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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명 살지만 여객선 4시간 거리…전문의는 단 2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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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이후 우리 정부는 서해 최북단 서해5도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서해5도 특별지원법'을 제정했다. 법으로 특정 지역을 지원한다고 규정한 법을 제정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치 상황과 중국과의 관계 등 외교·안보 측면에서 서해5도의 주민들이 섬을 이탈하지 않고 지내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2020년까지 9109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1800억 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법을 5년 연장해 그동안 지원하지 못한 점들을 만회하겠다는 약속은 또다시 '공염불'로 그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최근 박남춘 인천시장이 백령도 주민과 나눈 주민간담회 내용을 중심으로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현실을 세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지금①] 열악한 의료 서비스 체계
2017년 10명 →2020년 2명으로 줄어든 의사 수
CT있어도 볼 의사 없어…골절상인데 타박상 진단
응급치료 못 받아 숨지는 일도
의사 찾아봤지만 지원자 없어…박남춘 인천시장 "화상진료 등 다각도 검토"

▶ 글 싣는 순서
①"1만명 살지만 여객선으로 4시간 거리…전문의 2명밖에 없는 섬"
(계속)

인천 백령병원. 사진 연합뉴스인천 백령병원. 연합뉴스"간단한 수술로도 응급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의사가 단 2명뿐이어서 육지에서 오는 응급헬기나 해경선박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노인과 임산부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내과와 산부인과 의사 2명이라도 더 채용해 주십시오."
 
지난달 29일 인천 옹진군 백령면사무소에서 열린 '인천시장과 백령주민의 대화'에서 김복남 백령면주민자치회장이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한 하소연이다. 김씨는 박 시장에게 인천의료원 분원 백령병원에 전문의 2명 추가 채용과 백령도 상주 의료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2017년 10명 →2020년 2명으로 줄어든 의사 수

 지난해 5월 15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글 화면. 지난해 5월 15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글 화면. 정부와 인천시, 옹진군의 서해5도 지원에도 불구하고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의료체계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해 간단한 골절환자조차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하루 1~2차례 운행하는 여객선에 몸을 싣고 4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일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따르면 인천의료원 백령병원의 의사직 수는 2016~2019년 9~11명이었지만 지난해부터 2명으로 줄었다. 이는 병원이 기존 5명이었던 의사직 정원을 지난해부터 2명으로 축소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백령도 주민등록인구가 2016년 5732명에서 지난해 말 5238명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주민들이 체감하는 백령병원의 의사 감소 폭은 더욱 크다. 이 기간 백령병원의 간호사와 보건직은 10명, 행정직원은 3명으로 변동이 없었다.
 
백령병원은 내과와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치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8개의 진료과를 두고 있다. 현재 원장을 포함한 전문의 2명을 제외한 7명은 근무기간 1년만 채우고 떠나는 공중보건의다.
 
현재 백령도의 의료기관은 백령병원과 군 병원, 보건소가 전부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백령병원의 의사 수가 급격히 줄면서 의료 서비스 체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호소했다.
 

CT있어도 볼 의사 없어…골절상인데 타박상 진단·응급치료 못 받아 숨지는 일도

지난달 29일 인천 옹진군 백령면사무소에서 열린 인천시장과 백령도 주민 간담회 모습. 사진 연합뉴스지난달 29일 인천 옹진군 백령면사무소에서 열린 인천시장과 백령도 주민 간담회 모습. 사진 연합뉴스전문 의료인력이 부족하면서 각종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 및 서해5도 같은 섬들의 열악한 의료시설지원 및 인도길 과 야간버스증대를 지원해 주시길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백령도에 사는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청원인은 "한 달 전 사고로 옆구리를 다쳐 병원에서 타박상 진단을 받고 며칠 간 약을 먹었지만 차도가 없어 육지의 전문병원에 갔더니 골절이었다"며 "당시 백령병원과 군 병원 두 군데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 검진을 받았지만 전문 의사가 없어 진료를 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백령병원과 군 병원이 종합병원급은 아니지만 개인병원도 아니다"라며 "두 병원 모두 CT장비가 있지만 전문의가 없어 진료가 불가했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5월 15일 백령도에서는 생후 50일된 아이를 둔 20대 여성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여성은 외과 의사가 없는 백령도에서 사고 발생 10시간 만에 해군 고속정을 타고 온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수술을 받기 전 이 여성은 응급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의료헬기도 기상악화로 섬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여성을 친 60대 운전자도 사고 발생 열흘 뒤 뇌출혈로 숨졌다. 이들 모두 백령도에 전문의가 있었다면 살릴 수 있었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청원인은 "백령도는 배로 4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고 바람이나 파도, 해무 등으로 일주일 동안 여객선을 운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자체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료팀을 배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글은 3658명이 동의해 청와대의 답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난달 말 기준 백령도 주민등록인구는 5019명이다. 여기에 백령도에 주둔한 군인들과 그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1만여 명 내외가 살고 있다. 해당 청원은 백령도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는 70%가량, 군인 가족까지 포함하면 40%가량이 동의한 셈이다.
 
장태헌(66·백령도 거주) 서해5도어업인연합회장은 "세간에 알려진 사연보다 더 많은 주민들이 소외된 의료 서비스 체계로 고통받고 있다"며 그 역시도 최근 가족 중 한 명이 낙상하면서 광대뼈가 부러졌지만 백령병원에서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아 뒤늦게 육지의 전문병원에서 치료해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 찾아봤지만 지원자 없어…박남춘 인천시장 "화상진료 등 다각도 검토"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한 전망대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오른쪽)이 백령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한 전망대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오른쪽)이 백령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정부나 지자체가 백령도의 열악한 의료 서비스 체계 지원에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사연과 20대 신생아 엄마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지 2달여 뒤인 지난해 7월 우리 정부는 '제10차 서해 5도 지원위원회'를 열어 서해5도 지원특별법이 정한 지원 기한을 2025년으로 늘렸다.
 
당시 지원 기한을 늘리면서 우리 정부는 열악한 서해5도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200t급의 병원선을 신규 건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지난해부터 2억 7천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백령병원에 추가로 전문의를 채용하려 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정주여건이 열악해 지원자가 없는 것이다.
 
백령병원의 의사 부족 문제도 이번에 처음 제기된 건 아니다. 전임 시장 시절인 2015년 3월 이두익 당시 백령병원 원장은 유정복 전 인천시장이 현장답사차 병원을 찾아왔을 때 공중보건의 확보와 월급 전문의 충원을 건의한 바 있다. 열악한 정주 여건으로 인해 의료진 확충이 어려워지고, 의료진 공백은 정주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백령도 주민과의 대화를 마치면서 "의료진 충원 문제는 백령병원뿐만 아니라 인천 공공의료 전체의 문제인 만큼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헬기와 화상진료 도입 등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며 "주민과 소통하고 의견을 구해가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주민들도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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