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8일 데뷔한 그룹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글로벌 팝 문화를 제패하며 음악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된 K팝 걸그룹. K팝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등극하는 등 K팝 걸그룹의 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 동시대 K팝을 대표하는 걸그룹인 동시에, K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프로젝트가 아닐까 한다. 음악과 패션, 산업과 예술을 하나의 이름 아래 결합한 이들은 '아이돌'이라는 음악 영역을 넘어 글로벌 문화 브랜드가 되었다." (최지선 음악평론가)YG엔터테인먼트가 투애니원(2NE1)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인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는 우리가 아는 그 '블랙'과 그 '핑크'를 합친 결과물이다. YG 측은 "블랙핑크라는 이름은 가장 예쁜 색으로 표현되는 핑크색에 살짝 부정하는 의미를 덧붙여 '예쁘게만 보지 마라'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반전의 뜻"이라고 밝혔다.
길게는 6년, 짧게는 4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거쳐 마침내 가요계에 모습을 드러낸 평균 나이 19세 그룹 블랙핑크를 소개할 때 YG 측이 강조한 두 단어는 '외모'와 '실력'이었다.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는 블랙핑크 데뷔 쇼케이스 당시 2NE1과의 차별점 질문에 "억지로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라면서도 "블랙핑크는 외모도 예쁜데 실력도 출중했으면 했다"라고 답했다.
빅뱅(BIGBANG) 지드래곤의 '그XX' 뮤직비디오 주인공, 정규 2집 타이틀곡 '블랙'(Black) 피처링 등 데뷔 전부터 YG 소속 가수와의 협업을 통해 연습생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던 제니, 에픽하이와 하이 수현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얼굴을 비친 지수, YG 공식 블로그 영상을 통해 실력파 댄서라는 것을 예고한 태국인 멤버 리사, '비공개 연습생'인 메인 보컬 로제까지 4인이 뭉쳤다. 블랙핑크는 데뷔곡 '붐바야' '휘파람'을 동시에 히트시키면서 2016년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올라섰다.
블랙핑크 지수. YG엔터테인먼트 제공기존 소속 가수에게는 "외모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라면서 "이번엔 안 해 본 걸 해 보고 싶었다"라는 양 총괄의 설명처럼, 블랙핑크는 멤버 4인 전원 단번에 시선을 잡아끄는 외모에 노래와 춤, 무대매너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차별점이었다. 그 덕에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데뷔 초에는 특히 음악 스타일 면에서 같은 소속사 선배 걸그룹 2NE1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고, 유난히 관련 언급이 잦았다. 미묘 음악평론가는 "애초에 '모델 같은 2NE1'처럼 기획되었고, 그 안에는 '블랙과 핑크' 같은 사실 너무 뻔한 도식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 기획은 예리하고 적확했다"라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음악 비평 웹진 이즘의 박시훈 에디터도 "활동 초기에는 2NE1과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비판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최지선 음악평론가는 "처음에는 YG의 선배 그룹 2NE1의 계보를 잇는 걸그룹 정도로 인식됐다"라고 했으며, 박희아 음악평론가는 "2NE1의 성공에 기댄 음악적 색깔을 바탕으로 예쁜 공주의 이미지를 입혀 만들어낸 YG식 걸그룹의 진화판"이라고 표현했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를 "YG의 K팝 그룹 기획 노하우를 총망라하여 완성한 걸그룹"이라고 바라봤다.
대형 기획사의 자본과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아이돌. 블랙핑크도 이런 첫걸음을 뗐으나, 이들은 곧잘 비교되곤 했던 2NE1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서서히 블랙핑크만의 색을 뚜렷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K팝이라는 영역을 넘어 영미권 팝스타만이 누리던 아우라와 지위를 아시아 출신의 여성 그룹이 완성"(김도헌)한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었다.
블랙핑크 제니. YG엔터테인먼트 제공박 에디터는 "현재 블랙핑크를 상징하는 것은 팀만의 독보적인 음악색이다. 이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인 데서 기인했다. 데뷔곡 '붐바야'처럼 YG풍 EDM을 계승한 음악이 중심을 이뤘어도, 간결한 비트 위를 노니는 '휘파람'이나 당시 팝의 흐름을 반영한 뭄바톤 스타일의 '포에버 영'(Forever Young) 같은 곡은 팀의 면모를 더욱 다채롭게 빚어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 결과 강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특유의 아우라가 형성된 것이다. 이후 클래식 샘플링의 교본이 된 '셧 다운'(Shut Down)과 테크노 열풍의 선두에 선 '뛰어'(JUMP)는 블랙핑크가 K팝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입증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계보를 잇는 동시에 자신들만의 미학을 완성한 그룹"이라고 부연했다.
음악과 퍼포먼스뿐 아니라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링, 과작(작품 수가 적음)과 낮은 매체 노출도 등의 신비주의 등이 고루 어우러져 블랙핑크만의 차별화되는 '브랜딩'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김 평론가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앤섬(anthem)과 멤버 개인의 선명한 카리스마, 빅뱅과 2NE1으로 증명한 성공 공식을 글로벌 팝스타의 필수 조건으로 완성했다"라고 봤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YG 사운드의 정점"이라며 "빅뱅과 2NE1이 확립한 힙합, 일렉트로닉 댄스의 하이브리드에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까지 더해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두 팀 역시 패션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지만, 블랙핑크는 특히 럭셔리 하우스와의 적극적 협업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얻었고, 브랜딩의 결정적 키가 됐다"라고 밝혔다.
블랙핑크 로제. YG엔터테인먼트 제공한성현 음악평론가도 "'명품화 전략'을 K팝에 본격적으로 끌어들인 팀"이라며 "잦은 활동으로 미디어 노출에 소모되는 대신 긴 공백기를 서슴없이 가지면서 컴백 수요가 쌓이길 꾸준히 유도했다는 점은 서구 팝스타의 활동 사이클과도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한 평론가는 "한때는 뮤지션보다 앰배서더에 가깝지 않냐는 아쉬운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이들의 이미지 생성에 YG 스타일 힙합 음악이 적잖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친숙함이 빠져도 K팝 아이돌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최 평론가는 "블랙핑크의 위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모, 확장되었다. 사운드뿐 아니라 비주얼까지 아우르며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구축했고,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의 긴밀한 결합을 통해 멤버 개개인과 그룹을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매김시켰다"라며 "블랙핑크의 성취에서 특기할 점은 음악, 패션, 문화 등을 통합하여 '아이돌 그룹'이라는 개념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영역으로 확장한 데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국적 멤버들의 뛰어난 비주얼과 언어 및 여러 분야의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이들은 최근 개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도 이를 다시 그룹의 브랜드 가치로 환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블랙핑크 리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K팝의 슈퍼스타덤을 가장 잘 설명하는 그룹으로, 스타의 재능, 아우라, 희소함 등을 가장 잘 보여준다. 1세대부터 신비주의의 SM, 친근함의 DSP 양대 노선이 있었으나 YG는 제3의 노선인 흑인음악 전문 레이블로 출발해 블랙핑크라는 신비하고 압도적인 슈퍼스타를 갖게 돼 반발 불가한 메이저 K팝 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빅뱅과 2NE1이 쌓아놓은 '미국 본토에 가까운 음악을 하는 실력파 아이돌' 브랜딩을 이어받되, 압도적인 무대 피지컬과 아름다운 외모로 흠잡을 곳이 없는 신화적인 존재로서의 K팝 아이돌 위치를 완성했다. 멤버 개개인이 럭셔리 브랜드 하우스와 앰버서더나 뮤즈로 활동했고, 커리어의 기간에 비해 발매 앨범이 비교적 적었던 것조차 이 팀에는 신화적인 아우라를 더하는 것이 됐다"라고 부연했다.
블랙핑크를 "당당함을 파는 걸그룹"이라 소개한 예미 음악평론가는 "멤버 전원이 누가 봐도 준비된 월드 스타인 것처럼, 무슨 일이든 다 해낼 것 같고 그들 앞에 놓인 삶의 난관이 무의미할 것 같은 태도를 장기간 유지해 온 점이 가장 돋보인다"라고 짚었다.
예미 평론가는 "힙합과 EDM의 자장 하에 있는 선 굵은 음악, 음악의 에너지를 선명하게 구현하는 보컬·랩·퍼포먼스, 세련되고 럭셔리한 스타일링과 스케일 큰 연출에 고루 어울리는 비주얼, 솔로 커리어 전개를 통해 드러난 각 멤버의 야심과 스마트함까지 블랙핑크를 이루는 모든 구성 요소가 이 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그룹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그러면서 "이러한 태도가 주도적 여성을 요구하는 시대상과 맞물리며 글로벌 음악 시장에 K팝 걸그룹으로서 이정표를 세워냈다고 생각한다. 많은 그룹이 블랙핑크를 뒷받침하는 저 구성 요소를 수없이 참고했지만, 이 '태도'까지 체화한 그룹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랜디 서 평론가도 블랙핑크만의 '완벽함'을 언급했다. 그는 "걸그룹은 좌충우돌하며 성장하는 서사를 보이기보다는 완벽한 모습으로 남는 것이 좋다는 선례를 만들어, 이후 걸그룹들의 평균 기준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후발 그룹들에게는 고매한 축복이자 까다로운 저주이기도 하다. 블랙핑크는 완벽한 K팝 스타의 좁은 문을 통과했고, 지금도 좁은 다리를 건너고 있다"라고 밝혔다.
블랙핑크를 "멤버들의 역할을 조명할 필요가 특별히 큰 팀"이라고 한 미묘 평론가는 "준수한 프로덕션의 뒷받침과 함께 멤버 각각이 가진 카리스마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 힘은 별도의 서사 없이도 이 팀의 '순수 체급'을 팝 세계의 정상급까지 가져갈 만큼 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부터의 블랙핑크는 커다란 점프로 하나의 레벨을 넘어선 듯한데, 그것은 더욱더 멤버 각각의 의지, 재능, 야망과 노력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팀 활동의 휴지기를 가지면서 보여준 각 멤버의 솔로 활동은 블랙핑크에서 이뤄진 것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멀리 가져갔다. 지금껏 '블랙핑크는 왜 블랙핑크인가'를 네 명의 버전으로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또한 블랙핑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네 가지 경지를 실현해 보이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존의 블랙핑크보다 더 커진 채, 그 네 명의 합보다 더 커진 블랙핑크로 돌아온 것이다." (미묘 음악평론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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