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검거 그후 한달…'공범 검거·2차피해 방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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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검거된 조주빈, 그 후 한달
끊임없이 이뤄지는 피해영상 '재유포'
피해자들 사회복귀도 과제
미검거 '갓갓'과 '사마귀' 신병확보 관건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은 향후 관심사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달 25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을 '단죄'하기 위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검‧경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조주빈이 저지른 끔찍한 범행은 불법 촬영과 복제물 반포, 소지 등 비밀리에 행해지던 각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이제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후속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알렸다.

경찰은 지난 22일 기준 n번방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340명을 검거하고 그 중 51명을 구속했다. 조주빈의 사기 행각 등과 관련해서도 6명을 추가로 특정해 입건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 잡히지 않은 공범들이 남아있어 수사는 '장기화' 국면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박사방 피해자들의 피해영상이 지속해서 유출되는 등 2차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남아있는 과제들을 짚어봤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유포'…'수요' 막아야 해결

현재까지 '박사' 조주빈의 측근은 대부분 수사당국에 붙잡힌 상태다.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알아낸 사회복무요원 두 명을 비롯해, '출금책'인 강훈(닉네임 부따), 박사의 유료방을 홍보하는 '홍보책' 이원호(닉네임 이기야)와 이모군(닉네임 태평양)이 대표적이다. 군인 신분이라 군 경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원호를 제외한 나머지 공범들은 현재 경찰 단계를 지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는 주요 인물들이 잡히고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와중에도 피해자들의 성착취 영상은 계속해서 재유포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의 영상은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비롯해 텔레그램, 위커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영상이 재유포됐을 경우, 피해자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하거나,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삭제'를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많은 영상이 올라오다 보니 일일이 대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영상과 이미지를 삭제하더라도 피해자를 암시하는 연관검색어가 뜨는 경우도 있다.

여성단체는 재유포를 막기 위해서는 '공급'뿐 아니라 '수요'도 처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성 착취물을 소지, 시청, 구매하는 일련의 행위를 모두 '수요'로 보고 처벌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에 성인 대상 성범죄물을 소지하는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같은 근거 규정이 마련된다면 예방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원만한 사회복귀 등 지원책도 과제로 남아있다. 여성단체는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시선이 피해자들의 회복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시선이 개선되지 않는 한 피해자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는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동안, 결국 가해자는 은닉하고 대담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피해를 알렸을 때,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가해자를 비난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들은 결국 피해자들이 갖는 수치심이나 죄책감으로 귀결된다"며 "이런 목소리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피해자들은 피해로부터 완전히 회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남아있는 공범들…'갓갓' 신병확보 '관건'

수많은 공범 중 n번방의 창시자인 '갓갓'과 박사방 공동 운영자 중 한명인 '사마귀'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텔레그램 1세대로 여겨지는 '갓갓'은 박사보다 먼저 텔레그램 상에서 음란물 유통방을 키우고, 미성년자를 피싱해 성착취영상을 만든 인물이다.

지금까지 수면 위로 드러난 수많은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유포방은 사실상 갓갓의 n번방에서 파생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작점인 갓갓을 잡아야,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의 제대로 된 밑그림을 그리고 나아가 척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0일 "'사마귀'에 대해 의미있게 수사하고 있고, '갓갓'에 대해서도 조금 더 한발 나아가는, 범위를 좁혀가는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는 운영자를 넘어 유료회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1만 5천 개의 박사방 유료회원 닉네임을 확보했다. 다만, 해당 닉네임이 실제 오프라인상 어떤 인물인지를 특정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장기화를 피할 수 없다. 경찰은 유료회원 수사에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수사당국은 조주빈과 붙잡힌 공범들에 대해 '범죄단체 조직죄'를 의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죄는 '박사방' 참여자들이 단순한 공범을 넘어 범죄단체로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 성립하는데, 피의자들을 더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검찰은 일단 지난 13일 조주빈을 음란물 제작·배포(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할 때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제외했다. 이후 추가 수사를 거쳐 조주빈과 공범 30여명을 무더기로 입건하고 범죄단체 조직 혐의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29일에는 '부따' 강훈과 그 주변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관련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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