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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경비원 택배살인 후 일주일, 다시 가본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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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대표 숨진 시흥 아파트, “경비원 교체 잦았다”
-경비원, 시말서 쓰라는 말에 흉기 휘둘러
-경비원 206명 조사, 1년 단위 근로계약 61%
-1년전 경비원 분신한 강남 아파트, 주민들 ‘갑질’ 여전
-경비원들 “입주자들 앞에서 우리는 하인”

사건의 실체에 훅! 들어가 봅니다. 취재를 통해서 확인한 뉴스의 진실을 보여 드립니다. [훅!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김현정>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오늘 훅! 들어가 볼 뉴스, 뭔가요?

◆권민철>오늘도 방송 보도부터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보도) "새벽에 택배물건을 찾으러 오는 입주자들이 많아지자, 60대 경비원이 입주자 대표와 말다툼을 벌이다 결국 상대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는데요. 마침 가지고 있던 손톱깎기를 휘둘렀고, 병원으로 옮겨진 정씨는 숨졌습니다."

◆권민철>지난주 금요일 시흥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사건이죠. 경비실 택배갈등 살해사건입니다. 경비실에 맡겨지는 택배물건 수령 시간 제한 문제를 놓고 말다툼하던 67살 경비원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아파트 갑질’이 부른 또 다른 비극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는데, 오늘 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김현정>경비원이 입주자 대표를 살해한 거죠? 사건발생 일주일이 지난 건데 사고 아파트 가보니 어떻던가요?

경기도 시흥의 경비실 택배갈등 살해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전경 (사진=권민철 기자)

 

◆권민철>제가 현장을 찾아간 게 그제 오후였는데요. 아직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주민들, 관리사무소 직원들 모두 말을 아꼈구요. 경비원들도 쉬쉬했습니다. 아마도 입단속 지시가 내려진 눈치였습니다. 경비원 이야기 들어보시죠.

(음성) "일체 이야기 못하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그거에 대해서 잘 몰라요. 우리한테 묻지 마세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김현정>함구령이 내려진 상태군요. 사건의 직접적 원인 들여다 보죠. 그러니까 택배 물건 찾는 문제였다는 거죠?

◆권민철>그렇습니다. 경비원은 관리사무소의 허락을 받고 ‘택배 수령 시간을 밤 11시까지로 제한한다’는 공고문을 게시했는데, 숨진 입주자 대표가 사전협의가 없었다며 경비원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사건을 조사한 시흥경찰서 담당자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음성) "경비원이 감사한테 (공고문을 붙이는 것을) 허락 맡았다고 하지만 입주자 대표 회장은 여행 갔다 와서 보니까 그렇게 해놓으니까 여론수렴도 하지 않고 경비원 자기들 편한 대로 그렇게 해 놓으니까 당연히 뭐라고 할 수 있는 사안이었던 거지."

◇김현정>이 경찰관 이야기는, 입주자 대표가 지나쳤던 건 아니다.. 뭐 그런 입장이네요?

◆권민철>다소 입주자 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죠. 이 경찰관, 입주자 대표의 갑질이라는 인터넷 여론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그 때문에 유족들도 심하게 반발했던 거 같구요. 저 역시 한가지 분명하게 할 것은 어떤 이유로도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겁니다. 다만 갑질이 실제 있었는지 그 여부를 살펴보려고 동대표자들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관리사무소를 통해서 말이죠. 하지만 끝내 취재는 거부당했습니다.

◇김현정>갑질 여부를 떠나 택배 찾는 문제가 그렇게까지 다툴 사안이었는지 선뜻 이해 안간다는 사람들 많았어요.

경기도 시흥의 경비실 택배 갈등 살해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사진=권민철 기자)

 

◆권민철>사실 그건 표면적인 문제였구요. 이면을 보니까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었습니다. 우선 택배 수령 시간은 돈 문제와 관련 있었습니다.

◇김현정>돈 문제요?

◆권민철>경비원들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보통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격일 교대근무를 하는데 문제는 일하는 24시간의 임금입니다. 보통 경비원들 임금 계산할 때 24시간 가운데 심야 시간은 휴식시간, 즉 일하지 않는 시간으로 제외합니다. 임금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꼼수인거죠. 시흥 아파트 경비원의 반발도 이런 부당함에서 비롯된 겁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음성)"시간당 노인 단가를 주잖아요. 그래서 최저임금 수치를 맞추는데 그 임금을 정상적으로 줘야 하는데, 자라는 거죠, 휴게시간을. 돈 주기 싫으니 자라... 그러나 자는 게 사실 자는 게 자는 게 아니 잖아요."

◆권민철>시흥 아파트에서는 이런 임금 보전 문제에다가 고용 불안 문제까지 겹쳐있었던 거 같습니다.

◇김현정>그건 또 무슨 이야기죠?

◆권민철>가해자인 경비원은 경찰조사에서 흉기를 휘두른 직접적 계기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고 합니다. 회장님이.. 여기서 회장님이란 입주자 대표를 말합니다. 회장님이 시말서를 쓰라고 해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다시 시흥경찰서 담당자 이야기 들어봅니다.

(음성) "(입주자 대표회장이) 관리과장한테 ‘그러면 시말서 받아봐’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본인(경비원)한테 직접 이야기 한 게 아니고, 그래서 관리과장이 ‘하나만 써봐요’ 그러니까...‘내가 왜 쓰냐’고 하다가 그럼 회장님을 만나보겠다고 하고 만나서 따지다가..."

◇김현정>시말서라는 말 등장했는데..

◆권민철>시말서는 말 그대로 시말서일 뿐이지만, 문제는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의 교체가 잦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사소한 시말서라도 경비원들에게는 해고의 빌미로 작용될 수 있었던 거죠.

◇김현정>이 분들 고용 형태가 어떻게 돼 있길래?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 경비원의 초라한 저녁식사 (사진=권민철 기자)

 

◆권민철>아파트 경비원들은 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법적 사용주는 이들이 속한 위탁업체인데 실질적인 사용자는 입주자대표회의인거죠. 따라서 입주자 대표회의 말 한마디면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겁니다. 일종의 위장도급 형태인거죠. 실제로 서울 서대문구에서 관내 아파트 경비원 2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61%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시흥 아파트의 경우는 경비원 교체 주기가 이보다 더 짧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3개월 짜리 교체도 있었다고 하구요.

◇김현정>결국 대표자들에게 절대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군요?

◆권민철>지휘명령과 인사권을 입주자대표회의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경비원에게 주민, 입주자 대표자는 절대 갑인 겁니다. 서울의 다른 아파트 경비원 이야기 들어보시죠.

(음성) "사람 뜻을 맞춰줄려다 보면, 좋은 사람도 있지만 안 그런 사람도 있으니, 그 뜻을 맞추려다 보면 주민과 경비 사이는 옛날로 보면 주인과 하인으로 취급 당하지... 너는 여기 관리자로 우리 관리해주는 사람이라고 봅니까? 너는 우리 봉급 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김현정>이번 갈등 보면서 작년 이맘 때 쯤이었던가요? 그 유명했던 강남 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도 입주민의 갑질 때문이었잖아요?

◆권민철>이번 시흥 사건 보면서 1년전 그 사건 떠올리신 분들 많았습니다. 입주민이 주는 모멸감에 못이겨 경비원이 결국 분신자살을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내일이 그 경비원이 숨진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김현정>그러고 보니 그 사건 이후 그 아파트는 그 후로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권민철>크게 변한 건 없다고 합니다. 최근에도 57살 된 경비원이 30대 초반의 주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한 경비원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음성) "젊은 친구한테 훈계를 하니까. 이 친구가 평소에 감정이 많고, 그러다 보니 주먹으로 쳐가지고 코뼈가 부러졌는데, 어찌됐건 어린애가 아버지같은 사람을 팬 것은 잘못이죠."

◆권민철>이 사건의 경우 경비원 훈계 방식에도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튼 주민들의 갑질로 볼만한 일은 지금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김현정>분신 사건 이후 여론 눈치 때문에 해당 아파트 경비원 계약 해지 못하더니, 잊혀지고 나니까 갑질이 벌어지고 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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