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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증세 안 하는 것이야 말로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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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부세 가족합산 위헌판결, 역사적인 큰 후퇴
- 종부세 제대로 시행됐으면 복지재정 확충에 큰 도움 됐을 것
- 대한민국은 이미 기업하기 좋은 나라
- 박근혜 정부에는 '지당파'밖에 없어

 

NOCUTBIZ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5년 11월 20일 (금)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 정관용> 오늘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내셨고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셨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를 만나봅니다. 오늘 퇴임 기념 강좌를 여신다고 하는데요. 스튜디오에 미리 좀 모셨습니다. 어떤 강연을 하실지 방송을 통해 미리 한번 들어 보시죠. 이정우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이정우>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세월 참 빠릅니다. 벌써 퇴직이시네요.

◆ 이정우> 그렇습니다.

◇ 정관용> 지금은 그러면 명예교수로?

◆ 이정우> 그렇습니다.

◇ 정관용> 연구실은 빼셨나요?

◆ 이정우> 연구실을 안 빼면 후임자가 화를 내서. 갈 데가 없죠.

◇ 정관용> 강의는 혹시 하세요?

◆ 이정우> 강의는 한 강좌를 하는데요. 시간강사 자격으로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오늘 마침 서울에서 퇴임 강좌를 하시게 됐다고요?

◆ 이정우> 네.

◇ 정관용> 주제가 불평등 대한민국. 교수 시작하실 때랑 지금이랑 따져보면 우리나라 불평등 지수가 올라갔습니까, 내려갔습니까?

◆ 이정우> 그때가 그러니까 70년대 후반이었는데요. 그때도 불평등이 심하다고 난리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조금 개선이 되고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나빠진 것이 IMF 사태 때. 1997년 말에 우리가 IMF 위기라고도 하고 사태라고도 하고 구제금융 받으면서 IMF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라. 국가 개입하지 마라 이렇게 됐죠. 그때부터 시장에 다 맡기니까요. 예상대로 불평등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모든 불평등지표가 나빠지기 시작해서 지금 이제 17년이 지났는데 거의 개선이 안 되고 그대로 고착화되고 있는 형국이죠.

◇ 정관용> 개선이 아니라 더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요?

◆ 이정우> 네, 그렇습니다. 불평등 지표가 나빠지고 일부 개선됐다고 정부가 더러 주장하기로 하는데요. 여러 가지로 봐서 종합적으로 보면 점점 더 나빠지는 게 아닌가. 특히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희망을 갖기 어려운 그런 구조가 정착되어 가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오죽하면 ‘헬조선’ 얘기까지 나오고.

◆ 이정우> 요즘 그런 말까지 나옵디다.

◇ 정관용> 얼마 전부터 사실 피케티의 저술을 또 하나의 계기점으로 해서 불평등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마는 교수님 생각하실 때 자본주의는 불평등일 수밖에 없습니까?

◆ 이정우> 그렇죠. 기본적으로 불평등한데요, 자본주의는. 사회주의하고 차이가 사회주의는 평등한데 효율성에 문제가 많은 체제라 할 것 같으면 자본주의는 불평등하지만 꽤 효율성은 높은 체제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살리되 불평등은 너무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그런 것을 잘 하는 나라가 있고요. 예를 들면 북유럽 여러 나라들이 그렇죠. 저는 그런 나라가 가장 모범적이고 우리도 그런 쪽으로 가야 되는데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런 쪽으로 가지 못 하고 대단히 심한 시장만능주의, 경쟁지상주의 여기에 빠져서 불평등이 심해지고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기는 어렵고 어떻게 살아가나 막막한 그런 나라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근본적으로 발상을 바꿔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조금아까 IMF 위기 이후에 시장만능주의 즉 정부는 간섭하지 마라. 우리가 흔히 케인즈 학파 이런 얘기를 하듯이, 수정자본주의 얘기했듯이 자본주의라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어떤 욕구에 기반하는 것이라서 시장에 맡겨두면 불평등이 심화되니까 그걸 막기 위해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이제 그런 논리를 우리가 그동안 배워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IMF 이전에는 박정희 식의 개발독재시대를 우리가 거치고 그때는 그럼 어떤 것이었습니까? 정부가 강하게 개입은 했는데 불평등을 막는 식의 개입이 아니었나요?

◆ 이정우> 그때는 강력한 국가개입주의인데요. 관치경제라고도 할 수 있고 통제경제라고도 할 수 있고 왜냐면 히틀러, 무솔리니, 그리고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동시에 추진했던 모델입니다. 박정희 모델이라는 것은. 1930년대에 세 나라의 추축국가라고 하는 나라가 동시에 이 모델을 썼고요. 셋 다 고성장을 했어요. 그래서 한때는 굉장히 이것이 인기가 있었고 뭔가 자본주의에 대안인가보다, 이런 때도 있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델은 심한 독재이기 때문에 아주 심한 우파 독재죠. 파시스트 모델이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를 말살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그렇기 때문에 말하자면 창의력이라든가 기술혁신 이런 것하고는 상극입니다. 그래서 경제성장이 처음에는 잘 되다가 뒤로 갈수록 정체되고 아주 위기에 빠지게 되죠. 그래서 우리가 그런 모델을 택해서는 안 되고요.

◇ 정관용> 그때의 그 성장도 한쪽에 편중된?

◆ 이정우> 편중된 성장이죠.

◇ 정관용> 부의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는.

◆ 이정우> 대기업 위주고요. 농촌이나 농민, 노동자들이 아주 소외된 그런 성장을 했죠. 다만 그때는 그래도 일자리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그게 크게 불평등을 완화하는 수단이 됐습니다.

◇ 정관용> 경제 전체가 팽창하니까.

◆ 이정우> 팽창하는 시기고요. 도시로 가면 일자리가 있다. 그런 희망은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 이것이 젊은이들에게 제일 큰 문제가 되고 있죠.

◇ 정관용> 짧지만 그러니까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그런 관치경제, 통제경제 하에 불평등한 성장지상주의를 달려왔고. 그러면서 불평등은 심화됐지만 그러나 경제가 팽창하니까 그나마 뭐랄까요. 커버한다고 그럴까? 그럴 수 있었는데 IMF 이후에는 경제는 팽창하지 못하고 대신에 시장만능주의는 더 심화되고 정부의 개발독재 같은 개입도 어려워지고. 그러니까 그것을 다 합하면 뭐가 됩니까? 성장지상주의 플러스 시장지상주의입니까?

◆ 이정우> 그렇죠. 그 두 개죠. 지금처럼 우리나라에 제일 큰 문제가 50년 된 성장지상주의. 너무 성장, 성장 하다 보니 복지나 분배를 무시했고요. 또 IMF 사태 이후에는 시장을 너무 중시하다 보니까 모든 걸 시장에 맡겨야 된다. 그리고 국가에 필요한 개입이 있는 것인데 그것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일 죽어나는 것은 약자들, 서민들, 노동자들, 농민들. 이런 사람들이죠. 기댈 데가 없고요. 그래서 불평등은 심해질 대로 심해졌고 지금 저성장과 양극화가 딱 자리 잡고 있습니다. IMF 사태 이후에는. 그렇기 때문에 이게 제일 큰 문제이죠. 따라서 우리가 이걸 바꾸려면 성장지상주의를 극복해야 되고요. 시장만능주의를 수정해서 국가가 적절한 개입을 하면서 복지국가 그리고 경제민주화 이런 쪽으로 가지 않으면 이 위기는 타개할 수가 없다. 이렇게 봅니다.

◇ 정관용> 노무현 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맡으시면서 그때도 사실은 이 문제가 있었지 않습니까?

◆ 이정우> 그렇죠.

◇ 정관용> 그때 왜 못 잡으셨어요?

◆ 이정우> 그때도요, 한다고 열심히 했는데요. 꽤 뭐 잘 한 것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때가 너무 매도되고 다 잘못한 것처럼 그런 분위기가 있는데. 사실 하나하나 따지면 좋은 정책을 많이 썼습니다, 그때도. 예를 들면 종합부동산세도.

◇ 정관용> 종부세.

◆ 이정우> 네. 부동산 투기라는 것이 50년 넘은 우리의 망국적인 그런 고질병인데요. 이걸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했고 옳은 방향으로 갔죠. 그게 ‘헨리 조지’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인데.

◇ 정관용> 토지 공개념.

◆ 이정우> 네, 토지 공개념. 그쪽으로 가자는 겁니다. 그런 걸 역대 정부가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면서 아무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 했어요. 왜나면 기득권층의 저항이 겁이 나니까요. 그러나 참여정부는 그것을 했고요. 올바른 방향으로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죠.

◇ 정관용> 종부세?

◆ 이정우> 네. 그다음에 복지라든가 이런 쪽으로 대단히 노인요양이라든가 많은 서민, 약자를 위한 정책을 사실은 대단히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지방이 살기 어려운데 지방을 균형발전 시키고 지방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정책도 많이 폈고요.

◇ 정관용> 이건 조금 이따 하나하나 여쭤보고요. 숫자상으로 떠오르는 걸로는 참여정부 시기에 아파트값 제일 많이 뛰었다. 그래서 부의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 그다음에 한미FTA 추진으로 상징되는 전세계적인 시장만능주의에 더 가속화된 것이 아니냐. 이런 비판이 있습니다.

◆ 이정우> 그렇죠. 그런 비판을 많이 받았죠. 그 두 개는 문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씩 보기로 할까요? 우선 처음에 부동산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첫째 크게 오른 것이 주로 그때는 버블세븐 지역이라고 해서요.

◇ 정관용> 아, 특정 지역이다.

◆ 이정우> 네. 강남이라든가 방송국이 있는 목동이라든가 이런 몇 군데가 많이 올랐고 집중적으로 올랐습니다. 전국 평균 지가상승률 이렇게 보면 사실은 그렇게 많이 오른 것은 아닌 데요. 집중적으로 몇 군데가 올랐고 그게 특히 잘 사는 동네이니까, 부자 동네가 더 오르니까 그게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분노를 일으켰었죠.

◇ 정관용> 거품의 마지막이었다고 봐야죠?

◆ 이정우> 그렇죠. 거품의 마지막이었고 그것이 종부세라든가 DTI 도입 이런 거로 거의 말하자면 단말마의 비명을 치르고 있었던 단계라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실제로 김대중 정부 5년, 그 전 정부 이렇게 전체 평균을 잡으면 참여정부 5년 동안 지가 평균 상승률이 높지 않습니까?

◆ 이정우> 높지 않습니다. 통계가 나와 있는데요. 그것은 대체적으로 민주정부들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세 개가 민주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민주화 이후의 정부들은 땅값 상승률, 집값 상승률이 거의 이전 정부, 민주화 이전 정부, 독재정부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낮습니다. 비교가 안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독재정부들이 땅값을 올리고 집값을 많이 올린 거예요. 왜 올렸느냐. 지나친 개발주의. 토지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눈앞에 개발, 개발, 성장률에만 집착하다 보니까 먼 뒷날을 생각하지 않은 결과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 땅값을 갖고 있고요. 제일 비싼 집값을 갖고 있는 이런 살기 힘든 나라가 돼버린 것이죠.

◇ 정관용> 그런 것에 대한 일종의 저항으로 종부세.

◆ 이정우> 네. 그걸 저항하고 새로운 방향, 옳은 방향으로 거보를 디딘 것이 종합부동산세라고 봐야겠죠.

◇ 정관용> 한미 FTA 부분은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이정우> 한미 FTA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그건 노무현 대통령이 왜 추진했는지 참 그때 여러 가지 추측이 많았었습니다. 여러 가지 추측이 많았는데 안 계시니까 지금 정확하게는 잘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저는 사실 그때 반대했고요. 사실 그때는 청와대 밖에 나와 있었습니다. 학교로 돌아가 있었는데.

◇ 정관용> 정책실장 그만 두신 후죠?

◆ 이정우> 그만 두고 난 뒤에 그렇게 됐는데 당시에 추진함으로 제가 볼 때에는 더욱더 안 그래도 지금 현재 문제의 시장만능주의.

◇ 정관용> 확대, 가속화됐죠.

◆ 이정우> 더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 이렇게 보고. 그게 제가 반대한 제일 큰 이유였습니다.

◇ 정관용> 그건 어쨌든 아쉽다.

◆ 이정우> 네, 저는 아쉽다고 봅니다. 사람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쉽다고 봅니다.

◇ 정관용> 앞에 좀 잘한 정책의 대표 격으로 뽑으신 것이 종부세. 그런데 그것이 결국은 법정논란 끝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 받고 그랬지 않습니까?

◆ 이정우> 그랬습니다.

◇ 정관용> 그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정우> 그건 저는 아주 저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종부세에 대해서 당시 지금 새누리당이고 그때는 한나라당이 위헌제소를 한 겁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했는데 예를 들면 세금 폭탄이다. 또는 왜 재산세는 지방세인데 왜 중앙정부가 거두느냐 등등 몇 가지 이유를 들어서 제소를 했는데요. 헌법재판소에서 하나하나 다 이유 없다고 다 기각했어요. 다 설명하면서 괜찮다, 괜찮다 하다가 마지막에 가족합산, 부부합산이 위헌이다. 이렇게 판결이 났습니다. 그거 하나입니다, 이유는. 그런데 한번 생각 해 보세요. 부동산 투기한 사람이 혼자 명의로 합니까? 자기 아내 이름, 자기 딸, 아들, 조카 명의로 전국에 땅을 사재기하고.

◇ 정관용> 사돈에 팔촌까지 하죠.

◆ 이정우>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해서 투기를 하기 때문에 그걸 잡으려면 가족합산을 당연히 해서 무겁게 누진과세를 하는 것이 맞죠. 과세 목적을 생각하면 너무나 상식입니다. 그런데 그걸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은 저는 큰 판단착오이고 역사적인 큰 후퇴였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래서 어쨌든 종부세도 어렵게 도입이 됐습니다마는 지금은 실효성이...

◆ 이정우> 지금은 유명무실해졌고요. 힘이 잃었죠. 그게 그대로 살아 있었으면요. 지금 계속 과표현실화 비율을 매년 높여나가겠다고 예고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세수가 점점 늘어나게 돼 있어요.

◇ 정관용> 그렇죠. 부동산 보유 많이 하고 있는 사람은 자꾸 팔게 될 유혹이 생기고. 부담이 되고.

◆ 이정우> 부담이 돼서 점점 팔게 되고 그렇게 되면 땅값이 떨어지게 되고. 그게 제일 좋은 메커니즘이죠. 거기에다가 그 세수가 2조, 3조에서 자꾸자꾸 늘어나는데 몇 조씩 늘어나게 돼 있었는데 그것이 전부 지방정부의 복지지출로 쓸 수 있었어요. 아주 좋은 세원이었습니다. 그런 재원을 죽여 버렸기 때문에 지금 사실 전국의 지자체들이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데 그 재원이 없어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습니까? 아우성이죠. 그걸 해결할 수 있는데 좀 새누리당이 그걸 죽여 놓고 지금 이 문제는 해결 못 하고 아주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죠.

◇ 정관용>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까지 있으니까 다시 그대로 입법하기로도 어려운 상태잖아요, 지금은.

◆ 이정우> 따라서 정부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그 결정에 입각해서 그러면 좋겠다. 그러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정부는. 따라서 가족합산을 개인별 별산으로 바꾸되 개인 별산으로 하면서 그 가족합산과 비슷한 효과가 나오도록 세율이라든가.

◇ 정관용> 아. 정책을 설계하면 되는데.

◆ 이정우> 설계를 새로 하면 되는데 이명박 정부가 그것을 안 했죠. 그것도 사실은 정부로서는 직무유기를 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보면 직무유기라기보다는 위헌을 바라고 있는 정부가 됐으니까.

◆ 이정우> 그렇겠죠. 속으로 바랐으니까 잘 됐다 그러고 죽였겠죠.

◇ 정관용> 지금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실래요?

◆ 이정우>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를 정도입니다. 제가 볼 때에는. 평가할 만한 정책이 있습니까? 저는 그렇게 도로 반문하고 싶은데요. 창조경제 그런 말이 나왔고요. 규제 완화하겠다. 규제는 암덩어리다 이런 심한 말까지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규제 심한 나라 아니거든요. 세계은행이 매년을 발표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순위를 발표하는데 우리나라가 세계 200개국 중에 5등이에요. 5등 정도 기업하기 좋으면 됐지, 더 이상 뭐 그렇게 올라갈 것이 있겠습니까? 충분하고요. 규제는 필요한 규제가 많이 있습니다. 자꾸 규제 완화하라고 청와대에서 압력을 넣으면 실제로 필요한 규제까지 없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세월호 사건 같은 것. 규제를 쓸데없이 완화하는 바람에 생긴 사고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이명박 정부 때 그랬잖아요.

◆ 이정우> 이명박 정부 때 배에 연령을 규제 완화해주는 바람에 낡은 배가 일본에서 들어와서 저렇게 사고가 났단 말이죠. 그래서 규제 완화는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창조경제라는 것은 참 구름 잡는 이야기고요. 뭐가 뭔지 모르고. 심지어 창조 무슨 부처장관도 제대로 대답을 못할 정도예요. 그리고 외국 가서 벨기에이지 싶은데 벨기에 국왕이 ‘창조경제가 뭡니까?’ 하고 호기심에 자꾸 물었어요. 장관이 대답을 못하면서 마지막에 하는 답이 ‘아, 그 창조경제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제일 잘 압니다.’ 이렇게 하고 넘어갔다는 겁니다. 국제적으로 참 부끄러운 일이죠. 그래서 지금 창조경제 그런 구름 잡는 이야기하면 안 되고요. 사실은 서민들, 중산층들, 노동자들, 약자들이 살기가 어렵고 그게 돈이 돌지 않는 것이 문제죠. 그 밑에서 돈이 돌도록 해야 되고요. 그건 포용적 성장. 이미 ILO라든가 여러 국제기구에서 이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좋은 답이 있는데 그것을 구태여 외면하고 전혀 해 보지도 않은 창조경제 이런 것으로 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 정관용> 다른 인터뷰에 박근혜정부에는 ‘지당파’밖에 안 보인다고 그러셨던데. 지당파가 뭐예요?

◆ 이정우> 지당파는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지당합니다’ 하고 절대로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

◇ 정관용> 지당하십니다, 할 때 그 지당?

◆ 이정우> 네. 그런 사람들이 많고 저는 반대한다든가 바른말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과거 정부에서는 더러 있었는데요. 박근혜 정부에는 아예 그런 사람을 뽑지 않는 것 같아요.

◇ 정관용> 포용적 성장 이건 서민, 중산층 사이에 돈이 돌게 만든다. 결국 그러면 임금을 좀 올려주든지 아니면 복지혜택을 더하게 하든지 이런 등등이 돼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정우> 맞습니다. 최저임금제 인상이라든가, 복지의 확충이라든가 또 중소기업 갑과 을 관계에서 굉장히 어려운데요. 중소기업의 그런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 이런 것들이 포용적 성장 정책이죠. 그러면 성장과 분배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이니까요. 지금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까 첫머리에 제가 말씀드렸듯이 IMF 사태 이후에 문제가 두 가지다. 저성장과 양극화거든요. 그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포용적 성장이니까. 성장도 하고 양극화도 줄이는 것이니까요. 그게 정답이라는 것을 상식을 가진 사람은 금방 알 수 있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가 계속 그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이 참 답답할 뿐이죠.

◇ 정관용>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그렇게 이끌려면 정부의 역할이 좀 강화돼야 되고 그리고 정부가 쓰는 돈도 좀 늘어나야 되지 않습니까?

◆ 이정우>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러다 보면 지금 세금이 안 걷혀서. 국가재정이 곳간이 비고 있다. 국가 부채만 더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하나만 더 추가하면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점점 더 생산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또 대신에 건강이 됐건 노후 복지가 됐건 돈 나갈 구멍은 더 많아진단 말이에요. 곧 들어올 것은 줄어들고, 나갈 것은 많아지는데 곳간은 비어 있고 게다가 포용적 성장하려면 세금은 더 써야 되고. 이거 어떻게 풉니까?

◆ 이정우> 그러니까 복지 증세를 해야 되겠죠.

◇ 정관용> 증세.

◆ 이정우> 복지 증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세금이 국민소득의 20% 냅니다. 세계 OECD 중에서 제일 낮은 편에 들어가고요. 미국은 적게 내는 편인데 그래도 한 25%대고요. 미국, 일본이. 유럽은 적게 내는 나라가 30% 또는 40% 제일 많이 내는 나라는 북유럽의 50%까지 세금을 내거든요. 그렇게 해서 복지를 잘하고 있단 말이죠. 그게 포용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되니까. 그런데 우리는 겨우 20 하고 있으면서 30, 40, 50하는 것이 OECD의 표준이란 말이죠, 지금. 그 표준으로 가려면 21에서 22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야 되는데. 계속 20에서 고정시켜놓고 한 발자국도 못 가겠다. 이게 지금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지난 8년 동안 해오고 있는 것인데. 참으로 통탄할 일이고요. 그러는 사이에 저출산 고령화는 점점 심해지고요. 이대로 가면 얼마 안 있어서 고령사회로 가고 초고령사회가 곧 닥칩니다. 얼마 안 남았어요. 그럼 젊은, 일할 인력이 부족해지고요. 노인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우리보다 앞서간 선배 나라가 하나 있는데 일본입니다.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는 것이죠. 일본이 복지국가 안 하고 토건국가 하다가 저렇게 망해가고 있거든요. 그럼 그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되는데 우리는 그대로 그걸 모르고 그대로 가고 있어서 안타깝고요. 이대로 가면 진짜 얼마 안 가서 낭떠러지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 정관용> 그런데 증세는 국민들이 또 저항하지 않습니까?

◆ 이정우>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그걸 겁을 내서 안 하고 있는 것인데. 저렇게 복지증세를 국민들이 싫어하니까 겁을 내서 안 하는 것이야말로 저는 포퓰리즘이라고 봅니다. 참된 지도자는요. 국민을 설득해서 ‘자, 우리가 이렇게 위험하니까 이대로 가면 안 됩니다. 저출산 고령화를 막으려면 과감한 복지 증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세금 다 같이 냅시다. 가난한 사람도 내고 부자들은 더 많이 내고 이렇게 해서 필요한데 쓰고 그렇게 해서 이 위기를 빨리 벗어납시다,’ 이렇게 설득하는 것이 지도자가 할 일이고, 그렇게 하라고 우리가 대통령 뽑고 국회의원 뽑는 것이죠. 그런데 새누리당은 그걸 아주 죽어라고 안 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포퓰리즘에 빠져있다. 인기 영합주의입니다. 국민들 눈치 보고요.

◇ 정관용> 참 이게 묘하네요.

◆ 이정우> 인기 영합주의죠. 그러면서 저 사람들이 거꾸로 복지 주장하는 야당을 포퓰리즘이라고 거꾸로 적반하장으로 욕을 하고 있어요. 말이 안 되지요.

◇ 정관용> 게다가 또 정말 재미있는 것이 참여정부 종부세 경우도 정작 종부세를 내야 되는 사람은 전 국민의 몇 % 안 되지 않습니까?

◆ 이정우> 2%였죠.

◇ 정관용> 그거 얼마 안 되는데 종부세를 들고 나오면 마치 그 정부는 모든 국민한테 세금을 걷으려고 하는 정부인 것처럼 인식이 돼서 국민들이 표를 안 찍는다는 말이에요.

◆ 이정우> 그렇죠. 모 신문사가 세금 폭탄이라는 교묘한 말을 만들어내서 그 말을 퍼뜨리니까 일부 서민들, 중산층까지도 나도 세금 폭탄 맞는가 싶어서 착각을 해서 더 반대하고 그렇게 했죠.

◇ 정관용> 그러니까 진작 지금 복지 증세라고 해도 그 증세에 대상이 되는 국민은 사실은 국민 절대다수는 아니지 않습니까?

◆ 이정우> 그렇죠. 다 내면 좋은데, 보편과세로 가면 좋은데. 서민들은 조금 더 내고요. 중산층은 그보다 좀 더 많이 내고, 고소득층 대기업은 특히 많이 내고.

◇ 정관용> 어떤 세금들을 올려야 됩니까, 그러면?

◆ 이정우> 제일 이론적으로 타당하고 부작용이 적은 세금은 종합부동산세입니다.

◇ 정관용> 종부세.

◆ 이정우> 경제학 교과서에 이미 증명이 되어 있고요.

◇ 정관용> 이게 이제 크게 개념화하면 자산이 많은 데 대한 부과죠.

◆ 이정우> 그렇죠. 자산 중에서도 특히 토지는 더 늘어날 수 없고 하기 때문에.

◇ 정관용> 한정된 거고.

◆ 이정우> 그런 생산적 자본이나 기계하고도 또 다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부작용이 적고 가장 공평하고 가장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공평과 효율이라는 두 기준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세금이 종합부동산세니까. 그걸 우선순위 1번으로 하고요. 그다음에는 그것만 가지고는 세수가 충당되지 않을 테니까. 추가적으로 큰 세수가 좀 더 필요한데 그것은 세 가지 세금의 후보가 있습니다. 법인세, 소득세, 그리고 부가가치세죠. 그 세 가지 세금이 우리나라 세수의 7할 이상을 차지하거든요. 그래서 그 세 가지를 연구를 해서 법인세도 저는 올릴 여지가 있고요. 소득세도 늘릴 여지가 있고 부가가치세도 늘릴 여지가 있다. 셋 다 늘릴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죽어라고 안 늘리겠다는 새누리당의 강철 같은 의지, 이것이 문제죠.

◇ 정관용> 왜 그렇게 안 늘리려고 할까요?

◆ 이정우> 포퓰리즘이라니까요. 국민들한테 인기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전전긍긍하는 겁니다. 저건 지도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나라가 이렇게 위기인데 시간도 얼마 없어요.

◇ 정관용> 아니, 야당이 제일 많이 강조하고 주장하는 것이 법인세 인상 같은 것, 주로 대기업 위주이지 않습니까?

◆ 이정우> 그렇죠.

◇ 정관용> 그럼 여기에 해당되는 국민들 별로 얼마 안 되거든요. 그런데 왜 국민들은 법인세인상마저도 꺼림칙할까요?

◆ 이정우> 그러니까 세금 폭탄이니 이런 말을 자꾸 쓰니까.

◇ 정관용> 현혹돼서 그런가요?

◆ 이정우> 본능적으로 세금이라면 좀 기피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가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걸 정부가 제대로 설명을 잘 해줘야 됩니다. 상세하게 안심을 시키면서 ‘이러이러해서 당신이 세금을 한 1만원을 더 낸다. 그러나 복지지출이 이렇기 때문에 실제로 얻어가는 효과는 한 5만원, 10만원 더 득을 봅니다.’ 그렇게 안심을 시키면서 설명하면 되는데요. 아예 그 노력 자체를 안 하는 것이 문제죠.

◇ 정관용> 불평등한 이 사회 앞으로의 방향은 복지 증세를 하고 포용적 성장을 통해서 조금 있으면 닥칠 인구절벽 이런 것도 극복해내고 해야 한다. 방향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기를 쓰고 이 정부는 안 하려고 한다. 야당도 제대로 된 대안을 못 내는 것 아니에요?

◆ 이정우> 야당은 훨씬 대안이 나은데요. 문제는 힘이 없고 의석이 적으니까 아무 것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가 없어요. 저희가 정말 절박하게 느끼는 것이 ‘우리가 정말 대통령 잘 뽑아야 되겠구나. 국회의원 정말 잘 뽑아야 되겠구나.’ 결국 그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다가올 총선도 별로 전망은 밝지 못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정우> 그렇죠. 그게 참 안타까운데요. 저는 국정교과서 문제라든가, 지금 새누리당의 횡포, 역사 후퇴는 도가 지나치거든요. 국민들이 이런 정권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심판을 해야 된다. 이렇게 봅니다. 더 오래 끌고 이런 정권이 또 생기면 거의 나라가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 같아요. 절박합니다.

◇ 정관용> 이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현 상황 앞으로의 방향,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좀 더 고민을 해야죠. 그리고 답을 내야죠.

◆ 이정우> 맞습니다. 정치는 더럽다, 이렇게 보고 사람들이 욕만 하고요.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고 비판만 하는데. 그럴수록 더 참여해서 이것을 바꿔나가도록 국민 한 명, 한 명이 다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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