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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프로듀스101'의 무책임한 태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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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윤창원 기자)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종영을 앞둔 Mnet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101'이 무책임한 운영 방식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시스템상 큰 허점이 있음에도 제작진은 '어물쩍' 넘어가려고만 하고 있다.

'프로듀스101'은 국내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여자 연습생이 참가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가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 데뷔 멤버와 콘셉트, 그룹명 등을 정하는 방식이다. 최종 선발되는 11명은 올해 말까지 프로젝트 걸그룹으로 활동한다.

연습생들의 최종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투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다. 앞서 이달 초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 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1일 1회만 투표하는 것이 원칙인데, 가상의 이메일을 입력해 유령 SNS 계정을 생성한 뒤 동의 절차를 거치면, 한 명이 얼마든지 연달아 투표하는 것이 가능한 허술한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시스템을 교란하기 위해 동일한 회원 정보로 다수의 아이디를 만들어 투표를 시도하는 부정 투표 의심 건에 대해 '캡차(CAPTCHA)'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부정 투표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캡차'는 사람과 컴퓨터(봇, Bot)를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세스로, 찌그러진 문자나 왜곡된 숫자 등을 활용해 악의적으로 사용되는 프로그램인 봇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컴퓨터는 막을 수 있으나 사람은 막을 수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는 곧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고, 직접 유령 SNS 계정을 만들어 중복 투표를 하는 행동까지 차단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프로듀스101' 측도 인지하고 있는 문제다. '프로듀스101' 측은 이를 지적하자 "'캡차' 시스템을 도입해도 특정 연습생을 지지하는 팬이 직접 유령 SNS 계정을 만들어 투표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복투표를 100% 막으려면 '프로듀스101' 투표 페이지뿐 아니라 엠넷닷컴 회원가입 시스템 전체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빠른 해결이 쉽지 않다"며 "방송을 통해 건전한 투표 문화 조성을 위한 목소리를 내보는 등 문제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초 밝힌 대로 '캡차' 시스템만 도입했을 뿐,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은 없었다. 방송에서 건전한 투표 문화 조성을 위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쯤 되면 애초에 문제를 개선할 생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지금도 '프로듀스101' 관련 커뮤니티, 팬카페 등에는 "OOO 연습생에게 하루 수십, 수백 번 투표했다"는 글이 버젓이 게재되고 있다.

제작진이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프로듀스101'은 '국민 프로듀서'라는 거창한 호칭을 붙여놓고 "당신의 한 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할 투표 방식에는 큰 허점이 있었고, 누군가는 이로 인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을 것이다. 연습생, 시청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프로듀스101'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다. 각종 논란을 먹고 자란 이 프로그램은 지난 25일 평균 3.8%로 자체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또 한 번 경신했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 개발한 소비자 행동기반 콘텐츠 파워측정 모델 CPI통합지수에서는 3위(28일 기준)에 올랐다. 일부 연습생들은 이미 '스타'로 떠오른 모양새다. 각종 CF, 행사 섭외가 쏟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프로듀스101'은 이번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Mnet은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종영 이후 4회 분량의 스핀오프 버전을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남자 버전인 시즌2를 제작할 것이란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직 검토 단계"라는 게 제작진의 공식 입장이지만,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듯 하다. 문제 개선에는 무책임한데, 더 큰 성과를 거두려는 움직임에는 참 기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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