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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진술 < 검찰 진술?'…공판중심주의 그때그때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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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5명은 왜 전원합의체에 '반기'를 들었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자료사진)

 

대법원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9억 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서 '법정 진술'보다 '검찰 진술'을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하면서 사법부 스스로 공판중심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김소영 대법관부터 "어떤 수사(修辭)를 동원했든 다수의견은 법정 진술보다 검찰 진술에 우월한 증명력을 인정하겠다는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법관 전원합의체에서 8대 5로 대법관들의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법관이 공판심리에 의해서만 유죄의 심증을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공소사실 중 1차 금품수수 3억 원을 뺀 나머지 혐의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게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의 주장이다.

형사소송의 원칙인 공판중심주의나 직접심리주의는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했을 때 재판부가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지 않은 한 법정 증언에 더 무게를 두는 쪽을 택한다.

이는 사법개혁을 추진한 참여정부 이후 대법원이 일관되게 유지한 원칙이기도 했다.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는 지난 2010년 12월 1심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제공한 사실이 없다. 비겁한 나로 인해 누명을 쓰고 있다"고 자신의 검찰 진술을 뒤집었다.

"억울하게 빼앗긴 회사를 되찾을 욕심과 수사 초기에 검찰 제보자가 찾아와 협조하지 않으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암시적으로 겁박하고 돌아갔기 때문에 허위진술을 하게 된 것"이라는 게 그의 법정 증언이었다.

1심은 유일한 직접 증거인 한 전 대표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그의 검찰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전세자금으로 쓴 '1억 원권 수표'가 한 전 대표에게서 나왔고, 한신건영 부도 뒤 한 전 총리가 2억 원을 돌려준 점을 정황 증거로 인정했다.

그래서 "한 전 대표의 법정 진술을 믿을 수 없는 사정 아래서 단지 검찰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이 부정될 수는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반대의견을 낸 5명의 대법관은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형사소송법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한 전 대표는 9개월 가까이 60차례 넘게 검찰청에 소환됐는데, 한 차례 진술서와 다섯 차례의 진술조사만 작성됐을 뿐 어떤 조사를 받고 어떤 진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대의견을 낸 5인의 대법관은 판결에서 "검찰이 한 전 대표를 조사한 과정을 기록하지 않아서 절차를 위반했고, 전문증거인 한 전 대표의 진술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 대법관은 한 전 대표가 검찰 진술을 한 배경에 대해서도 "수사에 협조하면 가석방 등 선처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한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자 진술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한 점"을 들어 신빙성을 의심했다.

또 "한 전 대표는 검찰 진술 당시 사용처가 불분명한 비자금의 정당한 사용 내역을 밝히지 못하면 횡령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수사협조의 대가로 한신건영의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으므로, 허위나 과장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들 대법관은 "원심판단이 옳다는 다수의견은 대법원 판결이 누누이 지적한 증거의 증명력 판단에 관한 법리를 뒤집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등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에 비춰 적절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재화 변호사는 "대법관 소수의 의견이 종전의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었는데 대법원이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판례를 변경한 것도 아니면서 전원합의체에서 다수결로 밀어붙여 기존에 쌓아왔던 걸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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