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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원세훈 재판, 노골적 편들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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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이 공소사실과 관계 없는, 검찰에 불리한 질문만 한가득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6일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이는 법정구속 된 뒤 240일 만이다. (사진=윤성호 기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이 심상치 않다.

재판부가 북한 대남방송 저지 행위에 대한 검찰의 의견을 묻거나, 검찰 내부 문건을 문제 삼는 데 장시간을 할애하는 등 사건과 무관한 질의에 치중하고 있어 '편들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 404호 법정에서 열린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3차 공판준비기일. 서울고법 형사7부(김시철 부장판사)는 "국정원 직원이 북한 정권의 대남선전선동 방송을 차단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적법한 직무수행으로 볼 수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검찰은 "답변을 유보한다"며 "저희가 기소한 범죄사실과 국정원법 해석 범위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남선전선동 방송 차단 행위에 대한 판단을 검찰에게 계속 추궁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국정원의) 사이버 정치관여 행위가 국정원의 업무범위에 포함되는지 해석해 달라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 방송을 국정원이 차단하는 게 합법적이냐 불법적이냐 논의하는 게 적절한 지 의문"이라고 항변했다.

급기야 재판부가 "논리적 (흐름 때문)"이라는 명목으로 북한의 대남선전선동 방송을 일반인이 그대로 봐도 된다는 취지냐고 묻는 대목에서는, 검찰의 강한 항의가 뒤따랐다.

검찰은 "논리적이라는 말 빼고 법정에서 이렇게 (논의가) 오가는 데 대해 굉장히 모욕감을 느낀다"고까지 답했다.

원 전 원장 사건에서 문제가 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성격에 대한 재판부의 '가정'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업무참고사항의 성격을 가질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위배되는 외형적 당사자에게 행정적 징계책임을 인정할 수 있냐"고 질문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를 업무지시가 아닌 '참고사항' 정도로 해석할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이에 검찰은 "업무지시와 업무참고사항을 나눈다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제기의 근거로 삼은 '대검찰청 공직선거법 위반 벌칙해설서'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묻는 데만 무려 2시간을 할애했다.

해설서 자체가 잘못됐다며, 법정스크린에 지난 기일에서의 검찰 발언 부분 속기록과 검찰청법 관련 조항 등을 띄워놓고 조목조목 비판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검사의 관점에 의하면 당연히 처벌해야 하는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너무나 부당한 사항이 (초래) 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너무나 부당한'이라는 표현은 3차례 질문에서 언급됐다.

'이미 결론이 난 듯한' 진행 방식에, 검찰 측 답변 대부분을 맡았던 박형철 대구고검 부장검사의 얼굴은 수시로 시뻘개졌고, 배석했던 한 검사는 참다못해 자리를 박차고 법정을 나가버렸다.

이같은 재판 방식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장이 공판준비기일을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 재판에 들어가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쟁점을 두고 싸워보기도 전에 한 편을 들어버리게 되면, 상대편에게는 유리한 증거나 증인이 채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불리한 질문만 하는 것도 재판장이 흔히 쓰는 전형적인 편들기"라고 비판했다.

앞서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과 관련된 댓글을 조작하는 등 국내정치에 관여하고 2012년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2013년 6월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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