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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하는 건가요?" 이상화, 쿨하지 못했던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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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냐, 배려냐' 이상화 "휴식-출전권 다 포기 못 해"

'난 쉬고 싶었을 뿐이고, 대회도 나가고 싶었을 뿐이고' 지난달 국가대표 선발전 불참으로 ISU 월드컵 5차 대회와 국내에서 열리는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빙속여제 이상화.(자료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토토빙상단 창단식이 열린 12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펠리스 호텔. 이날 행사는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과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은 물론 최명희 강릉시장을 비롯해 강석훈, 권성동 국회의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등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이른바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인 ㈜케이토토가 평창동계올림픽을 목표로 야심차게 닻을 올린 스포츠토토빙상단 창단식이었다. 때문에 공단을 비롯해 상위기관인 문체부, 강릉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 단체장과 공무원 등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이날 정작 취재진의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빙상단 창단도 주목할 만했지만 취재진은 국제대회 출전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한 '빙속 여제' 이상화의 의견에 촉각을 더 곤두세웠다.

이상화는 지난달 42회 전국남녀 스피드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불참했다. 그런데 이 대회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와 2016 ISU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렸다. 여기에 불참한 이상화는 두 국제대회 모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세계 여자 단거리 최강자가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바뀐 규정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시즌 전 1회 선발전으로 대표를 뽑았지만 올 시즌부터 월드컵 5차 대회와 스프린트선수권 출전 대표 선발전을 따로 만들었다. 개정 사실을 이상화가 사전에 몰라서 선발전에 불참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이에 대한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연맹은 사전 고지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듣긴 들었는데…무언가 꼬인 것 같네요"

12일 열린 스포츠토토빙상단 창단식에서 이상화(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이규혁 감독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스포츠토토)

 

이상화는 일단 실수를 인정했다. 창단식 뒤 따로 논란과 관련한 인터뷰에 응한 이상화는 "캐나다에서 훈련하다 보니 사전 공지를 못 본 점, 잘못한 것은 인정한다"면서 "앞으로는 차질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뀐 규정을 알게 된 시점은 연맹과 엇갈렸다. 이상화는 "바뀐 규정을 듣긴 했는데 선발전이 끝난 뒤였다"고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수 차례 김용수 대표팀 코치가 사전에 이상화와 이규혁 스포츠토토 감독에게 선발전에 나와야 월드컵 5차 대회와 스프린트선수권에 나설 수 있다고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상화는 특유의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상화는 "김 코치에게 직접적으로 듣지 못했다"면서 "(전달 과정에서) 사전에 중간에 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의 질문이 집중되자 "(오늘 창단식인데) 취조하는 게 아니잖아요?"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화는 어떤 질문에도 당차고 똑부러지는 인터뷰 솜씨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불거진 결혼설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해 아니다"고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이상화는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다소 더듬거렸고 답변이 명쾌하게 나오지 않았다.

선발전과 국제대회 출전이 맞물린 데 대해서 이상화는 "깊이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알았더라도 사실 휴식기를 가졌을 것 같다"고 사전 인지 사실을 에둘러 드러내는 듯한 묘한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미리 알았더라도 포기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출전하고픈 마음 간절해요"

이상화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을 안고 있는 이상화는 월드컵 1~4차 대회를 모두 소화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시즌까지는 없었던 대표 선발전을 또 한번 치르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상화는 "안 그래도 일정이 빠듯한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선발전이) 일주일 남은 상황에 준비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도 선전을 펼치고 있는 이상화.(자료사진)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철저한 성격 탓도 있다. 이상화는 "모든 대회에 선수는 집중을 해야 한다"면서 "한국에서 개최되는 경기라 나가고 싶었지만 무릎 통증도 있어서 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과감히 두 국제대회를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버스가 떠난 뒤에 손을 흔들었다는 점이다. 선발전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두 국제대회에 나서고 싶다는 것이다.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오는 2월 ISU 종목별 선수권대회를 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려면 월드컵 5차 대회 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화는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대회는 종목별 선수권이라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시합 감각을 익히고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일종의 배려를 연맹에 요청한 셈이다. 이규혁 감독도 "이상화가 월드컵 5차 대회와 국내에서 치러지는 ISU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거들었다.

▲고민스러운 연맹 "형평성에 문제가…"

하지만 연맹으로서는 원칙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연맹 관계자는 "이미 이런 규정 때문에 월드컵 5차 대회와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면서 "그런데 이상화에게 출전 자격을 준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이상화가 국내에서 열리는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나서서 메달을 따면 좋다"면서 "또 최대한 선수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도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이상화가 12일 스포츠토토빙상단 창단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스포츠토토)

 

일각에서는 세계 정상급인 이상화를 위해 배려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워낙 일정이 빠듯한 데다 몸이 완전치 않은 상황인 까닭이다. 그러나 이미 원칙을 세운 만큼 특혜 시비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연맹은 왜 규정을 바꾼 것일까. 연맹 관계자는 "이전까지 시즌 전 1회 선발전을 치러 보니 월드컵 등 시즌 후반부에 나서지 않거나 몸을 사리는 선수들이 있더라"면서 "차라리 국내 대표 선발전을 준비하겠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그럴 바에야 실제로 뛰고 싶은 선수들이 나서도록 하는 게 맞다는 판단 하에 선발전을 따로 신설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이상화는 "규정은 따라야 하는 문제고 (원칙을) 따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연맹의 대표 선발 규정 사전 고지는 제대로 이뤄진 상황. 고의든, 실수든 이상화는 컨디션과 휴식 등 나름의 사정이 있어 선발전에 불참했다.

다만 포기했던 국제대회 출전에 대한 의지가 슬그머니 다시 생긴 상황. 하지만 연맹은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안타까운 마음이나 규정은 모든 선수들에게 공정하게 적용할 수 밖에 없어 선발전에 불참한 이상화의 5차 월드컵 파견은 원칙에 따라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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