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작사가 착취 논란, 작사 학원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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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계정' 업계 부조리 공론화'…"일한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와 보상 받지 못한다"
엘다이어리·라라라스튜디오·153 줌바스 아카데미·모던K 실용음악학원·엠나인뮤직 인터뷰
가사 채택 과정 공지 및 퍼블리싱 업무, 결제 방식 등 제기된 논란 관련 질문

픽사베이 제공

 

지난달 말 트위터에 등장한 계정 '익명의 케이팝작사가 대리인'(이하 '대리인')은 K팝 산업이 나날이 성장하는 이면에, 창작 행위에 따른 정당한 대가와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는 작사가와 지망생들이 있다고 공론화해 반향을 일으켰다.

자신의 가사가 기획사에 제대로 전달되는지, 나아가 채택되는지, 채택된 가사의 저작권 지분은 어떻게 되는지 등 당사자가 꼭 알아야 할 정보에서 소외되며, 학원이 가져가는 몫이 지나치게 크고, 작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작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인물이 크레딧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는 이른바 '유령 작사가' 의혹이 제기됐고, 타 업체로 가는 것을 방해하거나, 학원비를 현금 계좌이체만 받는 곳도 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CBS노컷뉴스는 현재 운영 중인 작사 학원에 공통 질문을 보내 이 같은 의혹 제기가 사실인지 문의했다. 인터뷰는 대면·서면·전화 등으로 이뤄졌고, 온라인 공지도 참조했다. 취재를 요청한 7곳 중 모든 문항에 답을 보내온 곳은 엘다이어리(잼팩토리)·라라라스튜디오·153 줌바스 아카데미·모던K 실용음악학원·엠나인뮤직 총 5곳이다.

◇ 아카데미와 퍼블리셔 그사이의 작사 학원

작사 학원에서 피해를 본 작사가와 지망생들이 '대리인' 계정을 통해 가장 강력하게 문제 제기한 것은 "작사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명확한 크레딧을 얻고, 본인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확실히 보장받고 싶다"라는 점이었다. 실제 창작 행위 비중에 걸맞은 지분을 얻어, 창작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리고 보람을 느끼고 싶다는 의미다.

수강 여부와 퍼블리싱 계약의 필요성은 대리인 측과 작사 학원 입장이 가장 갈리는 부분이다. △작사 학원비가 매달 30만~40만원으로 저렴하지 않아 부담되지만 연속 수강 후 실전 반에 들어가야 작사 기회가 오고, 휴강할 시 첫 단계로 돌아가게 한다 △퍼블리싱 계약 때문에 작사가의 저작권 비중은 더 줄어든다는 것이 대표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이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사 학원'의 성격을 짚을 필요가 있다. 작사를 가르치고 프로 작사가를 길러내는 아카데미와 지망생(수강생) 및 작사가의 발매 곡을 관리하는 퍼블리싱 두 가지가 핵심인데, 두 역할을 다 하는 곳도 있고, 아카데미만 하는 곳도 있다. 퍼블리셔를 겸할 경우, 의뢰업체와 작사가(및 수강생)를 연결하고 학원을 거쳐 발매된 곡을 총괄 관리한다. 엘다이어리와 줌바스 아카데미, 라라라스튜디오는 퍼블리싱 업무를 같이하고, 모던K와 엠나인뮤직은 퍼블리싱 업무를 하지 않는다.

대리인 측이 △실전 작사 기회를 받기까지 수강 기간이 길고 수강료 압박이 있다 △두 달 이상 휴강하면 첫 단계로 돌려보내 연속 수강을 강요한다 등을 지적하는 반면, 작사 학원들은 '수강'이 작사가 데뷔에 도전할 만큼 실력을 갖추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바라봤다. 라라라스튜디오는 "학원을 곡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경우를 보는데, 수강생 중 반이 올라갈수록 (과정을) 어려워하거나 포기하는 일도 있다. 취미 활동이 아니라 프로 데뷔를 목표로 한 만큼, 충분한 교육을 통해 일정 수준에 올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길게 보고 진중하게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줌바스 아카데미 역시 "처음에는 수강 여부와 무관하게 시안 의뢰를 진행했으나,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더라. 아카데미와 퍼블리셔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라며 "의뢰 곡은 한정돼 있는데 작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수요)은 아주 많다. 발매 곡 작업을 해야 하는데 실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작가에게 의뢰할 이유가 없다"라고 전했다.

잼팩토리라는 퍼블리셔를 운영 중인 엘다이어리는 지난 7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퍼블리셔의 역할과 그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엘다이어리는 "소속 작가와 수료생들의 가사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채택될 수 있도록, 의뢰 곡 수급·가사 시안 제출 일정 관리·가사 시안 취합 및 전달·기획사 제공 저작물에 대한 작가별 보안 관리 등 작가와 의뢰사 모두 효율적인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퍼블리셔의 역할로 규정한 후 "퍼블리셔가 작가와 (기획사의) A&R 사이에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저작권 지분을 학원이 지나치게 많이 가져간다는 주장에 작사 학원들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엘다이어리는 "잼팩토리에서 가져가는 지분이 지나치게 큰지에 대해서는 퍼블리셔와 작사가 각각의 입장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며 "잼팩토리의 전속 작사가를 포함해 전체 작사 저작권료 및 작품료 수익은 고정비(임대료·관리비·직원 인건비 등) 수준"이라고 밝혔다.

라라라스튜디오는 "수강생 가사가 채택됐을 경우에는 당연히 참여한 작사가에게 100% 저작권 지분이 있고, 학원이 가져가는 일은 없다. 전속계약을 맺은 프로 작사가는 퍼블리싱 계약에 따라 일정 부분 수익을 나누게 되며, 계약 기간과 분배 비율 역시 작사가님들에게 유리할 수 있도록 설정해 좋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드리고 있다"라고 답했다. 줌바스 아카데미는 "작사가님 지분이 당연히 더 많고, 이와 관련해서는 최대한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비율을 다 오픈한다"라고 전했다.

◇ 가사 채택 여부·저작권 비중 일방 통보 의혹 모두 '부인'

작사 학원들은 작사가 및 지망생에게 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사가 기획사로 보내졌는지, 채택됐는지, 저작권 지분은 어느 정도 확보하는지 등을 전달·설명하고 당사자와 합의한다고 밝혔다. 가사가 채택됐을 때 지분은 곡에 참여한 작가들 간의 참여 분량 및 기여도를 반영하는데, 글자 수를 셀 때도 있고 중심 테마를 누가 잡았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면밀히 따진다는 설명이다.

작사비는 작사비 지급 정책이 있는 업체(주로 기획사)에서 시안을 채택해 곡이 발매될 경우 발생한다. 작사비는 창작 당사자에게 돌아간다는 답이 주를 이뤘다. 엘다이어리는 "작사비는 작사비 지급 정책이 있는 기획사에서 시안이 채택됐을 경우 지급하고, 작사비는 의뢰업체가 책정하는 대로 받고 있다"라고 알렸다.

라라라스튜디오와 줌바스 아카데미는 작사비는 학원이 취하지 않으며 작업한 작사가에게 100% 모두 전달되고 있다고 답했고, 엠나인뮤직은 "작사료와 저작권 부분은 단 1원도 학원 측에서 수급하는 부분은 없다"라고 전했다. 의뢰 업체가 작사비 지급 정책이 없으면 어떻게 할까. 엘다이어리는 "지급 정책이 없는 업체도 많은데, 작사비를 질문할 경우 일반적인 사례로 설명하지만 결정은 업체가 한다"라고 부연했다.

가장 논란이 된 '유령 작사가/대리 작사가' 존재에 관해서 작사 학원 5곳 모두 "저희 학원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모던K 실용음악학원은 "유령 작사가는 전혀 있을 수 없는 내용이며 그런 행태가 벌어져서도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현금 계좌이체만 가능하고 현금영수증 발급이 되지 않는다'라는 의혹도 반박했다. 5곳 모두 계좌이체, 현금결제, 카드결제와 현금 영수증 발행이 가능하다.

휴강할 경우 맨 첫 단계부터 다시 듣게 해 연속 수강을 압박하는지에 관해, 엘다이어리는 "수강생은 재등록 시 아무런 조건 없이 수업을 이어서 등록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모던K와 엠나인뮤직은 그룹 수업 진도 때문에 당장 맞는 수준 반이 없다면 기존 수강 반과 최대한 맞는 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줌바스 아카데미는 "휴강하는 케이스 자체가 드물고, 휴강한다고 페널티를 주지도 않는다"라고 전했다.

다른 학원으로 옮긴 작사가 및 지망생을 비방하거나 기획사나 A&R의 직접 소통을 방해해 독립을 막는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선을 그었다. 엘다이어리는 "계약을 위해 어떤 강요도 하지 않으며 100% 작가의 결정을 존중한다. 실제로 타 작사 학원을 설립하거나 타 퍼블리셔로 간 수많은 수료생이 현재 작사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모던K는 "졸업 후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A&R이나 기획사와 직접 소통해 왕성히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답했다.

익명의 케이팝작사가 대리인 계정에 올라온 내용. 트위터 캡처

 

◇ 업계에 부조리한 부분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매도' 시도는 우려

취재에 응한 작사 학원들은 부조리하거나 불공정한 관행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제기된 의혹이 특정 소수 학원에 해당된다며, 업계 전체가 매도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했다.

대리인 측의 공론화 후, 엘다이어리·라라라스튜디오·줌바스 아카데미·모던K는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입장을 내거나, 수강생에게 공지·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엠나인뮤직도 추후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지할 예정이다.

후속 조처를 제시한 곳도 있다. 엘다이어리는 "어떤 분야든 이런 경쟁 구조에서 혜택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면서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며, 작사가들과 작사가 지망생분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또한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알렸다. 오는 5월 1일부터는 △저작권협회·해외 퍼블리싱 등록 등 절차를 안내하고 △가사 지분은 100% 수강생에게 귀속되도록 하며 △작품료 발생 시 100% 수강생이 받도록 할 예정이다.

모던K는 전체 강사들과 해당 내용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수강생의 문의가 따로 있지는 않았으나 수업 시간에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수강생들이 더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저작권 관련 내용을 커리큘럼 안에 반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한편, 온클래스에이는 '해당 의혹 제기는 학원과 무관하다'고 짧은 답을 보내왔다. 온클래스에이는 "작사가 과정은 개설한 지 8개월 정도 되어 수료생들이 이제 배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말씀하신 내용은 저희와 무관하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슈가 된 작사 학원은 불합리하게 지망생들을 대하는 부분이 상당히 보여진다고 판단된다"라며 "작사가를 양성하는 후발주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며 해당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보상, 위로가 꼭 있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메이큐마인웍스는 "학원 내부에서 이 사안에 대해 설명과 입장 정리를 했다. 학원생 당사자가 해명을 요구할 경우 앞으로도 얼마든지 입증 자료와 구체적인 설명을 할 것이다. 자료 입증은 외부가 아닌 학원 내부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라며 "보내주신 글은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며 공론화를 원치 않기에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는 바"라고 전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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