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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괴롭힌 애들한테 사과하래요"…황당한 '학폭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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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가족 반발에 피해 학생도 징계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제가 잘못했대요. 학교에서 나를 도와줄 것 같았는데…"

초등학교 5학년 들어 부쩍 말수가 줄어든 지효(가명·여)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지효는 학폭위의 결정에 따라 같은반 학생 네 명에게 사과 편지를 써야만 한다. 그 학생들은 지효의 학교생활을 지옥으로 만든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이다.

지효(가명)의 일기장에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두려움과 폭행 사실들이 적혀 있다.

 

8일 지효 가족과 학교 측 말을 종합하면, 지효는 지난 4월부터 약 두 달 동안 같은반 학생 4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2~3명씩 짝을 지어 지효의 등이나 머리를 수시로 때렸다.

지효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찾아와서 뺨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며 "학교 가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효가 함께 사는 이모 유모(44) 씨에게 입을 열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A 초등학교는 학폭위를 열어 가해학생들에게 서면 사과와 교내 봉사활동 150분, 특별교육 2시간 이수를 결정했다.

◇ '우리 애만 못 당한다'?…적반하장 가해 부모

학폭위의 교치(敎置) 결정 후에도 가해 학생과 부모에게서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지효 가족들은 결국 가해 학생들을 서울 관악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가해학생들의 폭행 등 일부 괴롭힌 사실을 인정해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에 넘겼다.

하지만 얼마 뒤 유 씨는 학교로부터 지효가 가해학생 신분으로 학폭위가 열린다는 통보를 받았다. 피해학생은 지효를 괴롭혔던 가해학생 네 명이었다.

학폭위 개최 이유는 지효가 가해학생들에게 3~4차례 욕설을 했다는 것.

결국 지효의 욕설 행위는 인정됐고, 지효의 서면 사과가 결정됐다.

지효의 변호사 삼촌이 학폭위에 참여해 "가해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받을 당시에 한 소극적인 저항이다. 이런 저항조차 인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어떤 일을 당해도 '가만히 있으라'는 교훈밖에 남길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 측은 "네 명의 학생이 지효에게서 욕설을 들었다는 피해사실이 확인돼 절차에 따라 교치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 지효 가족의 작은 바람은 "진심어린 사과"

학폭위가 지효에게 서면 사과 결정을 내린 이후 지효의 심경변화서

 

교내 수학경시 대회에서 수차례 입상하는 등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해온 지효는 더 이상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

지효와 가족들을 가장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별것 아닌 일 가지고 큰일을 만들었다'는 주변 분위기.

유 씨는 "지효는 괴롭힘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는데, 학교나 가해 부모들은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 가해학생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 학생과 부모들이 사과의 뜻을 전하고 지효의 마음에서 이번 문제를 바라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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