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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문제, 돌파구는 결국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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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정부와 다음 정부 역할이 중요. 성공 거둬야.

- 한국사회 50년 정의하는 키워드, 압축성장.
- 경제성장, 민주화 빨리 이뤘지만 후유증 있어.
- 서구는 경제력, 교육수준 높으면 공동체 적극적 참여.
- 한국은 상층 속할수록 이웃공동체에서 이탈해.
- 2,30대는 불평등하고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어.
- 낙관적 미래 위해선 6~8년의 시간밖에 안 남아.
- 이후에는 인구절벽으로 동력 사라져. 패닉 올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5년 11월 5일 (목) 오후 7시 05분
■ 진 행 : 박명규 아나운서
■ 출 연 : 장덕진 교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 박명규> 요즘에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여지저기서 참 많이 들리기도 하고 쓰여 있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취업난, 입시전쟁 등등 정말 팍팍하고 힘들기만 한 우리 한국사회의 씁쓸한 현실이 담긴 그런 단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빠른 시간 안에 이룬 나라로 평가받고 있었던 대한민국이 오늘날 왜 이런 모습이 됐을까요? 최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지난 50년 동안 한국사회의 모습을 분석한 <압축성장의 고고학="">이라는 책을 내놓았습니다.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는지 또 앞으로 한국사회의 과제는 무엇인지 저자와 이야기 직접 나눠보겠습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사회학과 장덕진 교수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장덕진> 네, 안녕하세요.

◇ 박명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고 들었습니다. 언제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연구소인지 소개를 좀 부탁합니다.

◆ 장덕진> 1965년도에 처음 만들어진 연구소이고요. 처음에는 인구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3년 후인 1968년도에 인구 및 발전문제연구소라고 이름을 바꿨고 1995년도에 오늘날의 사회발전연구소라고 두번째로 이름을 바꾸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고요. 이 이름에서 보듯이 처음에 만들어질 때에는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사회정책과 관련된 문제가 인구문제였었거든요.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한국에 대한 지원이라든지 혹은 학술활동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주로 인구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요. 그래서 인구문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로 처음에는 출발을 했고요. 그 이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사회의 변동과 더불어서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중요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변화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런 사회적 요구 혹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연구를 하다 보니까 연구의 주제도 처음 인구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70년대의 산업화라든가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노동문제 또 80년대 이후의 민주화와 관련된 문제들, 정보사회와 관련된 문제, 여성이나 이주와 관련된 문제 이런 문제들로 연구의 범위를 넓혀갔죠.

◇ 박명규> 이번에 펴내신 <압축성장의 고고학="">이라는 책, 연구서라고 봐야 되는 거죠?

◆ 장덕진> 네, 그렇습니다.

◇ 박명규> 제목이 좀 재밌습니다, 제가 듣기엔. 어떻게 정하신 거예요?

◆ 장덕진> 저희가 지난 50년을 돌이켜보면 한국사회의 지난 50년의 변화를 여러 가지로 정의를 할 수 있겠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고르라고 하면 아마도 압축성장으로 모아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한국의 역사를 돌이킬 때 보통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개의 단어로 요약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 지난 50년의 삶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 풍부함 또 오늘날 우리가 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는지 사회적인 구성논리 이런 것들이 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개의 단어만 가지고 정리가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지나간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다시 재구성해 볼 수 있을지를 생각을 해보다가 저희 연구소가 지난 50년 동안 사회조사자료를 한 백 수십여 개 정도 만들어냈거든요. 그러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60년대, 70년대의 한국사회의 모습을 데이터를 통해서 복원할 수 있다는 뜻이라서 그 데이터를 다시 복원해서 압축성장 그 시기에 있었던 한국사회의 모습을 다시 복원해보자. 그런데 고고학자들은 물리적인 삶의 흔적을 통해서 그 당시의 사회모습을 복원하지 않습니까?

◇ 박명규> 그렇죠.

◆ 장덕진> 그런데 저희는 사회조사데이터로부터 복원하는 것이어서 압축성장이라는 키워드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데이터로부터 복원하자. 그래서 압축성장의 고고학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 박명규> 50년 동안 축적된 방대한 자료들을 정리 분석한 내용이라고 보면 되겠는데 어떤 주제들로 분류하셨습니까?

◆ 장덕진> 원래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은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데 그 모든 분야를 다 이번에 책에 담을 수는 없으니까 그중에 가장 내용적으로도 중요하고 데이터의 자료의 질도 오늘날의 관점에서 봤을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정도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자료를 모으고 이렇게 골라보니까 크게 봐서 한 7개 정도 분야로 정리가 됐습니다. 하나는 여성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것 그다음에 교육에 대한 부분 또 노인들의 삶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또 지난 50년 동안 성장하면서 한국사회의 공동체는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다음에 노동자들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 한국사회의 위험이나 복지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했는지. 또 정보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가 됐는지 이렇게 크게 한 7개 분야로 정리가 됐습니다.

◇ 박명규> 주목할 만한 분석결과 몇 가지만 소개를 좀 해 주세요.

◆ 장덕진> 이게 지금 공식통계에서 잡히지 않는, 정부통계나 이런 데 잡히지 않는 그 당시 실제 삶의 모습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몰랐던 것들이 많이 발견되는데요. 에피소드 한두 가지 말씀드리면 그 당시에 질문지 이런 것도 다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65년도, 66년도에 썼던 출산력 조사표 같은 것들을 보면 거기에는 그 당시에 자녀를 가진 기혼여성에게 몇 년도에 결혼해서 몇 년도 몇 월에 첫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는 태어났는지 혹은 사산이 됐는지 그래서 현재 생존해 있는지. 둘째는 몇 년도 몇 월에 가졌는지 이런 걸 체계적으로 쭉 물어보게 돼 있는데 제가 우연히 펼쳐본 그 당시 65년도이니까 50년 전 출산력 조사표를 보니까 그 응답자인 여성은 10명의 아이를 낳아서 2명이 세상을 떠나고 8명의 자녀가 생존해 있는데 이분은 결혼하고 나서 1년 이내에 금방 첫 아이를 임신을 했고요. 첫 아이를 낳고 나서 또 1년 이내에 둘째 아이를 낳고요. 그래서 10명을 낳을 때까지 15년 동안 앞에 아이를 낳고 둘째 아이를 날 때까지 1년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결혼하고 15년 동안 거의 항상 아이를 가지고 있었던 상태인 거죠.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의 변화고요. 또 1966년도에 했었던 연구 중에 그 당시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생기기 시작할 때니까 주거형태가 사람들이 이웃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이라든가 사람들의 가치관 같은 데도 많은 영향을 주거든요. 새롭게 등장하는 아파트라는 게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이냐. 이런 연구를 50년 전에 했었는데 그때 해놓았던 기록들을 보니까 종암동, 돈암동 이쪽 아파트를 표본으로 삼아서 연구를 했는데 그 당시 아파트 한 채 가격이 36만원이더라고요.

◇ 박명규> 36만원.

◆ 장덕진> 그래서 십 몇 만원 정도를 내고 입주를 해서 한 달에 1147원씩 납입을 하면 집을 살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고요. 지금하고는 참 다른 세상이었던 거죠. 그런 데이터들을 가지고 분석을 해보니까 사람들의 상식하고 크게 다른 것들이 예를 들면 60년대 여성하고 2000년대 여성, 기혼여성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60년대 여성하고 2000년대 여성 중에 누가 더 이혼을 많이 할까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2000년대 여성이 더 이혼을 많이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데이터가 보여준 것은 60년대 여성이 더 이혼을 많이 했어요.

◇ 박명규> 아, 그래요?

◆ 장덕진> 그리고 일단 이혼을 하고 나면 누가 더 쉽게 재혼을 할 것인지. 역시 60년대 여성이 더 많이 재혼을 합니다.

◇ 박명규> 의외인데요, 이것은.

◆ 장덕진> 그런데 이건 자칫하면 오해가 될 수 있어서. 이건 뭐냐면 60년대 여성의 이혼이나 재혼은 본인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여요. 왜냐하면 일단 그때는 이혼할 생각이 없었는데 전쟁이라든가 급격한 사회변동 때문에 저절로 결혼 자체가 해소되는 경우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요. 그다음에 전쟁 같은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남편의 일방적인 요구에 의해서 이혼을 하게 된다든가 이런 경우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어찌됐건 여성 입장에서 보면 본인의 의사이든 아니든 간에 결혼한 여성이 이혼을 하게 될 위험은 그때가 지금보다 더 컸고요. 그다음에 재혼을 빨리 하게 되는 것도 지금도 여전히 이혼한 여성들이 경제적인 독립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마는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고 그다음에 이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 이런 게 지금보다 더 높았기 때문에 이혼한 여성들이 더 빨리 결혼하게 되는 그런 것도 흥미로운 발견이었습니다.

◇ 박명규> 50년의 사회변화의 연구자료들이 다 있으니까 흥미로운 부분이 참 많이 있을 것 같은데. 50년 동안에 한국사회의 가장 뚜렷한 변화로 아마도 사회양극화 현상을 꼽는 분들이 좀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책에도 이런 조사결과가 나타납니까?

◆ 장덕진> 네, 분야별로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발견이 되는데요. 예를 들어서 한국사회 전체로 봤을 때 교육이 하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긴 시간에 걸쳐서 분석을 해 보니까 한편으로는 물론 좋은 인적자원을 만들어내고 교양 있는 시민을 길러내고 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마는 다른 한편으로는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혹은 교육을 매개로 해서 가족 간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그런 경쟁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이 점점 커지고 있다든가 혹은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들이 점점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든가 또 공동체 내부에서도 한국에서 이번에 발견된 흥미로운 현상 중에 하나가 서구의 데이터를 보면 경제력이 높고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이웃공동체에 더 많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거든요. 그런데 한국자료에서 보이는 것은 상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웃공동체에서 이탈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래서 어디로 가느냐 하면 주로 동창회 같은 연고형 조직으로 가거든요. 사회과학 용어로는 사회자본이라고 합니다마는 친구를 사귀고 인맥을 쌓고 이런 것을 상당히 전략적인 투자를 한국 사람들은 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그런 좋은 학교를 나왔다든가 이런 사회자본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앞서 말씀하신 것과 같은 양극화를 강화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많죠. 여러 분야에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박명규> 이 양극화 현상으로부터 나오는 문제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사실 전 세계 문제로 지금 얘기가 되고 있는데.

◆ 장덕진> 맞습니다.

◇ 박명규> 어떤 생각이 좀 드십니까? 해결책은 있다고 보세요?

◆ 장덕진> 이 양극화라는 것이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대부분의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겪고 있는 것이고 이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똑같지만 그 나라의 양극화가 어느 정도 심각하게 진행되었는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었는지는 사실은 나라마다 상당한 정도의 차이가 있거든요. 이런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를 보면 결국은 이런 공통의 원인에 대해서 그 나라가 어떤 정책적인 개입을 하는지 혹은 정치적인 개입을 하는지의 문제거든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양극화 걱정을 한지 굉장히 오래됐는데 한국의 정책이 혹은 한국의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서 어떤 양상으로 이 양극화의 결과를 이끌어갈 것인지 이게 결국은 한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죠.

◇ 박명규> 한 인터뷰에서 개인화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각자도생’이라는 단어를 쓰셨습니다. 각자도생의 사회로 갈 것이고 여기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 말씀의 의미는 어떻게 우리가 이해를 하면 될지?

◆ 장덕진> 각자도생이라는 건 말 그대로 개인들이 자기 살 길은 자기가 알아서 찾는다는 이야기라서 좀 비정하게 들리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압축성장 얘기를 앞에서도 했었습니다만 한국보다 긴 시간에 걸쳐서 성장한 국가들은 그만큼 긴 시간에 걸쳐서 성장의 후유증을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거든요. 복지국가들이 대표적인 사례죠. 그런데 한국은 압축성장을 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었거든요. 거기에다가 고령화는 굉장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고 있고요. 이러다 보니까 이런 새로운 종류의, 과거에 성장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양극화부터 시작해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을 하는데 미처 대비는 안 되어 있고. 재정은 제한이 되어 있는데 이걸 가지고 여기저기 다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증세는 어렵고 이런 상황이 되니까 결국은 연금 가지고 살 수 없겠구나. 내가 은퇴한다고 하더라도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지금 소득에 비해서는 턱도 없이 모자라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당연히 하게 되고요. 그러면 개인들이 내 살길은 내가 찾아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거거든요. 이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제적 하층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최상층까지도 이 의식이 굉장히 폭넓게 퍼져 있습니다.

◇ 박명규> 참 답답한 얘기이긴 합니다마는 그래도 좀 매달리고 싶습니다. 헬조선 문제라는 얘기 지금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거기다가 수저계급론 얘기가 얼마 전부터 많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부는 여기에 대해서 무엇을 우리한테 해 줄 수 있는 건지. 그래도 정부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은 우리가 많이 있는데.

◆ 장덕진> 이런 단어가 사회적으로 유통되는 배경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런 단어를 쓰는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닌 것이죠. 이게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젊은 세대가 놓여 있는 세대적인 불평등, 세대 간의 자원 배분,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현재 한국의 20대, 30대 세대들이 굉장히 불평등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압축성장 때문에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러면 젊은 세대가 어려움에 처해 있으니까 기성세대나 지금 예를 들어서 연금 받고 있는 노인 분들한테 배분되는 자원을 일부 떼어다가 젊은 세대한테 지원해 줄 수 있느냐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노인층은 노인층대로 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거든요.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1등인데. 그러니까 한쪽의 자원을 떼다가 다른 한쪽에 지원해 주기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되어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결국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혹은 한국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차피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그다음에 세대 간 분배, 사회집단 간 분배를 장기적으로 어떤 규칙에 따라서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명규> 요즘에 답답한 마음이 더 답답해지는 것이 정치권을 보면 더 그렇거든요. 이런 여러 가지 통계 자료들을 분석하시고 생각을 해 보시면서 정치권에서는 그러면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되나 하는 생각이 좀. 정리를 하셨을 것 같아요.

◆ 장덕진>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겹쳐져 있는데. 어차피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어떤 돌파구라고 할까요? 이것을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은 정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서 고령화를 하루아침에 되돌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장기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그러면 그나마 짧은 시간 안에 돌파구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정치밖에 없어서 그쪽을 쳐다보게 되는데요. 뭘 해야 될지를 생각해 보면 예를 들어서 지금 한국 민주주의, 합의제 민주주의의 요소를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든가 혹은 국회의원의 비례성을 지금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한다든가.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서는 사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정치적인 이유들 때문에 실행이 되지 않고 있을 뿐이지, 상당수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무엇을 해야 한다는 합의는 있는 것 같고요. 어차피 합의가 있으니까 그런 구체적인 얘기들을 좀 떠나서 생각해 보면 근본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책을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 지금은 5년 단위로 막 바뀌는데 아시다시피 5년도 제대로 못하지 않습니까? 새 정부 출범해서 앞뒤로 시간 날리고 그러면. 이렇게 해서는 그때그때 짧은 인기영합성 정책이나 이런 거. 혹은 정부의 브랜드성 정책이나 이런 건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지금 부닥치고 있는 고령화라든가 양극화라든가 이런 수십 년 혹은 온난화라든가 이런 100년을 내다봐야 하는 이런 정책들은 도저히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정치권에서 해야 될 일이라면 이런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따지는 단기적인 것들도 그렇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정권의 향방이 어디로 가든.

◇ 박명규> 그렇죠. 정권이 바뀌더라도.

◆ 장덕진> 상관없이 장기적인 정책을 얘기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명규> 50년 동안 대한민국 우리 사회의 모습을 쭉 분석해 보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사회학자분들 거기다가 이렇게 50년 동안 우리 사회를 분석해 오셨으니까 이 질문을 꼭 드리고 싶어요. 대한민국의 미래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긍정적으로 전망하시는지. 저 이민가야 되는 겁니까?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 장덕진> 글쎄요. 생각 같아서는 당연히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싶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진 힘을 믿고 싶죠. 그러나 사회학자로서 믿음만 가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게 중요하다기보다도 낙관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뭘 해야 되는지의 문제인 것인데 우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기 정책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것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고요. 그런데 이거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인데 한 6, 7년, 7, 8년 시간밖에 저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 박명규> 그거밖에 안 남았다고 말씀하시는 근거는 뭔가요?

◆ 장덕진> 인구구조변화 때문에 그렇습니다. 7, 8년 지나면 지금도 고령화가 세계 최고로 빠른데 7, 8년 지나면 더 가속화되거든요. 그러면...

◇ 박명규> 동력이 없어진다는 거죠?

◆ 장덕진> 동력도 없어지고 사람들이 패닉할 겁니다. 패닉하기 시작하면 정책기관이 다 무력화돼버리거든요. 그전에 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한 7, 8년? 그러면 박근혜 정부와 다음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굉장히 성공적인 정부가 돼야 한다는 것이죠.

◇ 박명규> 알겠습니다. 사회발전연구소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연구활동을 하시죠?

◆ 장덕진> 네, 그렇죠.

◇ 박명규> 특별히 어떤 분야에 대해서 연구하겠다는 그런 계획 세우신 것이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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