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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원 '배임'은 왜 무죄가 됐나? 檢·法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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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피고인이 경영평가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한 의도로 하베스트 인수를 추진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이 배임죄로 기소된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게 지난 8일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임죄를 인정하려면 부정한 거래 동기와 이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이익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강 전 사장에게서는 그런 정황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러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와 무죄 판결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해 책임자를 구속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기소했다"며 그런데 "무리한 기소이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검찰과 사법부는 왜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일까. 강 전 사장에 대한 주요 공소사실과 법원의 판단을 비교해봤다.

▶ 검찰: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난 직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인수금액 4조원이 넘는 캐나다 자원개발 업체 하베스트와 자회사 날(NARL) 인수를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5500억원대의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
▷ 법원: 설령 강 전 사장이 다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하베스트 전체 인수를 의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를 승인한 이사회 결의에 위법하거나 부당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독립한 임무 위배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 검찰: 하베스트 생산 원유는 국내로의 운송비가 비싸 사실상 국내반입이 불가능한 만큼 피고인은 국내반입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았다.
▷ 법원: 평시 경제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비상시 국내로 반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 검찰: 전문성 없는 석유공사 직원들이 3~4일 만에 날(NARL)에 대한 실사를 할 수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실사를 지시했다.
▷ 법원: 석유기업 저가 인수 기회 상실로 인한 손해가 석유공사의 충실한 사전 실사에 의해 얻는 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해 충실한 사전 실사 없이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임무 위배 행위라 단정할 수 없다.

▶ 검찰: 인수계약의 적정성을 재검토할 의사가 없었으므로 사후 실사 역시 현황 파악의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 법원: 충실한 실사 또는 철저한 검증을 했더라면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었고 이에 따라 다른 결정을 했으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 검찰: 투자의사 결정 기준인 내부수익률을 8%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날(NARL)의 가치평가 금액을 9억 3000만 캐나다달러로 임의로 낮춰 내부수익률을 8.3%로 조작했다.
▷ 법원: 날의 가치평가 금액을 12억 2020만 캐나다 달러로 계산하더라도 내부수익률은 8%에 미달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자산가치를 낮췄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 검찰: 경영실적이 부진한 기관장에 대해 해임 또는 경고 조치가 이뤄지고, 경영성과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 지급되는데, 피고는 하베스트 인수를 통해 2009년 기관장 평가 '양호' 등급, 기관평가 'A' 등급을 받았다.
▷ 법원: 임기가 곧 종료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매장량 확보 실패만으로 피고인이 중대한 불이익을 받을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

▶ 검찰: 하베스트의 부채가 22억 캐나다달러에 달하는 등 향후 수익을 단정하기 어려웠고, 날(NARL)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당기순이익을 낸 적이 없다.
▷ 법원: 세계금융위기 상황에서 대부분 회사의 주가가 하락했으므로 같은 시기에 하베스트 주가가 하락했다는 사정은 하베스트만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법원은 배임의 동기 여부에 초점을 맞춘 판결을 내렸다. 형사상 배임죄를 인정하려면 부정한 거래 동기가 있었는지, 그렇다면 얻게 될 이익은 무엇인지, 손해 발생을 예상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배임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지였다.

배임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은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는 추세다. 앞서 지난해 9월 131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이 무죄를 선고 받았고, 통영함 납품장비 비리 혐의로 기소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를 벗었다.

이와 관련해 이영렬 지검장은 "공중으로 날아간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은 누가 책임을 지느냐"며 "경영평가 점수 잘 받으려고 나랏돈을 아무렇게나 쓰고, 사후에는 '경영판단'이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면 제멋대로 경영해도 된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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