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자료사진=윤성호 기자)
박병호(29, 넥센)은 21일 미국과 결승전을 앞두고 애써 웃었다. 4강 한일전 승리로 팀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지만, 박병호는 아니었다. 대회 도중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가 1285만 달러(약 147억원)의 최고 응찰액을 써냈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이번 대회 성적이 너무 안 좋았던 탓이다.
멕시코와 조별리그에서 팀 승리를 이끈 홈런포를 쏘아올렸지만, 타율 1할9푼2리에 그쳤다. 홈런도, 타점도 멕시코전 솔로 홈런이 전부였다.
박병호는 미국전을 앞두고 "잘 하고 싶습니다"라고만 말했다.
표정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의 속은 끓었다. 게다가 일본과 4강전에서도 침묵했기에 미국전을 더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잭 랜돌프 감독은 멕시코와 4강전을 승리한 뒤 "박(Park)"을 조심해야 할 타자로 지목했다. 덕분에 좋은 공은 들어오지 않았다. 1회초 첫 타석에서는 투구에 맞았고, 3회초에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결국 박병호가 해냈다.
박병호는 4-0으로 앞선 4회초 1사 2, 3루에서 브룩스 파운더스의 138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육안으로 봐도 폴대 위를 넘어가는 대형 홈런이었다. 공식 비거리는 130m. 도쿄돔을 들끓게 만든 대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