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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키운 '정보 은폐'…'유언비어' 칼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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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코르스'를 낳다④]병원명 '뒷북 공개'에 사안마다 축소 발표…투명성 '제로'

40명 가까운 국민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는 일년전 세월호 참사와 맞닿아있다. 구조와 방역을 민간에 떠넘겨 피해를 키웠을 뿐, 제대로 된 국가 대처나 콘트롤타워는 실종됐다. 한국형 재앙인 '코르스'란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여전히 '진행형'인 참사의 악순환을 막는 열쇠는 진상 규명일 수밖에 없다. CBS노컷뉴스는 세월호와 메르스 참사를 통해 박근혜정부 3년차 국가재난 시스템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①여전히 '사령탑'은 없다…국민 못 지키는 정부
②'밀접접촉'과 '에어포켓'…가설이 화 불렀다
③구조는 '언딘'에 방역은 '삼성'에…국가는 뭘했나
④사태 키운 '정보 은폐'…'유언비어' 칼날만
⑤국민에 '폭탄' 돌리는 정부…진상규명이 해답이다

 

메르스 사태 초반, 국민들은 정부의 '정보 비공개' 방침에 맞서 자구책을 펼쳤다.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병원 명단을 공유한 것이다. 명단은 SNS의 파급력에 힘입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해당 명단에 거론된 일부 의료기관들은 '유언비어'라며 유포자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SNS에 돌았던 글 가운데 상당한 부분이 사실로 드러나 무혐의 처분됐다.

대혼란을 야기한 보건당국의 정보 비공개 방침은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 보름이 지나서야 방향을 튼다.

지난달 7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대통령께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24개 의료기관의 이름을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에는 이미 병원명이 퍼질 대로 퍼진 데다, 국민적 불신감도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병원명 공개 및 비공개 방침 결정의 배경과 책임 주체를 둘러싼 잡음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 형국이다.

병원명이 공개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주재한 메르스 긴급점검회의에서 병원명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지 불과 나흘 뒤였다.

당시 즉각대응팀장 자격으로 긴급회의에 참석했던 고려대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공개는 득보다 실이 더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단 나흘 만에 뒤바꿀 수 있는 방침이었는데도, 확진자가 60여명이나 발생할 때까지 이를 고수한 셈이다.

병원명 비공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비공개 판단은 제가 내린 것"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던 당국이 급작스레 박 대통령의 지시임을 강조하며 입장을 선회한 걸 두고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보를 독점·은폐하려다 여론이 나빠지자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메르스 메르스 대책특위에서도 이와 관련한 추궁이 이어졌지만, 당국은 "전문가들이 논의한 결과"라는 해명을 내놨을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6월 5일 1차로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할 때 이미 메르스 사태는 피크를 지나고 있었다"며 "이튿날인 6일 확진자가 15명 가량 발생했는데도, 삼성서울병원은 이보다도 이틀 늦은 7일에야 발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당시 민관합동대책반에서 1차로 평택성모병원만 공개하고 나머지 의료기관 공개 여부는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을 내놨다"고 말했다.

정보 공개 지연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은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특히 언제 확진자들이 찾아올 지 모를 일선 의료기관들에게도 메르스 발생 병원은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10일 국회 메르스 대책특위에 참석한 평택성모병원, 평택굿모닝병원, 동탄성심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대청병원 5곳의 원장들은 모두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지 못했다"며 "나중에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일부 알았다"고 증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은 "병원 공개만 됐어도 각 병원에서 호흡기질환 환자들에 대해 메르스를 의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특히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가 확산되던 사태 초반에 '메르스'라는 단어 일체를 사용하지 말라고 일선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정보를 은폐하고 축소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커지는 것은 비단 병원명뿐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 내내 확진자 발생이나 사망 사실을 뒤늦게 공개해 빈축을 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일년전 세월호 참사 때도 똑같았다. 가령 세월호 침몰 이후 구조작업이 시작됐을 당시만 봐도, 당국은 잠수부가 몇 명이나 작업에 투입됐는지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구조당국은 당시 "잠수부 500여명이 현장에 투입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실제 잠수에 투입된 인원은 10명 안팎에 불과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작업 진행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서 "물에 잠긴 선내에서 생존자가 SNS로 메시지를 보내왔다"거나 "선체 진입에 성공한 잠수부가 생존자를 목격했다"는 얘기들이 가족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졌다. 하지만 이후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정부의 결론이었다.

침몰한 세월호 선내에선 나중에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이름의 파일이 들어있는 노트북이 발견되기도 했다. 세월호 실소유주 논란 및 국가정보원 개입 의혹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진상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수개월에 걸쳐 세월호 관련 수사를 벌인 검찰은 "국정원의 지시 내용이 모두 법령에 의거한 업무였다"고 최종 발표했다.

당국은 세월호 침몰 당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을 진도 VTS와의 교신 내용도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다가, 나중에야 편집본을 내놓기도 했다. 음질이나 상태를 놓고 조작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역시 "편집 및 조작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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