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묻지마 폭행' 구속기각 논란…'긴급체포' 철도경찰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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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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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 피의자 이모씨 구속 피해
법원 "위법한 긴급체포에 기반한 구속영장은 어려워"
경찰 "많이 당황스럽다" 여죄 파악해 재신청 검토
전문가 "경찰, 신원 파악했는데 조금 서둘렀다"

서울역에서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났다가 검거된 이모씨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의자인 이모(32)씨가 구속을 피한 핵심 이유로 '긴급체포' 적절성이 지적됨에 따라 철도경찰의 체포 과정을 두고 논란이 번지고 있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경찰)와 경찰은 긴급하게 체포해야 할 사유가 있었다고 해명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씨의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철도경찰은 지난 4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 5일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가 불특정다수에게 몸을 부딪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 제2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검거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체포 당시 피의자가 주거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했으나, 휴대폰 벨소리만 들리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 도주 및 극단적 선택 등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쯤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길을 걷다 마주친 30대 여성 A씨의 얼굴 부위를 가격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고,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가 골절되는 상해를 입었다.

수사에 착수한 철도경찰은 지난 2일 용산경찰서와 공조해 이씨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 이후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위법한 긴급체포에 기반한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기각했다.

사회적 공분을 산 사건인만큼 이씨에 대한 구속 기각은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보다 '긴급체포'를 한 철도경찰과 경찰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가는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철도경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법부 판단을 당연히 존중해야 하지만, 저희 판단으로는 이씨가 도주나 혹시나 다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예측이 안되는 부분이 있어 긴급체포를 한 측면이 있다"며 "여론상으로 워낙 주목도가 높은 사건인 점도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철도경찰과 공조한 용산경찰서 관계자도 "저희가 봤을 때는 긴급을 요하는 사유에 대해서 충분히 소명이 가능하다 판단했다"며 "많이 당황스럽다"라고 밝혔다.

구속을 피한 이씨는 현재 부모가 거주하는 지방에 내려간 상태다. 이씨 부모는 철도경찰 측에 아들을 정신병원에 데려가 입원 치료를 받게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철도경찰과 경찰은 구속 기각 사유를 면밀히 살펴보는 한편 이씨의 여죄를 수사하고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일대에서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던 여성에게 다가와 욕설을 퍼부으며 침을 뱉는 등 위협을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번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전문가 사이에서는 법원의 결정을 아쉬워하면서도 경찰의 '책임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법원은 기각 사유와 관련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및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며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상당하고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의자를 긴급체포하고 압수수색을 실시할 상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되거나,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는데도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 허용된다.

이를 감안했을 때 당시 상황이 '긴급체포'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나 주거의 평온을 침해할만할 만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노동일 교수는 통화에서 "판사 결정이 일반 시민들의 법 감정과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이씨에 대한 주소나 전화번호 등 신원 파악이 다 된 상태였고 체포영장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경찰이 여론을 감안해 좀 서둘렀던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남민준 형사전문 변호사도 "긴급체포 필요성과 비례원칙 등을 따져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법원이 맞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증거와 CCTV 등 다 있는데 정상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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