 함께 모인다는 뜻처럼 마당극과 풍물놀이 등 하나됨을 지향하는 행사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서울여대의 현수막 철거와 관동대의 갑질 논란과 같은 현상은 최근 대학가 축제의 부정적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대학생 김모(25) 씨는 "요즘 축제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어떤 연예인이 오느냐 하는 것"이라며 "공연과 술 문화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부작용도 나타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관동제 축제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잡음 속 이색 대안 축제 '눈길'

축제에 대한 잡음이 잇따르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대동제의 본래 의미를 되찾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성공회대학교는 오는 27일 열리는 축제에서 연예인 공연 대신 '너와 내가 만들 대안축제'라는 주제로 축제를 진행한다.

"대동제라는 본래 의미에 초점을 맞췄다"는 성공회대측은 시끌벅적한 연예인 공연 대신 '사람이 한 권의 책이다'라는 주제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 씨와 영화 '카트'의 부지영 감독을 초청해 이들의 인생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며칠 전 막을 내린 서울대학교 축제도 갑질 논란 사회를 풍자하는 의미에서 축제 이름을 '일해라, 절해라'고 정했다. 재벌 2, 3세를 비꼰 물총 게임 '금수저 은수저' 등을 기획하며 사회 문제를 잘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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