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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유신·자위대'…황 총리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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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

 

'자가당착'(自家撞着)이란 말이 있다.

같은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아니하고 모순된다는 뜻인데, 19대 국회 마지막 대정부질문에서 보여준 황 총리의 언행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황 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일본의 집단자위권 문제와 관련해 여러 발언을 쏟아냈는데 많은 부분에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황 총리는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으로부터 "식민지 역사를 근대화의 출발로, 쿠데타로 이루어진 유신독재를 부국의 초석을 놓는 과정으로 후대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황 총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고 만약 그런 시도가 있다면 제가 막겠다"라고 분연히 목소리를 높였고 "유신을 찬양하는 교과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유신을 찬양했던 그때 그 교과서,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우려하자 "유신을 찬양하는 교과서가 나올 수 없다.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황 총리는 곧바로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이상한 입장을 취한다.

백 의원이 "만약 국정교과서를 만든다면 5.16을 군사정변이라고 해야 하나, 군사혁명이라고 해야 하나"라고 묻자, 황 총리는 "다양한 전문가를 활용해 객관적 사실에 맞는 표현을 역사적 검토를 통해서 (쓰겠다)"며 답을 거부했다.

'유신을 찬양하지도, 할 수도 없다'고 해놓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를 낳은 5.16을 쿠데타, 즉 군사정변이라고 답하지 않은 것이다.

5.16 군사정변은 당시 박정희 소장이 군인들을 이끌고 국회를 강제해산 하고 헌법에 없는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기구를 만들어 통치한 사건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을 열고 황교안 총리의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허용 발언'과 관련 황 총리의 발언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표명과 사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미 헌법재판소는 1993년 3월, 1995년 5월, 2003년 8월에 '5.16은 쿠데타'라는 규정했고 대법원은 2011년 6월에 같은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 최고기관이 결론내린 사안임에도 답변을 얼버무려 놓고 '유신 찬양 교과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황 총리는 더 나아가 백 의원이 '법원 판단이 이미 내려졌다'고 지적하자 이번에는 "어떤 역사적 사건에 관해 법원의 판단이 특정 사안을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며 그런 많은 의견들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권은희 의원의 질의에는 "사법기관에서 하는 것이 역사적 평가의 모든 것은 아닐 것"이라고도 했다.

검사와 변호사, 법무부 장관을 지낸 법조인 출신이 말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발언이다.

황 총리는 사법부 최고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최고심판기관인 헌재를 폄하해놓고는 "헌법 가치에 충실한 공직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총리의 문제성 발언은 다음날인 14일에도 이어졌다. 논란이 된 일본 자위대 입국 허용 발언이다.

황 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으로부터 '국내 일본 거류민 3만 7000명의 신변이 위협될 때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을 하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일본이 우리와 협의해서 필요성이 인정되면 입국을 허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황 총리는 강 의원이 "심각한 발언"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기본적으로 입국이 허용되지 않지만 부득이하게 필요한 경우 여러 정황을 참작해 우리나라가 동의하면 가능하다는 말"이라며 "우리의 요청이 없으면 어떤 외국군도 들어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 가능성을 열어준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15일 야당은 "반역사적, 반민족적 망언"으로 규정하며 황 총리의 발언 철회와 사과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사과까지 요구했다.

황 총리는 그러나 이날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언론이 앞뒤를 잘라 편집해서 마치 자위대 입국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황 총리는 "일본 거류민이 위협받는 유사시를 전제했는데 전제는 빼고 왜곡하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이는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전제다. 황 총리 스스로도 "거류민이 위협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황 총리는 자신의 말처럼 '일본 거류민의 신변이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며 설사 발생하더라도 한국 경찰과 군대가 충분히 보호할 수 있어 자위대 파병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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