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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성범죄 민간서 수사·재판…곳곳에 군 개입 여지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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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어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여기엔 군 성범죄와 입대 전 범죄, 군인 사망사건 관련 범죄를 1심부터 민간에서 수사하고 재판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군사기밀 보호 등의 이유로 국방부 장관이 결정하면 군 당국이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고, 문제가 있는 조항들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윤창원 기자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윤창원 기자군 성범죄를 1심부터 민간에서 수사하고 재판하도록 하는 법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군 수사기관 개입 여지를 남긴 단서조항이 달려 있는데다 개정 사항들도 문제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법안심사 제1소위에 이어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

군 성범죄·군인 사망범죄 민간이 수사…기밀보호 필요시 군 개입 여지

군은 현재 수사는 군사경찰과 군 검찰, 기소는 군 검찰, 재판은 군사법원에서 하고 있다. 그런데 성범죄 피해자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입대 전 범죄는 사실상 군과 관련이 없다.

때문에 지난 23일 여야 의원들은 성범죄와 입대 전 범죄, 군인 사망사건 관련 범죄는 민간 법원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안에 합의했다. 개정법안 286조에 따라 군 수사당국은 군사법원이 관할하지 않는 3가지 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민간 검찰, 공수처, 경찰에 이관해야 한다.

군인이 사망하거나 성범죄 피해를 당하는 경우 민간 경찰이 부대로 들어와 현장을 감식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주변인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군사법원에 기소되는 전체 범죄 가운데 성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로 전해진다. 입대 전 범죄와 군인 사망사건까지 감안하면 최소 1/3 이상이 민간으로 이관되는 셈이다.

다만 신설된 2조 4항은 국방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 군사기밀 보호, 기타 이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 기소 전에 한해 해당 사건을 군사법원에 기소하도록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여지를 남겼다.

법안은 이밖에도 각 군 사단급(육군 기준) 부대에 설치돼 있는 보통검찰부를 참모총장 직속 검찰단으로 통합하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 국방부와 각군 예하에 따로따로 있던 보통군사법원도 국방부 직속으로 일원화하고 현행 30개에서 서울과 경기, 충남, 강원, 대구에 5개를 두는 식으로 줄인다.

이는 부대 지휘관이 수사에 개입하거나, 군 법무관들이 '알아서 지휘관 눈치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군 검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해당 군 검찰부가 설치되어 있는 부대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던 238조 3항은 아예 삭제됐다.

모든 군사재판 2심을 전담하던, 서울 용산기지 내 국방부 고등군사법원도 폐지하고 2심은 민간 고등법원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민간 수사에 군 비협조 우려…군 정보기관 범죄에 군 개입 여지

다만 이 법안은 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민간이 성범죄를 수사한다고 해도 폐쇄적인 군 특성상 조직적으로 민간 경찰이나 검찰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거나, 부대 출입과 상황 보고 등 과정에서 오히려 민감한 수사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민간에 수사와 재판을 맡긴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군 정보기관원 등이 연관된 범죄에 대해 군이 개입할 여지를 남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정 법률안대로라면, 지난해 문제가 됐던 국군정보사령부 대북공작요원들의 탈북 여성 성폭행 사건 등을 여전히 군사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성범죄는 민간 이관 대상이지만 국방부 장관이 결정하면 가능하다.

더군다나 개정법안 13조를 보면 관할을 달리하는 여러 개 사건이 관련된 경우 1개의 사건에 대해 관할권이 있는 군사법원은 다른 사건까지 관할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다른 사건과 연계돼 병합재판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성범죄 특성상, 성범죄는 민간법원에서 재판하더라도 같은 인물이 저지른 다른 범죄는 군사법원이 관할권을 갖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민간법원과 군사법원 사이 관할권 다툼이 생길 여지가 있는 셈이다.

종전에 추진되던 군사법원장 민간 이양 계획도 사라졌다. 개정법안 24조는 "군사법원장은 군법무관으로서 15년 이상 복무한 영관급 이상의 장교 중에서 임명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법안 자체도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 4분과가 최근 의결한 평시 군사법원 폐지안보다는 후퇴했다.

민관군 합동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전체회의에서 통과되더라도 '권고'에 그쳐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합동위 안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는 "그동안 4분과에서 논의되고 있었던 안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면서 각계의 의견을 청취해 온 바, 앞으로도 군 사법제도를 계속하여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합동위에서 모은 소중한 의견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개정안은 생색내기용…군사법원 완전 폐지해야"

시민단체와 군 범죄 피해자 유족 등은 반쪽 개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014년 의무병 살인사건(이른바 '윤 일병 사건') 피해자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는 24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를 통해 입장을 내고 "다른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건도 피해자가 사망해야만 민간법원으로 이관할 것인가"라며 "그동안 군사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와 축소,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죽음으로 호소해야 하나"라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국가안보, 군사기밀 보호 등과 관련해 군사법원이 재판할 수 있게 한 개정법안 2조 4항 내용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다시 강조했다.

이들은 "피해자 등이 불복하려면 대법원에 취소를 신청해야 하나, 대법원의 결정이 나올 즈음이면 이미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고, 그 기간 동안 피해자는 2차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 입대 전에 일어난 범죄 재판권의 민간 이관 역시 군 사법체계 개정을 촉발시킨 군 내 가혹행위 사건들의 조직적 은폐·축소 사태와는 하등 관계없는 생색내기 개정에 불과하다"며 "반복되어온 군 내 범죄 은폐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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