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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백의종군해야죠" 정수빈의 착잡하지만 '기꺼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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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3점 홈런을 날리는 등 맹활약으로 시리즈 MVP에 오른 두산 정수빈이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에 올라 팬들 환호에 답하는 모습.(자료사진=두산)

 

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 두산의 영웅이었던 정수빈(26)은 올해 가을이 착잡하다. 지난해 프로 입단 7년 만에 첫 우승과 함께 KS 최우수선수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던 정수빈이지만 올해는 벤치에서 가을 잔치를 지켜봐야 한다.

정수빈은 지난해 삼성과 KS에서 이른바 '미친 선수'였다. 5경기 타율 5할7푼1리(14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특히 5차전에서 7회 통렬한 3점 홈런으로 우승의 축포를 쐈다. 야구 기자단 투표에서 정수빈은 66표 중 41표를 얻어 동기 허경민(13표)을 제치고 KS MVP에 등극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올해 KS에서 MVP 정수빈의 자리는 없다. 2014년 타율 3할6리에 이어 지난해도 2할9푼5리에 커리어 하이인 145안타를 때려냈던 정수빈은 올해 거짓말처럼 깊은 부진에 빠졌다. 타율 2할4푼2리는 2012년(2할3푼5리) 다음으로 낮았다.

이런 가운데 정수빈은 올해 야구에 눈을 뜬 거포 김재환(28), 입단 동기 박건우(26)와 외야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김재환은 올해 두산 토종 최다 홈런(37개)과 역대 팀 최다 득점(107개), 124타점을 쓸어담았다. 올해 주전을 꿰찬 박건우는 타율 3할3푼5리 20홈런 83타점 95득점으로 김현수(볼티모어)의 공백을 메웠다.

정수빈은 KS 명단에 포함됐지만 주전은 아니다. MVP에서 1년 만에 벤치 멤버로 밀린 처지, 그러나 정수빈의 얼굴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한 시즌 내내 했을 마음고생을 털쳐내고 기꺼운 마음으로 가을야구를 보낼 심산이다.

정수빈은 올해 자신의 부진과 김재환, 박건우의 괄목성장으로 백업 멤버로 시즌을 치렀다.(자료사진=두산)

 

29일 잠실에서 열린 NC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KS 1차전에 앞서 만난 정수빈은 지난해 KS MVP라는 말에 "MVP요? 올해는 후보잖아요"라며 자조하며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딱 봐도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잖아요"라고 웃었다.

타격감은 좋다. KS에 앞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도 3루타를 날렸다. 김태형 감독은 "수빈이의 타격이 매서웠다"면서 "눈빛이 장난이 아닌데 마치 내가 보라는 것 같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본인도 "막판에야 감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백의종군의 자세로 뛴다는 마음이다. 주역이 아니지만 팀 우승을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정수빈은 "아무리 기록이 좋아도 팀이 지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2013년과 지난해 기억이 완전히 달라서 올해 무엇이 중요한지 안다"고 말했다. 2013년 정수빈과 두산은 삼성과 KS에서 3승1패로 앞서다 내리 3연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주전 경쟁자였던 동기 박건우에게도 진심어린 조언을 해줬다. 정수빈은 "건우가 첫 가을야구 주전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더라"면서 "그래서 '내가 스타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즐기면 된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팀 타격을 신경쓰다 망치기보다 내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슈퍼 캐치, 또 볼 수 있나' 정수빈은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NC와 플레이오프 3차전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엄청난 수비를 펼치며 팀 우승을 견인했다.(자료사진=두산)

 

그래도 MVP의 피는 뜨겁다. 정수빈은 "KS MVP인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경기 후반에 나갈 가능성이 큰데 기회가 왔을 때 내 몫을 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MVP의 자존심을 버리고 대주자나 대수비, 대타 요원이지만 KS 우승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다.

올해는 정수빈의 군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이다. 12월8일 경찰야구단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다. 정수빈은 "군대에 갈 때가 되니 마음이 편하다"면서 "가기 전에 한번 더 우승해서 홀가분하게 입대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입대 전 마지막 추억을 만들 계획도 이미 짜여져 있다. 바로 입단 동기들과 스카이다이빙이다. 정수빈은 "올해 KBO 미디어데이 때 오재원 형이 나와 건우, 경민이의 스카이다이빙을 우승 공약으로 걸었다"면서 "번지점프는 해봤는데 긴장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왜소한 체격에도 빠른 발과 재치, 그리고 각고의 노력으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았던 정수빈. 누나들의 로망인 '잠실 아이돌'은 진짜 사나이가 되기 위한 과정을 앞두고 올해 가을, 아픔 속에 한뼘 더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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